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배낭여행]/중동

이란배낭여행(11) 이스파한-이란에서 가장 큰 모스크, 자메모스크

budsmile 2014. 8. 20. 18:04

자메모스크......자메는 '금요일'이라는 뜻이고, 무슬림들은 금요일이 기도를 하는 휴일이기 때문에 '자메모스크'라는 말에는 별 뜻은 없고 그 도시의 메인 모스크역할을 하는 곳이라는 의미로 통용된다. 이란에도 각 도시별로 자메모스크라는 이름의 모스크가 모두 있는데, 이스파한의 자메모스크가 이란에서 제일 크고 오래되었다. 이런 점을 인정받아 2012년에 세계문화유산으로도 등재되었다.

 

이맘광장 북서쪽으로 바자르를 거쳐 한참을 걸어올라가다보면 나오는데, 시장통에서 찾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물어물어 찾아갔는데, 솔직히 어떻게 갔는지 설명하라면 모르겠다. 그만큼 복잡했다.

 

 

여기가 자메모스크의 입구이다. 규모에 비해 소박한 형태의 입구......시장통 한가운데 있어 사실 그냥 지나칠 수도 있다.

 

 

워낙 규모가 크고 볼게 많아 이렇게 입구에는 주요 포토포인트를 따로 그려놨다. 가운데 중정을 두고 동서남북에 기도실이 있는 구조이다. 원래 조로아스터교의 성지를 후에 모스크로 바꾼 것이라 곳곳에 조로아스터교의 상징들도 눈에 많이 띈다. 약 2만 제곱미터의 면적인데, 처음 셀주크투르크가 11세기 모스크로 용도변경한 이후 12세기에 화재로 남측과 북측의 돔만 살아남았고, 1121년에 재건되어 사파비 왕조의 특징까지 혼합되어 있다.

 

 

모형으로 보니 훨씬 이해가 잘 된다. 모형 제일 아래쪽이 동쪽인데, 내가 방금 들어온 입구가 보인다. 중정의 4면 파사드는 각각 동서남북의 이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메인 파사드는 남측 이완이다.(모형 중 2개의 미나렛이 있는 이완)

 

 

티켓을 끊고 입구에서 중정으로 들어가본다. 입구에서 한 발짝 안으로 들어선 순간, 바깥의 번잡함은 널찍하고 시원스런 차분함으로 대체되었다.

 

 

바로 여기가 남측이완의 모습......역시 시원한 페르시안 블루에 청량감을 주는 비례와 조형감이 눈을 상쾌하게 만든다.

 

자메모스크는 가운데 사각형의 중정을 두고 각 4면에 돔을 가진 이완을 둔 형태인데, 여기에 처음 있었던 조로아스터교 사원을 천 년에 걸쳐 증개축하는 과정에서 사산조 페르시아 왕궁을 모델로 삼아 완성된 것이다. 그리고 이 모델은 결국 이슬람 모스크의 전형이 된다.

 

 

서측이완의 화려한 모습......연베이지 색감이 따스한 느낌을 준다. 중정 가운데 있는 식탁같이 생긴 저 분수는 기도 전 몸을 씻는 세정분수인데, 메카의 카바신전 것을 본땄다고 한다. 중저을 둘러싸고 있는 2층의 포치들은 모두 15세기 후반에 모스크 형식을 갖춰 추가로 만들어진 것들이라 한다. 이완 옆에는 호메이니와 하메네이의 벽화가 그려져 있다.

 

 

서측이완은 본래 셀주크시대 때 만들어진 것이지만, 사파비시절 화려하게 장식되었다. 네모난 형태의 상형문자 처럼 보이는 것은 '알라'(이슬람의 절대신), '마호멧'(이슬람의 최고 선지자)', '알리'(마호멧의 사촌이자 사위인 4대 칼리프로 시아파에서 믿는 정통 마호멧 후계자)의 이름을 형상화한 문자이다. 이란에 있는 대부분의 모스크에서 이 그림문자를 볼 수 있다.

