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배낭여행]/동유럽

동유럽 배낭여행(3)-그리스 델포이와 수니온곶

budsmile 2010. 9. 27. 20:28

델포이(혹은 델피 Delphi)는 아테네 북서쪽 170Km 지점의 해발 500m 산 속에 있는 고대유적지다. 이 곳은 '델포이의 신탁'으로도 유명한데 그 중 가장 유명한 것이 페르시아 전쟁때였다. 아테네인들은 이 곳에서 전쟁에 대한 신탁을 부탁하였고, 미친 노파 '피티아(Pythia)'는 나무성벽이 그리스를 지켜줄 것이라는 신탁을 내려줬다. 신탁대로 그리스인들은 살라미스 해전에서 대승을 거두게 된다.

 

결과론적인 얘기지만, 신탁은 시적 형태로 나오기 때문에 결국 해석하기 나름이다. '당신은 수개월 내에 한번 아플 것같소'라는 요즘 점쟁이들의 말과 다를 게 뭐가 있겠냐만은, 지푸라기라도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정말 간절한 조언으로 들렸으리라......

 

델포이가는 길은 멀다. 아테네 역에서 기차를 타고 레바디아 역까지 약 두 시간. 여기에서 다시 정오 이후에만 운행하는 델포이행 버스를 타고 두어시간을 가면 황량한 산골이 나온다. 하지만 신화의 세계 한 가운데 발을 딛고 서있다는 것 자체가 감격스러워 하나도 고생스럽진 않다.

 

 

신탁소는 산 중턱에 있는데, 예언의 신인 아폴론을 모신 신전이다. 피티아는 여기 바위틈에서 새어나오는 연기를 맡고 정신이 혼미한 상태에서 신탁을 내렸다고 한다. 지금은 다 무너지고 기둥만 여섯개 남아있다.

신전 아래족에는 신탁을 받으러 온 자들이 아폴론에 헌사한 보물을 저장했던 보물창고들이 즐비하고, 신전 위쪽으로는 극장이 있다.

 

 

아폴론 신전은 그리스 세계에서의 중심이었다. 그 중심을 표현하기 위해 '옴파로스(Omphalos)'라는 돌을 아폴론 신전에 안치했었다. 그 돌은 유적지 아래 델피 박물관에서 볼 수 있다. 신화에 따르면 제우스가 비둘기 두 마리를 각각 동서로 날려 다시 만난 지점을 세상의 중심으로 삼았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 당시에 이미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알았다는 것인가? 그리고 설사 그렇다해도 그럼 제우스가 살았던 곳은 그리스가 아닌, 그리스의 지구 반대편이란 얘기인데....아무래도 그 신화는 후대에 만들어진 것임이 틀림없다~쩝~

 

옴파로스란 말은 세상의 배꼽이란 뜻인데, 이러한 의미의 배꼽은 세계 도처에 널려 있다. 이스터섬의 배꼽돌(테 피토 오테 헤누아), 이집트 헬리오폴리스에 있는 벤벤돌, 메카의 카바, 호주의 울룰루(에어즈락)가 그러하다. 잉카의 수도였던 쿠스코는 아예 세상의 배꼽이란 의미를 담고 있다. 사람들은 저마다 중심(기준)을 만들어야만 살 수 있는 존재일 지 모른다.

 

<출처 : www.uky.edu> 

 

델포이 아폴론신전 영역보다 아랫쪽에는 '가이아의 신전'이 있다. 대지의 여신인 가이아를 위한 신전이라 하는데 모든 게 파괴되고 지금은 원형신전 일부가 남아 있다. 원형신전이라니? 아마 그리스 유적 전체를 통틀어 유일한 원형신전일 지 모르겠다. 왜 하필이면 원형일까? 대지를 원이라 생각했던 것일까? 천원지방이라 하여 대지는 사각형, 하늘은 원형으로 보는 동양사상과는 정말 다른 개념 차이다.

 

 <출처 :www.wismatic.com>

 

델포이에서 아테네로 돌아온 나는 그리스의 가장 유명한 선셋 포인트인 수니온곶을 찾아갔다. 아테네 근교에 있는 수니온곶에는 포세이돈 신전이 자리잡고 있다. 에게해를 바라보며 당당히 서 있는 신전은 아네네의 수호신 자리를 놓고 다퉜으나 아테나 여신에게 밀린 포세이돈을 달래기 위해 아테네 시민들이 세운 것이다. 포세이돈은 물론 바다의 신이다. 폭풍과 바람의 신이기도 한 그 답게 수니온곶에는 바람이 정말 장난아니게 분다. 가만히 있어도 날려갈 정도다.

 

 

여기서 바라보는 에게해의 일몰과 키클라데스 제도로 번지는 낙조는 가히 일품이다. 이제 그리스를 떠나 북쪽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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