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이 넓긴 넓은가보다......볼리비아의 산타 크루즈에서 국경도시 코룸바(Corumba)를 거쳐 캄포 그란데(Campo Grande)까지, 또 여기서 환승하여 브라질리아까지 정확히 63시간 걸렸다.
브라질......신기하게도 국경을 넘자 이제 인디오는 더이상 보이지 않는다. 대신 이제 흑인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언어도 스페인어에서 포르투갈어로 바뀌었다. 난 여행하는 내내 남미 속의 또다른 이국, 브라질의 매력에 흠뻑 빠졌는데 브라질은 모든 면에서 참 독특하다.
첫째, 특유의 온화하면서도 흥겨운 분위기가 온 몸으로 느껴진다. 길거리의 어느 누구도 화난 표정이나 무뚝뚝한 모습을 보기 힘들다. 항상 웃는 얼굴로 나같은 이방인에게 전혀 거리낌없이 말을 걸고 웃어준다. 뭐라도 물어볼라치면 부담없는 친절을 베풀어주고 마지막엔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인다.(마치 그 옜날 CF에서 '따봉'이라 외쳤던 것처럼....여기선 그 제스처가 그냥 습관이다, 인사대신 사용하는데 이게 사람의 기분을 굉장히 기분좋게 만드는 무슨 힘이 있다.) 세상에서 가장 인종차별이 없는 나라라는 명성이 헛말이 아니었다.
둘째, 음식이 정말 맛있다. 난 사실 여행하면서 음식에 대한 관심은 덜한 편이었지만, 딱 세 곳만은 예외였다. 인도, 멕시코 그리고 이 곳 브라질......특히 브라질의 '슈라스코'는 가난한 배낭객들에게는 최고다. 무한정 리필되는, 그것도 부위별로 맛난 고기를 먹을 수 있는 브라질은 천국과도 같은 곳이다.
셋째, 쾌청한 날씨......안데스 산맥에서 그동안 떨고 와서 그런 건지 몰라도 브라질의 날씨는 사람의 기운을 돋우는 무언가가 있다.
넷째, 여행자에 대한 배려가 곳곳에 눈에 띈다. 야간버스는 세상 그 어느 곳에 비해 가격대비 최상이다. 터미널에는 샤워장, 정수기, TV(덕분에 당시 인기드라마의 주제곡 정도는 무슨 말인지 몰라도 흥얼거릴 정도가 되었다.), 푹신한 소파가 있는 전용대합실이 있고, 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유스 호스텔은 최고의 시설을 가지고 있다. 어느 도시든 마치 휴양지에 온 기분으로 도시를 즐길 수 있다.
서비스가 너무 좋은 버스에서 에어컨에 시달리며 아침 7시 30분 브라질의 수도, 브라질리아에 도착했다. 먼저 환전을 하고(환전할 수 있는 은행은 브라질은행 정도가 고작이다. 그러나 커미션이 너무 높아 시티은행이나 보스턴은행을 난 더 추천한다.) 근처 식당에서 요기한 후 본격적으로 시내관광에 나서본다.
브라질리아는 다 아는 것처럼 계획도시다. 행정수도 이전을 위해 처음부터 철저한 계획에 따라 만들어진 도시다. 도시는 위에서 보면 비행기처럼 생겼다. 꼬리부분은 시외터미널, 날개와 몸체가 만나는 부분에 시내환승터미널이 있다. 날개는 주거지역, 이들 지역간 조인트부분에는 상업지역, 몸체 윗부분에는 정부청사가 들어가 있다. 조종석 위치에는 국회의사당과 대통령궁, 법원 등이 위치해 있는 구조다.
<시내환승터미널의 모습>
도시계획은 모더니즘 건축의 거장 '르꼬르뷔제'의 제자 '오스카 니마이어'가 진두지휘했다. 그러나 도시계획 관련 책자에는 이 도시가 실패한 도시로 규정되어 있다. 미래를 내다보고 자동차 중심으로 설계된 도시는 삭막하고, 지역지구가 명확하게 구분된 도시는 연속성이 단절되었으며, 밤에는 사람들이 빠져나가 유령도시가 된다고 적어져있다.
<자동차 중심으로 설계된 가로변>
그러나 도시는 그것이 허허벌판에 인위적으로 창조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그곳에 사는 사람들에 의해 '진화'하며 자신만의 아이덴티티를 만들어낸다. 브라질리아도 마찬가지다. 물론 다른 zone으로의 도보이동은(가령 날개에서 또다른 날개 혹은 몸체로) 불편했다. 하지만 도시 규모를 생각한다면, 처음부터 계획된 도로와 환승시스템은 교통체증을 없애면서도 도시 내부 이동을 편리하게 하였다.(시스템만 알면 나같은 이방인들도 아무 불편없이 사용할 수 있다.)
