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배낭여행]/아메리카

남미여행(15)-콩고냐스, 우로프레토를 거쳐 리오까지

budsmile 2009. 7. 7. 17:01

 저녁 10시 15분경 출발한 버스는 벨로리존테(Belo Horizonte)에 다음날 아침 10시 30분경에 도착하였다. 먼저 숙소부터 잡고 근교의 콩고냐스(Congonhas)로 갔다. 콩고냐스까지는 1시간 30분 소요되는데 정말 브라질의 시골마을이다. 사람들은 이방인에 익숙하지 않은 듯 웃음과 인사를 수줍게 건네고 공기는 더욱더 싱그러워진다.

 

 

작은 시골마을까지 온 것은 여기에 '봉제수스'라는 세계문화유산이 있기 때문이다. 18세기 후반 멘데스라는 포르투갈인이 언덕에 세운 봉제수스 테마토지뇨스성당을 중심으로 브라질의 미켈란젤로라 불리는 알레이자디뉴(본명은 리스보아)가 성당에 오르는 길 곳곳에 예수의 마지막 수난을 상징하는 6개의 작은 예배당을 설치한 성역이다. 

 

이 언덕은 그래서 예루살렘의 골고다언덕과 비아돌로로사를 상징하기도 한다. 언덕 밑에서 보는 시각적 감흥은 이 곳의 공기만큼이나 싱그럽다. 언덕 옆에 자리잡은 작은 예배당(사진의 하얀 건물)에는 알레이자디뉴가 일생동안 만들어낸 조각작품들이 있다.

 

 

그 중 한 조각작품이다. 조각작품들은 최후의 만찬, 가시관, 포박 등의 장면을 재현해냈다. 유럽의 그것에 비해 인물의 동작이나 표정에서 세련된 맛을 찾기는 쉽지 않지만 남미 특유의 투박하고 거친 느낌이 인상적인 조각이다. 아마 흑인 노예와 유럽인 사이의 혼혈로 태어난 조각가의 기질이 반영되었을 것이다.

 

 

작은 예배당을  차례로 구경하고 나면 마침내 본당이 나온다. 르네상스 양식이 가미된 단촐한 성당이다.

 

 

조각가는 이 성당 주변에 12사도 상을 조각해 설치했는데 그 중 하나다.  

 

 

성당에서 바라본 언덕....예배당이 호위하듯 늘어서있다. 성당 앞 광장을 이렇게 꾸민 예도 드물 것이다. 

 

 

다음날에는 우로 프레토(Ouro Preto)에 갔다. 어제도 그랬지만 오늘도 날씨는 맑지 않다.  벨로리존테에서 2시간 걸려 도착한 버스터미널에서는 시내전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마치 유럽에 온 듯한 풍경의 이 도시는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이다. 내리막길을 따라 20분정도 걸으면 시내 중심가에 도착한다. 마침 이날은 일요일이고 축제날이었다. 광장엔 아이들이 쏟아져나왔고 곳곳에서 무료로 음식을 나눠주고 있었다. 간혹 소나기가 내리긴 했지만 흥겹고 멋진 도시에서의 하루였다.

 

 

우로 프레토의 광장....35mm 네거티브를 고화질로 스캔했더니 사진이 너무 작게 나왔다.

 

 

축제에 너무 마음을 뺏겼는지 리오데자네이로로 가는 야간버스 안에서 나는 온몸이 쑤시는 통에 잠을 제대로 자질 못했다. 새벽에 겨우 잠이 들었는데 곧 눈을 괴롭히는 강렬한 햇빛에 눈을 뜨고 말았다. 리오다!

이제 겨우 새벽 6시 30분인데 햇살은 그야말로 투명하고 찬란하다. 거리의 전광판은 29도를 가르키고 있다.

역시 휴양지답다. 코파카바나행 시내버스를 타고 가면서 느껴지는 도시의 첫인상은 그야말로 경쾌함이다. 삼바축제를 1주일 앞둔 시점이라 많이 염려했지만 다행히 해변 근처 유스호스텔에서 방을 쉽게 구할 수 있었다.

