크로아티아의 또다른 문화유산 도시, 스플리트(Split)에 가기 위해 버스에 올랐다. 희한하게 버스 짐칸에 배낭을 싣는 것까지 돈을 따로 받는다. 푼돈이라도 아끼기 위해 큰 배낭까지 모두 갖고 타니, 그나마 좁은 좌석에 이젠 발도 올려놓을 수가 없다. (한국에선 당연했던 것들이나 밖에 나오면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것들이 꽤 있다. 공짜 화장실이 널려있고.....맥도널드에서 케첩 무제한 받을 수 있고......어디가도 물을 인심좋게 얻어마실 수 있는 나라, 우리나라 좋은 나라...^^)
좌석은 불편했지만, 두브로브니크에서 스플리트까지 네시간 반 동안 해변을 따라 지나가는 길은 정말 환상의 드라이브 코스다. 지난번 올 때는 밤이라서 잘 보지 못했는데, 푸른 아드리아해에 맞붙은 바위절벽 사이로 난 길이 너무나 아름답다. 간혹 나타나는 빠알간 지붕의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모습과 바다에서 수영이나 보트를 하는 사람들의 모습조차 한가로이 느껴진다.
드뎌 스플리트다......
스플리트는 원래 로마황제의 별장이 있던 곳이었다. 바로 디오클레티누스 황제가 10년의 공을 들여 만든 거대한 궁이다. 희한한 것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 궁전이 아직까지 남아있기는 한데,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야 하는 '진짜' 유적지라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무슨 말인고 하니, 옛 궁전의 벽들과 방들이 남아있긴 한데, 그 방들은 지금 현대 사람들이 거주하고 물건파는 집이자 상점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유적지 보전이 이래서 될까? 그러나 돌이켜보면 그렇게 사람들이 사용했기 때문에 아직까지 이 궁전이 남아있을 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또한 지금도 그래서 유적이 계속 유지관리되며 보전되고 있을 지 모른다. 유적이 죽어있는 박물관 속 박제가 아닌 살아움직이는, 그래서 현재의 사람들에게 여전히 이용되고 있는 희한한 광경을 이 곳 스플리트에서 볼 수 있다.
예전 이 궁이 처음 지어졌을 당시에는 저 벽이 바로 바다와 맞붙어 있었다. 그래서 아래 사진에 보이는 저기 골목길 입구가 바로 선착장이었던 것이다. 과거의 궁에 역사의 흔적들이 차곡차곡 덧붙여지며 현재의 유적지 파사드가 만들어졌다.
성벽은 이렇게 폐허가 되면서도 아직까지 살아남았다.
아까 그 골목길로 들어가면 이 궁전의 유명한 장소와 만나게 된다. 궁전의 중앙 홀이라고나 할까......거대한 삼각형의 페디먼트 아래로 열주가 'ㄷ'자 형으로 배치되어 있어 위엄을 느끼게 한다. 기둥위에 아치가 올려진 모습은 바로 로마인의 발명품이자, 이 궁전에서 최초로 사용된 구조양식이었다.
그게 무슨 의미냐고? 그건 고대 중동지방에서 발명된 아치가 그리스의 오더기둥과 만나면서 더 높은 대공간 창출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아치라는 넘은 힘이 대단해서 지진에도 끄덕하지 않는 구조체다. 모든 구조부재는 인장력(늘어당기는 힘)과 압축력(밀어부치는 힘)이 동시에 작용하는데, 예부터 사용된 석재는 본디 인장력에 약한 부재다. 그런데 아치는 압축력만 받도록 해주니 어찌 강하지 않을쏜가......석재를 사용하며 인류는 석재에 맞는 강한 구조를 만들어냈고, 그걸로 만족못하는 사람들은 그 구조를 이용해 더욱 높은 천장을 만들어냈으니 이 궁전은 건축발전 역사의 산 증인이다......
저 열주랑 아래에는 아직도 로마시대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다.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면 돔구조로 만들어진 대공간들이 나타난다. 일부는 후대에 사용되었던 듯 성당으로 개조된 곳도 있다.
열주랑 주변은 후대에 지어진 건물들이 블록 맞추듯 교묘하게 옛 건물들 사이로 파고들어 앉은 모습이 이채롭다.
옛 궁전의 벽과 방은 이제 새로운 상점이 되어 현대에도 이어지고 있다.
궁전 안의 서측 입구에 있던 대공간은 이제 널다란 광장이 되어 여행객들의 휴식처가 되고 있다. 낮에는 너무 햇볕이 뜨거워 나도 노천카페의 차양 밑에 몸을 숨기고 시원한 음료수를 주문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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