명확하게 구분된 지역지구도 실제 도시속을 걸어보면 의미가 없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람들은 각 지역을 연결하는 보행자도로를 조그만 광장, 노천카페, 아케이드, 상가 등으로 만들며 휴먼스케일의 연속적인 공간을 재창조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붐볐고, 이제 브라질리아는 모여드는 사람들로 인해 팽창해가는 도시를 어떻게 제어해야할 지를 걱정하고 있었다.
<상업지구 모습>
난 도시가 실패했는지 확신하지 못한다. 솔직히 실패의 기준이 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 곳에도 사람이 살고 있고 자신이 살고 있는 도시를 끊임없이 아름답게 만들어가려는 노력이 있다는 것이다. 유네스코는 이러한 모습을 독특한 인류의 성취물로 보고 1987년 도시 전체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건축가 니마이어는 도시계획 뿐만 아니라 시내에 독특한 건축물들도 많이 남겼다. 시내환승터미널을 벗어나 정부청사지구로 향하면 나타나는 대성당의 모습은 과거 그 어떤 성당과도 닮지 않았을 정도로 파격적이다.
<대성당의 위용...그 뒤편에 있는 건물들이 정부청사들>
<마치 유대교의 메노라(촛대)를 닮은 대성당의 종탑......콘크리트의 가소성을 맘껏 활용한 조각 작품이다>
<대성당 주출입구 부분....입구가 지하를 향해 나있다.>
<주출입구에 늘어선 조각상 중 하나>
<성당 내부...제단을 향해 본 모습...천사가 날아다니고 콘크리트 건물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가볍게 부유하는 듯한 모습이다.>
<천막같기도 한데...문득 핀란드 헬싱키에 있는 암굴교회가 생각났다.>
<대성당 천장의 모습......부드럽게 휘어진 콘크리트의 유연성....그는 콘크리트로 자유로운 형태를 추구하던 르꼬르뷔제의 후기 양식에서 영감을 많이 얻은 듯하다>
<고해성사실이 앙증맞고 귀엽다>
<제단에 서서 들어온 입구를 바라봄>
<욍부 출입구 쪽을 바라봄......마치 절 입구의 사천왕상을 지나듯...왠지 저 곳을 지나면서 성인들의 심판을 받아야 될 것같은 느낌...>
<성당 뒷편의 세례당 모습...>
<이제 성당을 떠나 북서쪽의 비행기 조종석을 향해 걸어간다. 정부청사들이 열지어 서있고 저 멀리 국회의사당이 일부 보인다.>
<정부청사 건물의 입면 모습>
<브라질 외교부청사>
<역시 자유로운 형태의 콘크리트 사용이 돋보이는 건물이다. 호수에 떠 있는 듯한 조각도 멋스럽다>
<건물은 연못에 떠있는 듯하다. 매일 연못을 건너 출근하는 기분은 어떨까>
<가느다랗고 얇은 콘크리트 기둥과 입면 비례가 상큼한 느낌을 준다,..>
<법무부의 위용..외교부 청사 맞은 편에 있다.>
<법무부도 콘크리트를 사용한 조각같은 건물이다...>
<물을 이용한 시원스런 건물이었다.>
<국회의사당 전경....상원과 하원의 모습이 대칭의 파격을 만들고 있다.>
<지형의 단차를 이용한 구성이다. 상하원이 있는 곳의 바닥면이 도로면과 일치한다.>
<국회의사당은 도시의 중심축에 놓여 있으며 가장 큰 랜드마크이다.>
<마주보고 있는 2개의 건물은 조형적인 가치는 충분하나, 사실 근무하기엔 불편한 게 많을 듯하다>
<접시나 우주선처럼 보이는 건물이 하원건물>
<돔처럼 엎어져 있는 것이 상원건물>
<차를 타고 건물 안에 바로 들어갈 수 있다...방문했을 때 마침 가이드투어가 가능한 시간이었으나 반바지를 입고 있어서 아쉽게도 내부는 보질 못했다.....>
<지하에서 바라본 법무부 건물>
<상원과 하원 건물이 빚어내는 오묘한 조형미는 브라질리아 계획의 백미다>
<국회의사당 뒷편의 삼권광장>
<삼권광장에 있는 Tancredo neves 기념관....그는 1985년 21년간의 군정을 종식시키고 선거에 당선한 야당 후보였으나 취임직전 사망한 불운의 위인이다>
<삼권광장에 자리잡고 있는 대통령실의 위용....기둥의 모습이 특이하다>
<삼권 광장에 서있는 거대한 조각품......외교부 연못에 있던 조각품을 조각했던 예술가 지오르지가 브라질리아 건설을 담당했던 건설노동자들에게 바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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