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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이야기31) 나의 세계건축답사기(1)-'빌라 사보아' Part-1

budsmile 2011. 6. 27. 18:00

 

 

빌라 사보아(Villa Savoye)!! 아마 건축을 공부한 사람치고 이 건물에 대해 들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나도 건축설계를 배우는 동안 수도 없이 이 건물의 평면을 베끼고 투시도를 그리고, 모형을 만들었다. 그리고 이 속에 담긴 건축사적 의의, 철학적 의미와 조형론적 가치에 대해 수 많은 건축사가와 건축이론가들이 작성한 글들을 공부하고 연구하였다.(아마 내 기억을 조금 과장하자면 학창시절 건축공부의 절반 정도는 이 건축물로 도배되지 않았나 싶다)

 

건축가는 '르꼬르뷔제(Le Corbusier)'- 스위스 출신의 이 멋진 프랑스 건축가는 근대건축의 4대 거장으로 추앙받는 인물이다. 그의 작품은 만들어지는 매 순간, 하나의 사조가 되었고, 하나의 프로토타입이 되었다. 수공예적 전통과 대량생산의 기계적 생산방식 사이의 갈등, 석조에서 벗어나 철과 유리, 콘크리트의 새로운 재료의 등장에 따른 새로운 표현방식에의 갈망, 양식과 사조로부터 탈피하려던 모더니스트들의 방황은 이 건물의 등장으로 (조금 과장하자면) 명쾌하게 정리됐다.

 

흔히들 '백색의 시대'라고 불리우는 그의 초기 하얀집들은 다양한 시도와 실험을 거쳐 빌라 사보아에서 최전성기를 맞이한다. 그는 그 유명한 '근대 건축의 5원칙'이라는 이론을 정립하고 그 본보기로 빌라 사보아를 세상에 내놓는다. 사실 이제는 우리에게 너무도 익숙해져 버린 근대건축물의 롤모델이 바로 이 건축물인 셈이다.

 

근대건축의 5원칙 - 필로티, 옥상정원, 수평창, 기둥과 벽의 분리, 자유로운 평면과 입면 -은 콘크리트라는 신재료를 이용해서 과거 석조와는 다른 새로운 축조방식과 구조, 조형어휘와 장식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다.

 

<입구에서 바라본 모습 : 빌라사보아의 뒷면>

 

당시 기계공학이 발달하면서 등장한 선박, 자동차, 항공기 등을 바라보며 건축가들은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건축을 원했다. 이 모든 기계들은 군더더기없이 꼭 필요한 곳에 꼭 필요한 기능을 갖기 위한 장치들로만 구성이 되어있었고, 건축도 그래야만 한다고 믿었다. 쓸데없이 부가된 장식, 구조적 역할이나 기능적 분별성이 희박한 과거의 건축사조는 공격당했다. 비행기가 날기위한 기계라면 '건축은 살기 위한 기계'라고 할 정도로 꼬르뷔제는 건축을 이루는 모든 요소들을 분해했고(마치 입체파처럼...실제 그가 그린 입체파그림이 파리나 마드리드에 남아있다), 그 요소들 중 불필요한 것은 버리고, 필수적인 것들은 그 재료적 원리와 기능에 적합한 형태로 재창조되었다. 콘크리트는 그러한 그의 작업을 완성시켜줄 수 있는 멋진 재료였다.  

 

<조금 더 다가간 모습 : 잔듸밭이 아닌 곳은 차가 지나가도록 설계된 길이다>

 

빌라 사보아는 파리 인근 포와시(Poissy)라는 곳에 있다. 파리에서 RER(우리의 '국철')로 종점인 포와시까지 갈 수 있다. 내가 여행을 가기 전 이 건축물에 대해서 아는 것이라곤 단지 '포와시'에 있다는 것 하나뿐이었다. 그곳에 가면 물어물어 어떻게 찾아갈 수 있겠지하면서 무작정 RER을 탔다. 하지만 도착한 곳은 조그마한 시골 간이역....사람도 드물고 인포메이션센터같은 것은 아예 없다. 역전 광장으로 나가니 조그마한 도시지도가 있다. 어디로 어떻게 가야될 지 막막하던 터에 지도 속에서 정사각형의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이름같은 건 표시되지도 않았다.) 바로 저기일거야..지도를 대충 머릿속에 외우고서 나는 순전히 육감만으로 빌라사보아를 찾아나섰다. 두 세블럭 거리다. 주변에 공장이 많은지 육중한 화물차들이 연신 지나간다. 그리고 드디어 입구의 조그만 현판을 봤다. 보물을 찾은 기분이었다.

