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배낭여행]/중동

이란배낭여행(12) 이스파한- 구석구석, 보졸그바자르 풍경

budsmile 2014. 8. 27. 13:17

자메모스크에서 이맘광장까지 약 1.7km는 보졸그바자르이다. 타브리즈(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바자르)와 테헤란 만큼 이란내에서 역사가 오래된 바자르이다. 시장 길은 모두 작은 돔으로 된 천장으로 덮여 있는데, 일부는 1,000년도 더 된 것들이라 한다. 미로처럼 얽히고 얽힌 길로 되어 있어, 론리플래닛이 추천해주는 길을 따라 나서보지만 지도는 금새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그래서 아예 지도를 덮고, 자메모스크에서 만난 아저씨가 인도하는 대로 발걸음을 떼본다.

 

자메모스크를 나와 바자르에 들어서기 전, 길 옆으로 미나렛이 보이고 또다른 모스크가 나타난다. 이슬람 지역의 전형적인 거리풍경인데, 자메모스크처럼 관광지화된 모스크가 아니라 동네교회처럼 진짜 서민들이 이용하는 조그만 모스크들이다. 볼만한 것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서 오히려 더더욱 사람냄새나는, 진짜 이란의 속살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또다른 모스크......입구 오른쪽에는 호메이니와 하메네이가, 왼쪽에는 아마 이 모스크의 주인공인 듯한 인물들이 그려져있다. 자세히는 모르겠으나, 아마 이란-이라크 전쟁때의 순교자이거나 이 지역 출신 종교지도자 정도 될 것이다.

 

 

내부로 들어서자 이런 인물화들도 그려져있다. 인물화조차 우상숭배라 여기는 이슬람 세계에서 독특한 일이다. 아마 페르시아 회화의 오래된 전통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그림을 자세히 보면 천사도 등장하고, 어린이가 그린 듯,  만화처럼 뭔가 엉성하지만 재미있는 표정들도 있다.

 

 

혁명을 통해 이슬람 신정체제를 구축한 이란이지만, 그래서 이슬람 원리주의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이란이지만, 실상은 중동의 다른 수니파 국가들보다는 훨씬 자유분방하고 너그러움이 엿보이기도 해 깜놀할 때도 많다. 여기서는 사우디처럼 여자의 운전금지나 정치불가 개념이 없으며, 눈만 내놔야 하는 히잡 대신 머리만 가볍게 덮는 형식적인 루싸리가 패션아이템이 되기도 한다. 생각해보면, 이런 관용정책은 저 옛날, 유대인들의 종교적 자유와 함께 바빌론 유수를 풀어주고, 그리스와의 전쟁때 저 유명한 살라미스해전으로 자신들에게 패배를 안겼던 아테네의 총사령관 데미스토클레스(영화 '300 제국의 부활'을 통해 이미 익숙한 이름이리라)의 망명을 흔쾌히 받아들이는 대국적 기질에서부터 비롯된 것이리라. 이란을 볼 때 굳이 경직된 시아파 원리주의 국가라는 종교적 선입견만을 금과옥조처럼 받아들일 필요는 없을듯......

 

 

시아파에서 중요한 알라, 마호멧, 알리의 이름이 형상화된 그림문자로 가득찬 벽......사람들은 그저 여기서 꾸란을 읽고, 잠을 자고, 이야기를 나눈다. 모스크는 이네들에게는 사랑방이자 공회당, 종교시설이자 마을회관 같은 일상인 것이다.

 

 

모스크를 나와 조금 더 걷자 마드레사가 눈에 띈다. 마드레사는 일종의 종교학교이다. 입구의 나무문에는 손잡이 고리가 달려있는데, 모양이 서로 다르다. 오른쪽이 여성용, 왼쪽이 남성용이다. 모양이 다른 만큼, 소리만 듣고도 방문객의 성별을 알 수 있다고 한다.

 

 

어둡게 나와서 잘 안보이지만, 저 수많은 신발만큼 많은 젊은이들이 저 방에서 꾸란을 읽으며 공부하고 있었다.

 

 

마드레사는 중정을 가운데 두고 사방을 건물이 에워싼 형식이다.

 

 

시장 담벼락인데, 역시 알라와 마호멧, 알리의 이름을 형상화한 그림문자로 장식된 타일벽에서 정성을 느낄 수 있다.

 

 

시장을 휘젓고 다니다 발견한 하킴모스크..... 이스파한에서 가장 오래된 모스크라고 하는데, 깊숙한 곳에 자리잡고 있어서 현지인의 안내가 아니면 찾기 힘들었을 것이다. 긴 세월동안 무너지고 복구하기를 여러차례 반복했겠지만, 옹색하게 생긴 이 북쪽 입구만은 1000년전의 모습 그대로란다.

 

 

북적북적한 시장통은 사라지고 갑자기 조용한 공간으로의 전이......

 

 

작은 모스크이지만 공력과 정성은 어느 모스크 못지않다.

 

 

 

보수중이라 조금 어수선했지만, 안정된 비례와 차분한 디테일이 마음에 드는 모스크였다.

 

 

지붕덮인 미로같은 시장을 요리조리 구경다니다 발견한 말렉 팀체(Malek Timcheh)......카자르시대 건물인데, 3개의 연속된 볼트가 인상적이다.

 

 

말렉 팀체 바로 옆에는 M S Khan이라 불리는 오래된 카라반사라이 건물이 있다. 즉, 대상들의 숙소이다. 마당은 낙타나 말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이다.

 

 

시장의 전반적인 모습은 이러하다. 조금 어두웠지만 시원했고, 천장의 뚫린 구멍에서 쏟아지는 빛들은 특유의 신비스런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마치 자메모스크의 벽돌돔을 다시 보는 듯......

 

 

 

물담배나 향로 등을 파는 가게......

 

 

페르시안 블루가 멋진 도자기를 파는 가게......

 

 

시장의 남쪽끝은 이 문을 통해 이맘광장으로 연결된다. 이맘광장의 북쪽, 그러니까 이맘모스크와 대칭인 곳에 바로 이렇게 바자르로 들어가는 께사리에 문(Qeysarieh Portal)이 있다. 아름다운 타일과 최근에 복원된 벽화가 멋진 문이다. 시장입구가 이렇게 멋있어도 되는 건가요?

 

 

전면에 그려진 벽화는 17세기 페르시아 화가 레자 압바시(Reza Abbasi)의 그림으로, 압바스 황제의 우즈벡과의 전투장면을 묘사한 것이다.

 

 

옆면에도 연회 장면 등이 그려져 있다.

 

 

여기는 천장부분......알리카푸 궁전의 꼭대기를 보는 듯한 착각......

 

 

다시 이맘광장으로 돌아온 나는, 내 눈속에 광장의 아름다움을 다시 한 번 꼭꼭 집어넣은 다음 이스파한과의 아쉬운 작별을 고했다.

 

오후 3시 30분, 나는 Kave 터미널에서 야즈드(Yazd)로 가는 버스를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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