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가전경, 동유럽과 북유럽 배낭여행을 마치고 덴마크에서 서울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나는 리가를 다시 보게되었다. 바로 리가 상공을 날고 있었던 것이다. 얼마나 반갑던지...출처 : www.worldcitypics.com>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9시 42분 출발한 기차는 라트비아 수도 리가에 6시 25분 도착한다. 리투아니아와 라트비아간에는 시차가 1시간 차이난다. 월요일이라 그런지 역앞에는 많은 사람들이 출근길을 바삐 재촉한다. 그런데 날씨가 제법 쌀쌀하다. 완전 우리네 가을같은 여름......겨울은 얼마나 추울까?
환전을 하고 짐을 맡긴 후 바로 앞 맥도널드에서 세수를 하고 따뜻한 코코아 한잔에 항상 싸들고 다니는 바게트 빵으로 아침을 해결했다.
구시가지 입구까지 걸어가서 잠시 벤치에 앉아 쉬었다. 해가 비쳐 공기에 약간의 따스함이 감돌기 시작하자 슬슬 구시가를 돌아본다. 정말 조그만 도시다. 이 도시 역시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어 있기도 하다.
<잘 정돈된 신시가지>
라트비아를 포함한 발트3국은 지난 2004년 유럽연합과 나토에 동시에 가입했다. 라트비아는 이후 15%에 이르는 기록적인 경제성장률을 보였으나, 지난 2007년인가 글로벌 금융위기를 직격탄으로 맞아 IMF 구제금융을 받기도 하였다. 심수봉이 부른 '백만송이 장미'가 이 나라의 대표적인 가요를 번안한 것이라 한다.
<자유의 여신상-라트비아 독립의 상징이다.>
<삼형제의 집- 리가를 방문하면 꼭 들르게 되는 상징적 건물이다>
리가에는 삼형제의 집이 있다. 에스토니아의 세자매의 집과 쌍벽을 이루는 건물인데, 참 별의별 방법으로 도시를 홍보하는 것같다.....사실 특별한 의미는 없다. 그저 이 건물들은 과거 라트비아가 한자동맹의 최전성기 시절을 보여주는 양식의 건물들이라는 것 뿐......또 하나 이 세 건물은 지어진 시기가 모두 다르다. 제일 오른쪽에 있는 건물이 15세기에 지어진 것으로 차례대로 100년씩 시차를 두고 지어졌다. 내가 갔을 때만 해도 이렇게 허름했는데, 요즘 사진 보면 화장을 잘 해놓은 것같다......그런데 자매는 '셋'인데, 형제는 왜 '삼'일까???
<리가성의 모습- 현재까지 남아있는 원형의 화약탑>
리가성은 14세기 초에 지어진 유서깊은 건물이다. 하지만 이 건물은 라트비아를 지배한 지배자들의 총독집무실로 사용되었는데, 거기에 걸린 국기만으로도 라트비아의 현재 지배자가 누구였는지 알 수 있었다고 한다. 가슴 아픈 역사이지만, 지금은 당당히 라트비아인에 의해 선출된 대통령의 집무실로 쓰이고 있다.
<베드로 성당과 검은머리길드 건물>
베드로 성당은 리가 시내에서 랜드마크 구실을 하는 건물이다. 가장 높은 첨탑에서는 리가 시내를 내려다볼 수 있다. 재미있는 것은 첨탑 꼭대기에는 수탉모양의 풍향계가 있는데, 지금은 전세계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특히, 만화에서) 풍향계의 상징이 되었지만, 원래 라트비아를 나타내는 중요한 상징이라고 한다. 우리같으면 뻘건 네온 십자가가 있겠지만, 황금빛 수탉모양의 앙증맞은 풍향계라......도시의 이미지가 훨씬 달라보인다......
베드로 성당 옆의 2개의 화려한 건물은 과거 흑인성인을 모시던 길드상인들의 집합소로 사용되던 건물이 검은머리길드 건물인데, 구 소련시절 완전히 파괴되었다가 2001년 다시 복원되었다고 한다.내가 갔을 때에는 한창 복원중이라 그 모습을 온전히 볼 수 없어 아쉬었는데, 그래서 그 이후 사진을 다른 곳에서 가져와봤다.
<베드로성당과 검은머리길드건물 외관-현재의 모습이다. 출처:www.worldcitypics.com>
<돔성당의 첨탑>
또하나의 유서깊은 건축물인 돔성당은 1201년부터 수백년에 걸쳐 지어진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파이프오르간이 있지만, 아쉽게도 월요일엔 문을 닫았다. 내가 방문했을 때만해도 저렇게 사방군데서 공사가 한참이었다. 아마도 독립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국가재건사업이 활발히 이루어지던 시기였기 때문이리라......돔성당 앞에서는 매년 봄 금발머리대회가 열린다고 한다.
<다우가바 강가에 놓인 멋진 다리>
리가는 동서로 강이 흐른다. 이 강은 발트해로 흘러들며 리가를 발트해 무역거점으로 만들었으나, 라트비아의 역사는 이 강으로 흘러들어온 침략자들로부터 오랫동안 굴욕의 역사를 감내해야만 했다.
리가에서 모스크바로 가는 야간열차 안......서유럽과 같은 컴파트먼트이긴 하지만 컴파트별로 문은 달려있지 않다. 가만보니 인도에서 탔던 야간열차와 똑같이 생겼다. 내가 탔던 컴파트에 부인 한분이 어린 딸과 타고 계셨는데 얼마나 울었는지 눈이 퉁퉁 부어있다. 창문을 통해 아버지로 보이는 분께 연신 손을 흔드는 것을 보니, 친정집에 왔다가 다시 러시아로 돌아가는 길인가 보다. 그런데 그 아줌마...경황이 없을 텐데도 조그마한 야생화 한묶음을 사가지고 와서, 컴파트 가운데 탁자에 물을 채운 종이컵을 놓고 그 꽃을 꽂아놓는다. 그러자 마법이 일어났다. 그 삭막하던 공간이 갑자기 아기자기하게 변한 것이다. 비록 짧은 시간 여행하는 것이지만 그 부인은 열차를 타야 하는 그 시간마저도 자기만의 추억의 공간으로 온전히 가져가고 싶어했던 것같다. 정이 많은 라트비아 사람들의 인간적인 매력을 보는 듯 했다. 한편으론, 그 작은 생각이 결국 이렇게 멋진 도시를 만드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편리하게, 깨끗하게'만 추구할 게 아니라, 주변의 환경과 공간을 온전히 내것으로 만들려는 노력...바로 그것이 디자인이고 차별화된 경쟁력이 되는 것은 아닐까? 서울을 도쿄나 뉴욕과 동일한 겉모습으로 만들 순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잘해도 아류에 불과한 도시가 되기보다는, 서울이 서울만의 아이덴티티를 가지도록 하는게 더 중요한 게 아닐까? 잠시 탁자에 놓인 한줌도 안되는 작은 꽃들을 보며 그런 생각들을 해본다.
(참고 : 리가에서 다음 일정은 기차로 모스크바에 들어갔다가 상트페테르스부르그를 거쳐 에스토니아에서 배를 타고 핀란드로 넘어가 북구여행을 하고 덴마크에서 아웃하는 거다. 그러나 이번에 정리하는 여행기는 동유럽에 초점을 맞춘거라 내 여행순서와 관계없이 다음편에 에스토니아부터 먼저 다루고 모스크바에서 끝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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