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배낭여행]/아시아

티벳 라사(1)_조캉사원

budsmile 2010. 1. 20. 13:21

무작정 날아왔다. 라사의 포탈라궁을 보고싶은 마음을 주체할 수 없어 일찌감치 몇 달전부터 비행기티켓을 끊어놓고 있다가 휴가가 시작되자마자 실행에 옮겼다. 촉나라의 수도였던 중국 사천성 청도를 거쳐 티벳의 수도 라사에 들어왔다.

 

비행기에서 바라본 티벳의 풍경은 정말 황홀하다. 한 여름인데도 온통 눈에 덮힌 산과 계곡이 이어진다. 널따란 고원지대엔 사람 하나 보이질 않는다. 2시간 가량 날고 나니 갑자기 활주로가 나타났다. 시골 버스터미널만한 공항이 보인다. 땅을 디디고 내리자 깨질듯이 파란 공기가 내 허파로 불쑥 들어온다. 주변을 둘러싼 산들은 손에 잡힐 듯 선명하다.

 

공항에서 라사까지는 약 100Km거리다. 택시를 타고 가면서 보이는 풍경은 흡사 페루와 비슷하다. 그러고보니 사람들 모습 또한 닮았다. 길게 땋은 머리, 색을 넣은 앞치마가 달린 치마, 순박하게 웃는 그을린 얼굴......아뭏든 신기하다.

(사실 우리하고도 많이 닮았다. 인도에서도 많이 봤는데 마치 우리나라 사람같아서 말을 걸 뻔한 게 한 두 번이 아니라는.....게다가 음식문화도 비슷하다. 티벳식당에 종종 들르곤 했는데 고추장아찌, 수제비 등등 너무 비슷해 향수를 달랠 수 있었다는......)

 

저 멀리 포탈라궁이 구름속에 힐끗 보이는 순간 잠이 확 깼다. 라사는 생각보다 크고 번잡한 도시다. 조용한 시골마을을 상상한 나는 조금 당황했지만, 거리를 달리는 많은 차들과 관광객들은 상상이상이었다.

 

나는 배낭족들이 많이 묵는 시내 중심가의 바낙숄 호텔의 도미토리에 여장을 풀었다. 1박에 25위안(약 4000원) 정도니 매우 싸긴 했지만, 샤워실과 화장실이 모두 바깥에 있어 약간 불편하다.(게다가 중국 특유의 칸막이 정도만 있는 형태다.)

 

 

그래도 날이 일찍 저물기 때문에 추워지기 전에 샤워나 빨래는 미리 해놓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점점 머리도 아파오기 시작해 행동을 천천히 하면서 다녔다. 고산병이다. 페루 쿠스코도 육지에서부터 천천히 버스로 이동했건만 고생하지 않았던가.....더구나 여긴 명약인 '꼬까차'도 없다!!!

 

주변 시장에 들러 라면에 밥말아 먹고 과일과 튀밥을 좀 산 다음 숙소에서 일찍 쉬었다.

 

다음날 일어나보니 밤중에 요란스레 비가 온 모양이다. 아직까지 구름이 잔뜩 끼어있다. 간단히 세수하고 거리로 나섰는데 마음씨 좋게 보이는 주인이 운영하는 식당에 들어가 만두와 찐계란, 죽을 시켜 아침을 먹었다.(나중엔 너무 친해져서 하루라도 빼먹을라치면 왜 안왔냐고 닦달이다.)

 

조캉사원으로 가본다. 티벳인의 종교적 성지와 같은 곳......문화혁명 당시 대부분 파괴되었지만 그네들의 신심으로 다시 복구된 곳이다.

 

조캉사원은 시내 중심지에 있다. 시장을 따라 사원에 들어가는 길......사람들은 여기서 부처님께 봉헌할 야크버터(라사는 어딜가나 온통 이 냄새로 진동한다.)와 꽃 등을 산다.

 

 

 

 

조캉사원 앞 광장......주변은 여전히 북적이고 시장이 계속되지만 갑자기 뭔가 격이 다른 건물이 눈에 확 땡긴다.

 

 

사원앞에는 티벳인들이 피워놓은 향이 신비감을 더한다.

