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배낭여행]/아메리카

남미여행(16)-꾸리찌바 그리고 이구아수폭포

budsmile 2009. 10. 7. 11:38

지도로 보면  정말 가까운 곳인데..브라질 땅덩어리가 커서 우숩게 보였나보다...리오 데자네이로에서 꾸리찌바까지 정확히 12시간 35분이 걸렸다. 브라질의 밤버스는 상당히 편안해서 불편함이 없었다. 아니 오히려 빵빵한 에어컨때문에 추워서 잠을 좀 설치긴 했다.

 

꾸리찌바....책에서 봤던 생태도시의 대명사....브라질 변방의 낙후된 지방도시였던 꾸리찌바는 건축가출신의 시장을 만나면서 일대 개벽을 맞이한다. 나는 그 유명한 교통시스템을 직접 경험하고 싶어 터미널에 내리자마자 버스정류장으로 달려갔다.

 

특별한 목적지 없이 나는 버스를 타고 내리길 반복하며 반나절을 보냈다. 그리고 꾸리찌바의 시스템에 홀딱 반해버렸다. 재정이 빈약한 점을 감안해, 버스를 지하철처럼 만들겠다는 시장의 야심은 완벽히 실현된 듯하다. 지금 서울에서 실시중인 중앙차로제, 이중굴절버스, 환승시스템, 지선/간선/광역별 번호정비 및 색깔통일 등은 모두 꾸리찌바의 아이디어에서 나온 듯했다.

 

 

꾸리찌바의 시내버스 노선도...마치 우리네 지하철 노선도를 보는 듯하다. 몇 개의 주요 환승터미널에서 이루어지는 환승방식도 지하철을 갈아타는 것과 동일하다.

 

 

꾸리찌바의 버스 정류장모습이다. 사람들은 표를 끊고(아직까지 입구에서 표를 파는 사람이 따로 있다.) 원통형 정류장에 대기하면 버스가 와서 지하철처럼 정확히 입구에 서주는 버스에 차례로 탑승한다. 당연히 차량이 한꺼번에 몇 대가 와도 내가 탈 차를 향해 뛰어갈 필요가 없다. 장애인은 바닥에 있는 리프트를 이용해 정류장으로 진입이 가능하다.

 

꾸리찌바의 놀라운 발상의 전환은 다른 곳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바로 시내중심가의 보행자도로다. 당초 이 길은 보행자도로가 아닌 복잡한 차량도로였다. 시장은 주변상인들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일요일 새벽 이 길을 보행자도로로 바꿔버렸다. 결과는 놀라웠다. 퇴락해가던 중심가 상권은 인구이동이 늘면서 덩달아 매출이 늘었고, 중심가는 쾌적한 환경으로 더욱더 많은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차량 접근이 좋아야 장사가 잘된다는 기존 관념을 뒤바꿔 버린 사건이었다.

 

<여기가 바로 꽃의 거리>

 

꾸리찌바에서 저녁 9시에 출발한 버스는 다음날 오전 6시쯤 Foz do Iguacu에 도착했다. 그 유명한 이구아수 폭포가 있는 도시다. 정말 조그마한 곳인데 수많은 관광객들로 북적북적했다.

 

이구아수 폭포는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국경에 걸쳐있다. 도시에서 마이크로 버스를 타고 30분을 달리면 이구아수 국립공원 입구에 도착한다. 티켓을 끊고 이제 2층 버스로 갈아탄 후 약 2Km를 더 들어가면 갑자기 어디선가 웅장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하지만 폭포는 보이질 않는다. 버스에 내려 계곡 옆 벼랑 사이로 난 길로 들어서면 드디어 폭포가 하나씩 시야에 들어온다.

 

이구아수의 하이라이트는 '악마의 숨통'이라 불리는 폭포다. 이 악마의 숨통을 제외한 폭포들은 모두 아르헨티나쪽에서 흘러떨어진다. 따라서 아르헨티나 측에서는 배를 타고 나가야지만 폭포를 볼 수 있고, 브라질에서는 산책로를 따라 이 모든 광경을 파노라마처럼 즐길 수 있는 차이가 있다.

 

 

 

 버스에서 내리면 바로 아르헨티나 측 폭포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압도적인 수량과 스케일, 그리고 굉음소리에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감동적이다.