 

 

남측 이완부터 들어가 본다.......이완입구에는 벽 하부를 다음과 같이 페르시안 블루 타일로 화려하게 장식해 놓았다. 아래쪽 사진에서 보이는 장식 한 가운데 있는 네모 안에도 아까 3명의 시아파 중요 인물들의 이름을 한데 모아 새겨놨다.

 

 

이슬람의 이 화려한 아라베스크 문양은 18세기 후반 이후 서구로 전래되었고, 9세기 아르누보 운동이 벌어지던 서양에서 벽지 패턴으로 자리잡게 된다.

 

 

과거 조로아스터교의 문양도 볼 수 있다. 없애지 않고 그대로 문양의 일부로 살렸다.

 

 

남측이완에 들어서면 기둥들이 열지어 장관을 이루는 기도실(셀주크 시대에는 여기가 도서관이었다고 한다)이 나오고 조금 더 깊숙이 들어가면 니잠-알-물크 돔(Nezam al-Molk Dome)이라 명명한 큰 돔이 있는 방이 나온다. 셀주크 시대 위대한 재상의 이름을 본딴 홀인데, 이민족(투르크계)의 지배속에서도 페르시아인 재상을 기용해 문화융성 시대를 이뤘다고 한다. (하지만 시아파에 대한 탄압으로 인해 과격한 시아 이스마일파에게 결국 재상은 암살당하고 만다. 그리고 그 때 모스크의 대부분이 파괴되었다고 한다.)

 

 

천장을 올려다보니 거대한 돔에 저절로 경탄이 나온다. 1000년 전 순전히 벽돌로만 쌓아올린 돔인데, 높이가 34미터, 직경이 12미터나 된다. 이전에는 4각, 8각 등으로 지어지다가 셀주크 시대 비로소 완벽한 원형의 돔을 만들어냈는데, 이 돔은 그 중에서도 안쪽 돔과 바깥쪽 돔으로 구성된 최초의 이중돔이다. 커다란 돔은 하중처리가 관건인데, 하중을 받을 수 있는 구조물들을 이중 돔 사이에 숨겨서 미적으로나, 기능적으로도 완벽한 구조물이 된다. 11세기에 벌써 이러한 공법과 기술을 가지고 있었다는 게 놀랍다.

 

피렌체의 두오모의 유명한 돔도 직경 43미터의 이중돔으로 되어 있다. 13세기 후반에 공사를 시작하였으나, 돔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이 없어서 이를 공모에 부쳤고, 브루넬레스키가 이슬람의 이중돔 형식을 연구하여 마침내 성공한 것이 15세기 초......이로 인해 마침내 르네상스가 열렸으니, 내가 지금 보고 있는 돔이 서구 르네상스의 최초 시발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돔을 올려다본 모습......조금 어두운 공간인데, 벽돌로만 이런 건물을 짓다니......전율이 느껴질 정도였다.

 

 

이 홀은 재료의 물성이 그대로 드러나도록 장식이 절제되어 있었는데, 예외적으로 장식된 부분이 눈에 띈다. 바로 미흐랍! 메카를 가르켜 기도방향을 제시해주는 모스크의 가장 중요한 공간이다. 여기서는 꽃병 같은 곳에서 불이 솟아오르는 듯한 조로아스터 시대의 문양을 그대로 사용했고, 그 주위를 청색 타일로 둘렀다.

 

 

이제 남측에서 서측으로 기도실을 따라 이동해본다.

 

 

여기저기 벽돌로 쌓은 돔들과 이를 지탱하기 위해 리브(뼈처럼 생겨 지진 등을 막아내는 구조)를 역시 기하학적으로 올린 모습에서 심플하면서도 날 것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벽돌 구조가 이렇게 함초롬한 느낌을 주다니......

 

 

이것 역시 불을 넣어두던 조로아스터교 시절의 유산이다.

 

 

장식된 기둥과 벽돌벽이 이 사원의 지난한 역사를 말해주는 듯하다.

 

 

기둥 위의 첨두형 아치가 마치 서양의 어느 성당에 온 듯하다.

 

 

가만 보면, 기둥에 이런 디테일한 당초문양이 새겨져 있다.

