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국내여행

(국내6) 한국의절(2)-경주 감은사지

budsmile 2010. 5. 30. 15:22

이번 석가탄신일을 낀 3일 황금연휴에는 온 가족이 경주에 다녀왔다. 화창한 날씨가 계속되더니 연휴 둘째날 아침부터 비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된장~

다행히 날씨가 좋았던 도착 첫날 경주 한화콘도 워터파크에서 애들과 놀았기에 망정이지......쩝~

 

비는 오지만 그래도 10년만에 경주까지 와서 방에만 있을 수 없었다. 우선 근처 불국사와 석굴암을 가볼 요량으로 집을 나섰건만 왠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은지......차량은 도로에 갇혀 꿈쩍도 하지 않는다. 석굴암에 간신히 올라갔건만 석굴암을 보려면 3시간을 더 대기해야 한다는 매표소 직원의 말에 일정을 모두 접기로 했다. 대신 방향을 돌려 감포로 내려갔다.

 

감포에는 그 유명한 감은사지가 있다. '나의문화유산답사기'에서 유홍준 교수가 그 느낌을 말로 설명할 수 없어 '아~감은사, 감은사탑이여'만 연발하겠다던 바로 그 탑이다.(실제 책의 표지모델로도 쓰였다.)

 

이 탑은 정말 뭐라 설명할 수 없는 묘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 명작은 그저 바라만 보아도 왜 명작인지 알 수 있다 하지 않았는가......그 웅장함, 솔직함, 하늘을 찌를 듯한 기상, 단단함, 군더더기 없는 청아함, 안정감......어느 한 단어만으로는 설명이 불가한 탑이다.

 

그게 삼국통일을 이룬 직후의 신라의 자신감이었으리라.....문무왕은 죽어서까지 용이 되겠다 하였고, 그 유지를 받들어 아들인 신무왕이 건립한 감은사는 통일신라 사찰의 표본이었다.

 

 

 우리나라가 석탑의 나라라 하였던가......중국의 전탑, 일본의 목탑과 대비해 부르는 말이리라......그도 그럴 것이 규모로 승부하는 중국에서 돌을 이용해 탑을 쌓는 것은 한계가 있었을 것이고, 지진이 많은 일본도 석탑은 언감생신 꿈도 못 꿨을 일이다.

 

그렇다고 하여 우리에게 목탑이나 전탑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금도 안동지방에 가면 많은 전탑들이 남아 있다. 경주에도 분황사에 전탑을 흉내낸 탑이 있는 것을 보면 그 역사도 꽤 되리라......목탑은 현재 남아 있는 것이 조선시대의 법주사 팔상전 정도이지만 익산 미륵사지 석탑에서 보듯 삼국시대에도 무수히 많은 목탑들이 남아 있었으리라....하지만 수많은 전쟁속에서 하나도 남김없이 불타버리고, 백제의 영향을 분명 받았을 일본의 목탑이 마치 일본양식인 것처럼 전세계에 알려지게된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일본도 내전이 많았으나 호류지처럼 오래된 절들이 아직까지 남아있는 것은, 무사귀족들은 상대방 영지를 점령해도 사찰 등 문화재를 파괴하거나 약탈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백제는 물론, 고려의 유물조차 남아있지 않은 우리와는 정말 대비되는 역사다......)

 

하지만 감은사가 사라져도 감은사탑은 우리에게 남아있다. 석탑이 아니었으면 우리에게 무엇이 남아있었을 것인가 생각만해도 아찔하다.

 

 

감은사탑이 주변에는 회랑의 흔적이 있다. 절은 단촐하다. 금당1개와 앞마당의 탑 2개, 그리고 이를 둘러싼 회랑...무척 간소해보이는 절이다. 감은사탑이 보여주는 통일신라 3층석탑의 전형은 불국사의 석가탑에서 완성된다. 그 형식은 유사하나, 석가탑과 감은사탑이 전해주는 느낌은 전혀 다르다.

 

 

감은사탑은 최근 해체 수리된 바 있다. 보물들이 나오기도 했는데, 가까이서 보면 여기저기 금이 가고 깨진 부분이 세월을 말해준다.

 

 

금당터는 주초석만 남아 있다. 특이한 것은 주초석이 지면에서 띄워져 있다는 것이다. 이는 죽어서 용이 되겠다던 문무왕의 유언과 연결되는데, 용이 된 문무왕이 금당을 드나들 수 있도록 하부를 비웠다는 것이다. 예전 기록에는 감은사 앞까지 바닷물이 들어왔다고 한다.

 

 

 

감은사에서 5분 정도 되는 거리에는 동해바다가 있다. 그리고 해변 가까운 곳에 바로 대왕암이 있다. 대왕암에 화장을 한 문무왕의 유해가 뿌려졌던 곳이다.(사람에 따라서는 그 유골을 바위 밑에 납골했다 하나 아직까지는 추론에 불과하다)

 

 

감포항에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한참 물오른 영덕대게를 배터지게 먹고 나니 그칠 줄 모르는 비가 아름다운 음악소리처럼 들린다.

 

 

free counte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