그런데 시설이 너무 좋다. 깨끗하고 하얀 시트에 에어컨, 그리고 별도로 딸린 개인 부엌까지....딱 내스타일이다.

샤워와 밀린 빨래를 마치고 수영복 하나만 달랑 걸치고 시내로 나섰다. 반라의 몸으로 시내를 활보하는 게 조금 어색했지만 그건 내 혼자만의 생각일 뿐이다.

 

리오의 상업중심지...항구근처에 있다. 맛있는 음식점들이 많았는데 가격은 좀 세다......

 

 

 

다시 시내버스를 타고 코르코바도 언덕을 찾아갔다. 아기자기한 카페골목을 따라 올라간 언덕의 초입에는 트램이 있다. 트램은 스위스의 등산열차처럼 궤도전차다. 약 20분 동안 700m의 산 정상에 오르면 신 세계 7대 불가사의로 선정된 높이 30m의 예수 그리스도상이 두 팔을 벌리고 있다. 트램에서 내려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를 번갈아타고 올라가면 멋진 리오의 조망이 한 눈에 들어온다.

 

리오의 변화무쌍한 해안선과 눈부신 백사장, 그리고 저 멀리 리오의 상징이라할 수 있는 슈가로프(당나귀귀처럼 생긴 커다란 바위)가 보인다. 리오가 3대 미항 중 으뜸이라 불리는 이유를 알 것만 같다.

 

 

여기서는 두 팔을 벌리고 사진을 찍는게 모든 관광객들의 프로토타입이 되버렸다.  

 

 

저 멀리 슈가로프가 보이고 그 앞에 펼쳐진 동네가 리오에서도 손꼽히는 부촌 중 하나다. 여기는 보타포고 해변으로 알려져 있는데 부호들의 보트가 즐비하고 고즈넉한 분위기가 멋드러진다.  

 

 

다음날엔 슈가로프를 올랐다. 여기엔 케이블카를 타고 간다. 팡데 아수가르가 정식 명칭인데 마치 설탕덩어리처럼 보였나보다. 코르코바도 언덕보다는 훨씬 낮았지만 풍경은 사뭇 다르다. 케이블카를 중간에 한 번 갈아타고 정상에 갈 수 있다.

 

 

슈가로프 정상에서 바라본 코르코바도 언덕....저 멀리 뾰쪽 솟은 곳에 예수상이 서있다. 정말 그림같은 풍경이다. 구릉지가 많은 도시의 특성과 멋진 해변을 도시의 발전동력으로 삼아 새로운 풍경(landscape)을 창출해낸 노력이 부럽다.

 

 

슈가로프에서 바라본 코파카바나 해변의 전경......가장 대중적이고 유명한 해변이다.

 

 

다음날엔 하루종일 해변가에서 해수욕을 했다. 코코넛오일을 잔뜩 바르고 파라솔을 빌려 일광욕을 하고 있으니 세상이 모두 내 것같다. 가끔 몸을 식힐 겸 바다에 뛰어들었는데 생각보다 경사가 가파르고 파도가 높다. 정말 어떤 때는 내 키보다 높은 파도가 나를 덮치는데 스릴만점이다. 그러다 바보같이 안경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리오에 있는 동안에는 마트에서 쌀과 스프, 과일과 야채를 사다가 직접 볶음밥도 해먹고 상추쌈도 해먹었다. 아침 늦게까지 늘어지게 잠을 자고 게으른 몸짓으로 어슬렁거리다 보니 이번 배낭여행 중 가장 달콤한 휴식의 시간을 가졌던 것같다. 마지막 날 저녁에는 삼바학교를 방문했다. 마침 삼바축제 리허설을 하고 있는데 새벽까지 삼바음악에 몸을 흔드는 사람들 틈에 끼어 나도 골반을 흔들어본다. 정말 흥겨운 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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