 

 

 

 

 

 

 

산책길을 따라 올라가면 제일 마지막에 나타나는 것이 바로 악마의 숨통이다. 말이 폭포이지 아예 바닥이 보이지 않고 물안개만 보일 정도인데, 옆사람과 대화도 불가능하다. 피처럼 쏟아지는 붉은 흙탕물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여기선 아예 윗옷을 벗고 다니는 게 더 나은데, 금새 젖어버리기 때문이다. 

 

 

악마의 숨통을 좀 더 자세히 볼 수 있도록 주변엔 다리가 놓여있다. 어떻게 이런 시설을 폭포 위에 건설했는지 그게 더 불가사의하지만 이 다리 위에 서서 폭포를 바라볼 때의 감동은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그 다리에서 보면 폭포가 떨어지기 직전의 모습도 볼 수 있다. 시선을 고정하고 있으면 마치 폭포 속으로 내가 빨려들어갈 듯한 착각까지 일으킨다.

 

 

악마의 숨통에서 일어나는 물보라는 폭포의 2배 이상 높이로 치솟으며 멀리서보면 불이 난 듯한 착각마저 들게 한다. 몸에서 흐르는 것이 땀인지 물인지 구분이 되질 않을 정도로 흠뻑 젖는다.

 

 

 이구아수 폭포가 주는 감흥은 쉽게 가라앉질 않아 다음날에도 모기에 사정없이 물어뜯긴(정말 많다.) 몸을 이끌고 폭포에 올랐다. 이번엔 폭포 올라가는 길에 사파리를 들렀다. 조그만 짚차를 타고 원숭이들이 많이 사는 밀림 속을 통과해 폭포 아래쪽으로 내려간다. 그리고 여기서 다시 보트를 갈아타고 폭포바로 밑까지 가보는 투어다. 비옷을 입고 사진기는 젖지 않게 비닐로 감쌌지만 소용없다. 폭포 밑으로 다가가자 앞이 보이지 않는다. 옷은 완전히 젖어버렸고 사진찍을 엄두는 더더욱 나지 않았다. 하지만 스릴 만점이었다. 같이 탄 사람들이 환호성을 지르자 신이 났던지 보트 운전기사가 폭포를 향해 수도 없이 돌진하며 사람들의 원초적 두려움과 흥분을 자아낸다.

 

 

이구아수 폭포 근처는 파라과이와 국경선을 맞대고 있다. 파라과이 국경 너머 Ciudad del este라 불리는 이 곳은 면세구역으로 비자면제도 된다. 하지만 분위기는 조금 살벌하다. 환전소에 갔더니 군복까지 차려입은 군인들이 입구에서 환전창구까지 양 옆으로 일렬종대 총을 들고 줄을 서 있다. 복대에서 돈을 꺼내려고 호주머니에 손을 집어 넣는 순간 그 무시무시한 큰 총을 한꺼번에 모든 군인들이 장전하는데 어찌나 살벌하면서도 웃음이 나오던지.....아마 은행강도들이 많은 모양이다. 암튼 환전하다 총에 맞을 뻔 했다는.....

 

 

이구아수 폭포의 장관을 뒤로 하고 15시간의 버스를 타고 브라질 제1의 상업도시 상파울루에 왔다. 특이할 점은 이 곳엔 일본인들이 눈에 많이 띈다는 것이다. 관광객들이 아니라 이민자들로....알고 보니 브라질엔 일본인, 그 중에서도 오키나와 출신들이 많다는데 본토인들에게 핍박받아 이민온 사람들이 많다고...반면 아르헨티나엔 본토 일본인들이 많이 정착했는데 역시 이 곳에서도 두 집단간에 사이가 좋지 않다고 한다.

 

암튼 이 곳에서 만난 브라질 사람들은 모두 나에게 소매치기나 강도를 조심하라고 신신당부한다. 역시 범죄가 많은 도시 명성 그대로다. 하지만 도시는 현대식 건물들이 즐비하다. 브라질에서의 마지막 밤이다. 시내를 간단히 둘러보고 숙소로 돌아와 라면을 끓이고 맥주 한 병을 마시며 브라질과 작별의 시간을 가졌다.

 

<상파울루 국립극장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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