 

<차를 타면 오른쪽으로 끼고 돌게끔 되어있다. 필로티를 위해 세워진 규칙적인 원기둥은 조형적으로 사람을 이끄는 방향을 만들어낸다>

 

필로티라고? 예전 석조건물로 감히 상상이나 했을 수 있나? 콘크리트를 통해 기둥 몇 개만으로 건물을 공중에 매달 수 있다는 것은 굉장한 조형적 발전이다. 건축물은 이제 무거운 몸매를 털어내고 가볍게 공중부양을 하기 시작했다. 필로티로 비워진 1층 부분은 이제 공용공간으로 탈바꿈이 가능해졌고, 새로운 기능, 새로운 의미를 부여받기 시작했다.

 

<뒷면과 다르게 앞면은 둥근 곡선으로 처리되어 있다. 자연스럽게 실내에 있어야 할 기둥하나가 바깥으로 나오고, 마치 대문처럼 방문자가 지나갈 통로를 만들어준다.>

 

<'여기가 현관입니다'라고 말하는 듯 다시 기둥이 실내로 숨었다. 기둥에 연결된 보가 실내로 연결되면서 방문자의 시선을 자연스럽게 왼쪽으로 돌린다....물론 차를 탄 사람들은 여기서 내릴 것이고 다시 반쯤 돌아가면 실내 차고가 나온다> 

 

<입구를 정면에서 본 모습>

 

<드디어 내부로 들어간다>

 

<내부로 막 발을 내딛자 마자 보이는 모습....2층으로 올라가는 램프>

 

꼬르뷔제는 '건축적 산책'이라는 개념을 자신의 작품에 도입한다. 이는 군더더기 장식이 사라져버린 건축물에서 사람들의 행동을 유도하고 제어하기 위해 구조재를 이용한 건축적 장치의 등장을 말하는 개념으로 읽힌다. 한편으로는 중세의 고정된 시각에서 탈피해 사람들의 이동하는 시각으로 건축물이 구성된다는 점에서 그의 휴먼스케일을 표현하는 개념으로도 읽힌다. 어쨋든 사람들은 여기저기 다양한 시각에서 건축물을 바라보고 이 바라본 조각조각들이 모여서 하나의 이미지와 건축물을 구성하게 된다.(신학적 관점에서 절대자적인 1소점이 소실하고 인간의 눈높이에 맞춘 진정한 휴머니즘의 시대가 도래했다고나 할까?) 

 

<램프 오른쪽에는 관리인이 있고, 그 열려진 문 사이로 차고가 보인다.>

 

<램프 왼쪽에는 조형적으로 풍만한 회전계단이 또아리를 틀고 있다>

 

<회전계단 상부 천창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빛....그 빛으로 명암이 대비되며 조형적 효과를 극대화시킨다>

 

<꼬르뷔제는 바닥패턴조차 함부로 결정하지 않았다. 방문자들의 진행방향을 방해하는 듯한 무늬배치는 사람들의 걸음 완급을 조절하고 시각적으로 공간을 깊게 보이는 효과를 만들어낸다.>

 

<1층 안쪽으로 깊숙이 들어가서 바라본 현관의 모습....기둥의 간격과 배열도 당연히 계산된 것이다. 공간에 깊이를 주려는 의도된 효과!>

 

<규모는 작지만 마치 잘짜여진 각본과도 같이 공간을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디테일들....바깥의 기둥 하나가 직각으로 교차된 보로 연결되며 2개의 기둥과 연결된다. 마치 일본의 도리이처럼>

 

<안과 밖의 구분을 모호하게 만드는 유리의 힘>

 

<1층 제일 안쪽에 있는 부엌의 모습..바깥 입구를 볼 수 있으며, 방문자들이 거칠 수밖에 없도록 되어 있다>

 

<이제 램프를 타고 올라가본다....벽과 램프 사이 찢어진 틈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햇빛...그리고 그로 인해 하얀벽에 명암대비가 표현되며 드러나는 순수한 구조의 아름다움>

 

<반쯤 올라가다 다시 뒤돌아보다>

 

<점점 더 밝은 세계로 나를 이끄는 건축물>

 

<램프 옆을 스치며 지나가는 창 사이로 보이는 2층의 모습....맛보기?>

 

<이제 2층으로 올라왔다. 2층의 멋진 모습은 다음편에...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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