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배낭여행]/아시아

북인도기행(7)- 아그라 "타지마할"

budsmile 2012. 4. 25. 22:05

 

 

새벽녘 간단히 아침을 때우고 버스터미널로 갔다. 7시 45분 버스는 출발시간이 되어서야 짐을 싣고 승객을 태운다. 8시에 출발한 버스는 하염없이 농촌들녘만을 지나간다. 간혹 야생 공작새들이 보인다.

 

그렇게 5시간을 보내고 버스는 아그라로 들어선다. 날씨가 너무 좋다. 먼저 기차역에 가서 다음 이동지인 카주라호로 가기 위해 잔시행 기차표를 예매했다.(인도에서는 사람이 많은 건지, 이동인구가 많은 건지 항상 표가 부족하다. 2-3일 전  예약은 필수다!) 그리고 곧장 릭샤를 타고 타지마할 근처로 갔다. 주변 싼 게스트하우스 중 하나에 짐을 내려놓자 마자 바로 타지마할로 향했다. 아! 얼마나 가보고 싶던 곳이었던가~~

 

역시 유명세만큼 입구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역시 완벽한 비례와 균형을 갖춘 입구를 지나니 주변은 회랑으로 둘러싸여 있고 널따란 정원이 나온다. 그리고 그 정원의 끄트머리에 하얀색의 낯익은 건축물이 마치 막 태어난 뽀얀 비둘기처럼 사뿐히 내려앉아 있다. 나도 모르게 탄성을 지를 뻔했다. 타지마할이닷!!

 

 

 

 

타지마할(통상 그냥 '타지'라 부른다.)이 주는 놀라운 감흥은 사진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것은 이 건축물이 주는 완벽한 비례감, 균형미, 조형적 청량감에 기인하는 것일 거다. 단 하나, 실제로 보면 사진보다는 훨씬 크게 느껴진다. 실제 이 건물은 엄청난 크기다. 높이 67m의 돔은 약 25m 빌딩 높이에 해당한다.(실제로 건물 제일 밑 기단에 보이는 저 깨알같은 사람들과 비교해 보시라~)

 

그런데 왜 사진에선 그리 작게 보일까? 바로 원근감이 주는 착시효과 때문이다. 주변에 이 건물과 비교할만한 사물이 없으니 타지마할은 그냥 백지위에 그려진 추상화같은 존재가 되어 버렸다. 다른 사물과 관계를 맺지 않고 홀로 고고히 서있는 건물은 오로지 하늘을 배경으로 그 몽환적인 신비감만을 표출할 뿐이다.(그 효과를 보전하기 위해 인도정부는 타지마할 주변에 어떠한 건물의 신축도 법으로 제한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입구에서 타지까지는 일직선으로 뻗은 수로와 열병하듯 도열한 나무들로 인해 공간의 깊이가 가속화되며 거리감은 비현실적이 된다. 아울러 수로에 비친 타지는 상하(上下)로 확장되고, 타지 주변에 세워진 4개의 탑은 전후(前後)의 공간으로 타지를 확장시킨다. 완벽하게 설계된 건물....하지만 그 건물은 시각적인 입체감을 한껏 발산하고 상하좌우로 무한정 뻗어나가는 영역을 거느리며 보는 이에게 풍만한 공간감(실제론 아무것도 없는 허공이지만)을 선사하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하얀색의 추상화된 건물은 스스로 발산하는 아우라를 통해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인식하는 모든 시각적 합리성을 교란시켜버린다. 마치 우리가 태양을 통해 주변의 사물을 볼 수 있고 태양 주변으로 뻗어나가는 빛의 힘을 느끼고는 있지만, 정작 태양은 똑바로 쳐다볼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나 할까? 건물을 태양처럼 만들다니, 건물 하나로 이런 솜씨를 과시할 수 있다니......난 샤자한의 천재성에 깊은 존경과 찬미를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사진이 약간 삐뚤게 나왔다. 이 곳의 공간은 약간의 실수도 허용치 않을 만큼 완벽하다!>

 

난  타지의 입장이 허용되는 마지막까지 타지앞을 서성이며 일몰로 물드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나는 다시 타지가 문을 여는 시간에 맞춰 다시 방문했다. 사람들이 없이 한적한 타지는 그야말로 온전히 내거였다. 누워서도 보고, 앉아서도 보고, 쓰다듬어도 보고......기단위에 올라 탑돌이를 하듯 타지를 몇 번이나 돌았는지 모르겠다. 정말 후회없을 정도로 보고 또 보고 했지만, 이미 10년 이상 지난 지금까지도 그때의 감흥이 떠나질 않는다.

 

(난 웬만해서는 한 번 방문한 곳은 다시 가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세상에 볼 것이 얼마나 많은데......하지만 이런 원칙을 깨야 했던 몇 곳이 있다. 마추픽추가 그랬고, 페트라가 그랬다. 앙코르와트가 그랬고, 치첸이차와 이구아수폭포, 알함브라궁전과 파르테논신전, 그리고 카르낙 신전과 타지마할이 그랬다. 뭔지 모를 힘에 이끌려 최소한 이틀 이상의 시간을 온전히 바친 곳들이다!)

 

 

 

 

자세히 보면 하얀색의 대리석에는 꽃문양의 모자이크가 보인다. 손전등을 비치면 마치 보석처럼 반짝거리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내부에는 샤자한과 그의 아내 뭄타즈 마할의 석관이 외관의 모습과는 달리 수수하게 안치되어 있다.

 

 

 

다음날에는 아그라성에 다녀왔다. 델리에서 보았던 붉은성(Red Fort)과 여러모로 흡사하고, 형식도 무굴제국의 전형을 지녔다. 너무 거대해서 입구를 찾는 데에도 한참 걸렸다. 무굴제국의 3대 황제 악바르가 건설한 이후 계속 역대 왕들에 의해 증축되었다고 한다.

 

 

 

 

<왕의 알현실>

 

<후궁들의 처소라고 한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아그라성에서 내가 꼭 보고 싶었던 것은 샤자한이 유폐된 곳에서 바라본 타지마할이었다. 그는 자식을 낳다 죽은 아내, 뭄타즈 마할을 위해 타지마할을 건설했지만 결국 완성을 못보고 자신의 아들, 아우랑제브에 의해 폐위를 당한 후 이 곳 아그라성에서 유폐생활을 한다. 그는 이 곳에서 타지마할을 바라보며 사랑하는 아내를 그리워하다 결국, 죽어서야 다시 타지마할로 돌아가 아내의 곁에 묻히게 된다.

 

 

여기서도 원숭이들의 눈을 피해 바나나를 몰래 먹으며 돌아다녔는데, 더워서 그랬는지 금방 지친다. 다시 숙소로 가는 길, 은행에 들러 환전을 두둑히 한 다음 론리플래닛이 추천한 식당을 찾아 들어갔다. 야채스프와 카레를 시켰는데, 카레의 종류가 정말 다양하다. 그냥 찍듯이 아무거나 시켰는데, 맛이 참 독특하다. 그래도 워낙 카레를 좋아하는지라 오른손으로 휘휘 저어 한그릇 뚝딱 해치웠다.

 

숙소에 들어가기 전 잼을 사러 근처 상점에 갔었는데, 가게를 보고 있던 어린 자매와 친구가 되었다. 이것저것 농담도 주고받으며 얘기하다가 밤이 깊어서야 돌아왔다. 한국에서 사가지고 간 볼펜을 주었더니 너무나 좋아한다.(인도에선 아이들에게 선물로 볼펜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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