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바스 아저씨와 함께 다시 시내중심가인 아미르차크마르 광장으로 돌아왔다...
모스크 입면을 본떠 만든, 3층짜리 거대한 기념물이다...
아랫층에는 바자르가 있고....주변에는 모스크도 있다..
1층에는 올라가볼 수 있다고 론리플래닛은 그랬는데...그리고 물박물관도 있었는데......
무슨 일인지...오늘은 모두 문이 닫혔다....흠....
암튼 복잡한 구시가에서 널따란 광장을 가진, 완벽한 비례감의 구조물이 멋지다...
광장에 보이는 저 목조구조물은 아슈라라고 하는 이슬람 행사때 사용되는 것이라고 한다...
처음엔 건물인 줄 알았다....그런데 뒤를 보니...헉....아무것도 없다..ㅎ
마치 인도 자이푸르에서 보았던, 하와마할과 같은...파사드만 있는......
광장 한 켠에 있는 광장과 같은 이름의 아미르 차크마르 모스크다...
광장 옆 집들이 밀집된 골목으로 무작정 들어가보았다..
먼저 4개의 거대한 바드지르가 우뚝 서 있는 건물이 보인다..
여긴 '주룩하네'라고 하는 페르시아 전통 무술을 하는 체육관이다....
야즈드는 사막도시인 탓에, 저 천연에어컨 역할을 하는 바드지르가 도시의 스카이라인을 결정한다..
도시 곳곳에서 저 바드지르를 쉽게 볼 수 있다...
건조시킨 진흙으로 만들어진 도시는 정말 붉은빛이 감돈다....참 독특한 풍경이다...
점심때가 되어 압바스와 함께 호텔로 돌아왔다...
그리고 같이 호텔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오늘 차량 운전하고 가이드한 비용으로 60만 리얄을 건넸다...
그가 어제 부른 값은 10만 리얄이었지만, 주변 사람들로부터 너무 싸다고 핀잔까지 받은 그다..
압바스는 생각지도 않은 금액이었는지 적잖게 놀란다..
나는 웃으며 아이들에게 주는 것이라고 했다....아침에 그의 아이들을 보니 우리 아이들이 생각났고...
무엇보다 착한 마음씀씀이에 대한 감사의 표시였다...
(아침에 돌랏 아바드에서 차 마시자고 내가 데려갔지만, 잔돈이 없어 난감한 상황이 되었을 때
압바스가 냉큼 지불해주었다....ㅎ)
이런 분들한테 이렇게 쓰는 돈은 정말 하나도 아깝지 않다.....
오늘 번 돈으로 와이프에게 기도 펴고, 아이들에게 아이스크림이라도 하나씩 물려주며
아빠노릇 했으면 좋겠다...
식사를 마치고 압바스와 헤어졌다....저녁 10시에 다시 와서 나를 터미널에 데려다주기로 하고...
오늘 원래 체크아웃이 2시인데....내가 자정쯤 야간버스를 탈 거라고 하면서...
혹시나 하고 종업원들에게 이야기했는데
오후 6시까지 방을 쓰라고 한다.......(종업원들이 모두 여성들인데...정말 그들의 친절은 항상 감동적이다...)
덕분에 스케줄을 조금 바꿔, 점심을 먹자마자 바로 구시가로 향했다...
좀 덥긴 했지만, 얼른 구시가를 구경하고 조금 일찍 돌아와 버스타기 전 샤워도 하고 좀 쉴 요량이었다...
밖으로 나오니 정말 덥다...ㅎ
오후 1시 30분쯤 길을 나섰는데, 태양의 열기가 그대로 피부에 내리꽂힌다....
상점들도 대부분 문을 닫아 거리는 한산했다...
하지만 덕분에 구시가의 호젓한 분위기를 흠뻑 누리고 왔다....
(야즈드의 구시가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의 잠정목록에 올라와 있을 정도로 역사가 오래되었다.....)
구시가는 자메모스크에서부터 시작하는데.....나는 제일 먼저 구시가 제일 끝에 있는
부유한 상인의 집이었던 '라리의 집'부터 역순으로 보고 나오기로 했다...
이란이 그렇게 관광인프라가 잘 갖춰진 것은 아니어서.....안내표지판이 잘 되어 있지 않다...
인터넷도 안되고....그냥 론리플래닛 지도를 보면서 감각적으로 그 미로같은 골목길을 헤집고 다녀야 한다...
드디어 라리의 집 발견....골목 안쪽으로 오른쪽에 보이는 첫집이다...ㅎ
입구가 골목길보다 단차가 더 낮다..
영어 하나 없는 대문 위 저 무심한 안내표식이란...찾아놓고도..저게 제대로 찾은 건지 한참을 생각해야 한다는...ㅎ
부유한 상인의 집 답게 규모가 상당하다...방들도 많고.....가운데 중정을 둘러싼 구조다...
역시 영어라고는 하나 없는...ㅋ
이 전통가옥은 카자르 시대의 표본이라 볼 수 있다고 한다...무려 150년이나 된 저택인데, 보존상태가 꽤 괜찮았다...
둘러보다보면 이 주택은 야즈드의 살인적인 더위를 잘 극복할 수 있는 페르시아의 전통기술이 집약되어 있다.
우선 중정형 주택의 가운데에는 예의 연못과 정원을 두었다...
중정 양 옆의 각 방들은 중정에서 직접 통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데,
출입문의 맞은편은 방이 아니라 뻥 뚫린 홀로 되어 있다..한 눈에 봐도 그 홀이 사랑방 역할을 할 것같다...
이 사랑방에는 역시 바드지르가 설치되어 거기서 나오는 시원한 바람이 공기의 흐름을 유도한다....
에어컨이나 선풍기가 없이도 여름을 보낼 수 있을 듯....정말 시원하다..
각 방들은 이렇게 생겼다...
서양식 복장의 여성 사진들이 있는 걸 보면, 이슬람 원리주의 국가를 표방한 이란에 대한 얼마나 많은 선입견을 가져왔는 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내 생각에는, 오히려 다른 아랍국가들보다도 더 개방적이고 융통성있는 국가가 이란인 듯....
이슬람의 교리도 그네들의 자유분방하고 포용적인 대륙기질을 감출 수는 없었던 듯....ㅎ
마당 한 켠에는 지하의 카나트로 내려가는 계단이 나있다..
카나트는 지하관개수로를 이용하는 페르시아 만의 독특한 관개시스템이다..
이란의 강들은 수원지에서 흐르다가 모두 땅속으로 스며들어버리는데.....페르시아 사람들은 이를 지하 관개수로로 개발해
농업용수로, 생활용수로 사용해왔다......멋진 시스템이다...(이 카나트는 결국 2016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지하의 물은 분수로 만들어져 때로는 각 방을 돌며 열기를 빼가도록 설계되기도 하고....
저렇게 분수 주변에 의자를 만들어 휴식과 목욕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지기도 한다....
이제 다시 골목길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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