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로아스터 유적들을 구경한 후 나는 도시의 북서쪽에 있는 돌랏아바드 정원으로 향한다. 카림 한 황제가 잠시 거처했다는 곳인데 1750년경에 세워졌고, 이 정원 역시 지난 2011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페르시안 정원 9개 중 하나이다.
그런데 입구찾기가 힘들었다......영국식 정원처럼 개방된 것이 아니라, 건물 벽 속에 꽁꽁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현지인들에게 물어봐도 그런 이름 처음 들어본다는 반응들이다......헐!!
암튼 어렵사리 입구를 찾았다.....어떤 안내표지판도 없이 덩그러니 열린 저 문이 입구다...ㅎㅎ....큰 대로변도 아니고, 골목골목을 휘집고 돌아다닌 끝에 발견했다......왕이 기거하던 정원 치고 입구가 너무 소박하지 않나? 내 선입견인가?
그래도 출입문 위에는 아랍어와 함께 영어로 돌랏아바드 가든이라는 이름이 선명하다.
4만 리얄의 입장료를 내고 내부로 들어가면 보이는 첫 모습......위풍당당한 바드지르가 눈길을 끈다......약간 폐쇄적인 공간이지만 비례감과 조형감이 파란색 하늘만큼이나 청량하다......
이 정원에 세워진 건물들은 1960년대에 무너진 이후 다시 세워진 것들이라 하니 그리 오래된 것들은 아니다. 그래서일까? 여기저기 공사중이고 마치 미완의 건물처럼 남아있는 게 많아서 조금 황량한 느낌도 든다......그래도 저 탑은 나중에 쉬라즈에서 보게 될 카림한의 요새(궁전) 디자인이 남아있다......사진 한 구석에 보이는 것처럼 정원 곳곳에 수로가 설치되어 있어 나무나 화초를 키울 수 있다.....
야즈드는 전반적으로 사막 한 가운데 세워진 도시라 황량한 느낌이 강한데, 여기오니 마치 숲에 온 듯한 느낌이랄까......어디서 이 나무들을 키울 물을 끌어왔을까? 궁금증은 잠시 후에......
이 정원의 백미는 기다란 장방형의 분수대와 그 양옆에 도열하듯 서 있는 쭉쭉빵빵 소나무들, 그리고 그 분수대 끝에 아스라이 보이는 건물이다......이 양식은 페르시안 정원의 전통적 구성방식이며 타지마할에서 보듯, 인도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
저 멀리 높은 바드지드를 머리에 얹은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그런데 바드지르 아니었으면 건물이 너무 왜소해 이 공간에 어울리지 않았을 것같다......
마치 공장굴뚝같은 저 바드지르는 높이 33미터에 이르는 바람탑이다......그 밑에 건물은 2층이고......
바드지르로 가는 도중, 신기한 것을 발견했다. 조그만 건물입구였는데, 인부들이 공사를 하기에 가까이 가서 봤더니 지하깊숙이 계단이 연결되어 있다. 바로 우물이었다. 이란은 사막기후이고 지표가 투수층이라 강물도 흐르다가 모두 지하로 숨어버린다. 페르시아 사람들은 그것을 알고 이렇게 우물을 파서 지하수를 이용해 정원을 만들고, 그 우물을 건물에 끌어들여 에어컨디셔닝 역할을 하도록 하고, 어떤 경우엔 아예 우물에 사랑방을 만들어 더운 여름에 피서를 보낸다.......우물에 만들어진 사랑방은 나중에 야즈드 구시가지나 테헤란의 골레스탄궁에서 확인할 수 있다.......
우물 바닥에서 본 천장모습......벽돌을 쌓은 우물이라.......그리고 그 우물에도 살짝 8각형의 전통문양을 만든게 재치마저 느껴진다.....
이제 바드지르에 왔다......
내부는 외부와는 달리 정교하고 깔끔하고 세련된 맛이 느껴진다......하쉿베헤쉿에서 보았던 것처럼 완벽한 대칭 건물인데, 그 문양이나 장식이 과하지도 않고 부족하지도 않아 전체적으로 정갈한 느낌이다.
천장을 올려다 본 모습.....마치 컴퓨터그래픽이나 추상 회화를 보는 것같지 않은가?
바드지르 바로 밑에 서서 천장을 올려다 본 모습......이날 마침 날씨가 무척이나 더웠는데, 바드지르 밑에 서자 정말 깜짝 놀랐다.....에어컨도 이보단 시원하지 않으리라.....정말 시원하면서도 세찬 바람이 계속 위에서 아래로 쏟아지는데, 한동안 자리를 뜰 수 없었다.....무릉도원이 바로 여기 아닌가 싶었다.....바드지르는 기압차를 이용한 자연 냉방방식이다. 어떤 기계적 힘도 빌리지 않고 만든 이 구조물이야 말로 건축의 진화이며, 탄소제로형 녹색건축물의 표본이며, 페르시아 문화의 승리라 나는 생각한다.
스테인드 글라스를 통해 쏟아져 들어오는 빛, 빛, 빛......눈이 핑핑 돌 지경이다......
2층 테라스에서 입구쪽을 바라보다.....
2층 테라스에서 이번엔 아까 지나쳐 온 장방형 분수대를 바라보다.....오후가 되자 산책하는 사람들이 하나둘 늘기 시작했다....분수까지 틀어져 있었다면 더 좋았을텐데......최근의 어려운 경제사정 탓이리라......
한 켠에는 찻집이 있어 잠시 쉬기로 했다.....꽃내음, 새들의 지저귀는 소리, 살랑거리는 바람이 코와 귀와 피부의 모든 감각을 깨워 일시에 나를 점령해버렸다......거기에 싱그러운 초록의 향연과 맛난 이란 전통 차까지 시각과 미각을 살살 녹이니 그야말로 오감만족이 따로 없다......
어제 터미널에서 만나 오늘 나를 하루종일 에스코트 해주신 친절한 압바스 아저씨......영어를 잘 하지 못해 대화를 많이 못했지만, 착하고 순수한 마음은 말이 없어도 전달되는 법이다.......
차도 한 잔 했고, 이젠 어디로 가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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