 

 

사원 앞에는 티벳 전통양식이 금빛 조형물로 형상화 되어 있다. 종처럼 생긴 게 2개, 가운데에는 수레바퀴같은 것을 바라보는 사슴같이 생긴 동물 2마리......수레바퀴는 팔정도를 상징하는 8개 살로 이루어졌고 사슴 2마리는 티벳불교를 나타낸다고 한다. 사슴은 좋아하는 먹이를 먹을 때 위험이 닥쳐도 모른다고 하는데, 불자들도 불법에 마음을 집중해 세상 유혹에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고 한다.

 

 

 

비가 약간씩 흩뿌리고 있지만 사원앞에는 수많은 티벳인들이 오체투지를 하느라 여념이 없다. 연신 신기한 듯 셔터를 눌러대는 중국인 관광객을 보며 하나될 수 없는 그들간의 간격을 확인해 본다.

 

 

입구는 뒤쪽에 있다. 제법 비싼 입장권(70위안)을 사서 안으로 들어가니 사람들이 부처님께 참배하기 위해 저마다 손에 야크버터 등을 들고 줄을 길게 서있다. 좁고 기다란 1층엔 경전을 수레바퀴같은 곳에 넣어 지나가면서 손으로 돌리면 경전을 읽는 효과가 있다는 마니보륜이 줄지어 있다. 아마 글을 못읽는 사람들을 위한 섬세한 종교적 배려였으리라....

 

 

 

마니보륜과 비슷하게 사람들은 마니차라는 것을 들고 다닌다. 팽이처럼 생겼는데 돌리면 실에 연결된 추가 빙글빙글돌아간다. 역시 경전을 넣은 도구인데 이를 항상 돌리면서 다니는 티벳인들이 많다.

 

 

1층 에서 본 건물의 추녀......공포의 짜임이 단순하면서도 절제감이 느껴진다. 단청이 특이하다.

 

 

2층으로 올라가면 수많은 창이 일렬로 늘어선 법당을 만날 수 있다.

 

 

티벳사원을 방문하는 묘미는 무엇보다도 지붕이다. 지붕에 올라서면 예의 황금색 지붕과 갖가지 상징들을 만날 수 있다.

 

 

 

 

 

티벳의 건물들은 색감이 참 특이하다. 멕시코와 같은 밝은 파스텔톤도 아니고, 중국이나 일본에서 많이 사용하는 붉은빛이 전체를 지배하지 않는다. 나무가 귀한 지리적 특성상 목조보다는 조적조가 많은 건물은 약간 촌스러운 듯, 그러나 장중하고 무게가 있는 적색과 검정색으로 다듬어져 있다.

 

 

이 곳은 요사채와도 같은 곳이다.

 

 

창문 하나도 그냥 놔두질 않았다. 수공예적 열정이 티벳의 문화유산을 빛나게 한다.

 

 

 

지붕 모서리 풍경이 매달린 처마에 걸린 용머리 조각상

 

 

저 멀리 포탈라 궁이 구름사이로 희미하게 보인다. 조캉사원은 티벳시내에서 포탈라궁을 제일 잘 볼 수 있는 곳 중의 하나이다.

 

 

바코르라 불리는 조캉사원앞 광장과 포탈라궁......티벳인들이 보낸 영욕의 역사를 말없이 지켜보던 티벳의 심장부이다.

 

 

포탈라궁으로의 입장이 강화되었다는 소문이 들렸다. 하루 입장인원을 제한할 뿐더러, 그 입장권도 당일엔 팔지 않는다고 한다. 내가 티벳에 온 목적의 절반은 포탈라궁이었기에 그 아찔한 소문을 확인하러 오후 일정을 모두 접고 무작정 포탈라궁에 가봤다.

 

역시나......소문대로 매표소 앞은 이미 줄서있는 사람들로 장사진이었다. 입장권은 오후 2시에 한정량만 판매된다고 한다. 배는 고팠지만 우선 줄을 서고 본다. 매표소 문이 열리자 여기저기 새치기가 일어났지만 다행히도 난 2시간만에 표를 거머쥘 수 있었다. 늦은 점심을 먹고 티벳박물관에 다녀오는 것으로 오늘 일정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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