 

 

과거 사산조 시절의 벽을 후대에 회칠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서측 이완의 북쪽에는 일한국 왕인 을제이투(Uljeitu)가 1310년 만든 작은 방이 있다. 그리고 이 방에는 자메모스크가 자랑하는 보물, 미흐랍(메카를 가르쳐주는 벽)과 민바르(종교지도자가 설교하는 단)가 있다.

 

칭키스칸의 손자인 훌라구가 1258년 아랍의 압바스 왕조를 멸망시키고 이란 지역에 세운 것이 바로 일한국이다. 을제이투는 바로 일한국의 8대 왕인데, 삼촌인 제7대 왕 가잔이 불교를 버리고 무슬림으로 개종한 후 이룩한 중흥시대를 이어받아 신께 감사하는 뜻으로 이런 명작품을 남긴 것이다.

 

 

미흐랍은 코란문구와 아라베스크 문양을 혼합한 정교하고도 화려한 맛이 일품인데, 보고 있기만 해도 그 아름다움에 빨려들 수밖에 없을 정도로 매력이 넘친다.

 

 

더블클릭을 하시면 이미지를 수정할 수 있습니다

 

 

민바르는 2개가 있는데 왼쪽에 있는 7단의 것이 더 오래된 것이라 한다. 역시 아라베스크 장식이 단아한 느낌을 준다.

 

 

을제이투 기도실의 천장은 벽돌 줄눈이 만들어내는 문양이 이채로운데, 지극한 정성이 느껴진다.

 

 

서측 부분으로 깊숙이 들어가면, 겨울기도실(Winter Hall)이라는 곳이 나온다. 다른 곳과는 분위기가 독특한데, 자세히 보면 몽골의 게르(유목민의 이동식 천막)을 닮은 구조다. 마치 가우디의 작품을 보는 듯......

 

실제 이 부분은 티무르 왕조 시절인 1447년에 지어진 것이다.

티무르는 1349년에 채 100년도 안 된 일한국을 멸망시키고 티무르왕조를 세우는데, 자신들이 활약하던 중앙아시아의 초원을 그리워하며 이런 모양의 기도실을 만들어낸 것이다.

 

 

 

이제 서측을 떠나 북측으로 기도실을 따라 이동한다. 여긴 또 남측과 서측과는 또 다른데, 벽돌을 포개듯이 아무렇게나 쌓은 듯 약간 엉성한 모습이 눈에 띈다. 하지만 거기서 느껴지는 것은 오히려 남성스러운 힘과 거친 역동성이다. 이 사원은 마치 벽돌쌓기의 다양한 신공을 보여주는 듯하다. 돔의 정중앙에는 마치 로마의 판테온처럼 구멍을 뚫어놓아 환기와 채광의 기능을 담당토록 하고 있다.

 

 

이런 열주실을 통과하게 되면 제일 북측에 타지-알-몰크 돔(Taj al-Molk Dome)이라 명명된 방을 만날 수 있다.

 

 

타지-알-몰크 돔은 이란에 있는 돔 중 가장 정교한 벽돌 돔이라 하는데, 조금 작긴 하지만 수학적으로 완벽해 지난 900년 이상 동안 수없이 많은 지진에도 끄떡없이 버텨왔다고 한다.

 

 

돔을 받치고 있는 하부 구조물들......벽 안으로 기둥을 감추고 있어 돔이 사뿐히 머리위로 떠올라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제 북측 이완을 통해 밖으로 나왔다.

 

 

관람을 거의 끝낼 무렵, 이란 아저씨 한 분이 나에게 다가와 말을 건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어디로 갈 거냐고 물어 다시 이맘광장으로 갈거라고 했더니 자기가 안내를 하겠단다.(이슬람 국가에서 이런 경우는 통상 나중에 그 수고비를 청구한다는 것을 나는 이제 알고 있다.) 사실 자메모스크는 시장 한 가운데 있고, 여기서 이맘광장까지 이어지는 보졸그 바자르는 미로처럼 얽혀있어 모른척 도움을 받기로 했다. 이왕 돈 줄 거, 나는 시장통에 숨겨진 명소나 잘 소개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제 뛰는 넘 위에 나는 넘이 된 건가? ㅎㅎ

 

Flag Coun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