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배낭여행]/아메리카

멕시코 카리브해와 칸쿤, 그리고 치첸이사

budsmile 2008. 7. 18. 16:48

 칸쿤....마음만 들어도 설레는 카리브해의 보석같은 휴양지.......난 운이 좋게도 이 곳을 2번이나 방문하게 되었다. 첫번째는 1999년 1월 한 달간의 멕시코 배낭여행중에 들렀다. 멕시코시티와 근교를 여행하면서 점차 남하해 오악사카, 엘타힌, 베라크루즈, 바이에르모사, 팔렌케, 우즈말, 메리다 등 마야유적지를 거쳐 칸쿤에 도착했었다. 그러나 칸쿤은 감히 범접할 수 없느 곳이었다. 우선 물가가 너무 높았다. 그리고 나같은 가난한 여행자가 묵을 숙소가 아예 없었다. 그래서 난 칸쿤에서 배를 타고 이슬라 무헤레스(우리말로 하면 '여자의 섬')라는 섬에 들어갔다. 그 섬은 배낭객들의 천국이며 싼 숙소(그 때 도미토리 1박에 2달러를 주었다.)와 싼 음식점이 많았고, 덕분에 카리브해에서의 해수욕도 맘 편하게 즐길 수 있었다.

 

또 언제 올 수 있으려나 했던 칸쿤을 2007년도에 미국에서 들어갈 수 있었다. 그 때와 달라진 점은 이번엔 그 때보다 주머니가 약간 더 두둑해져있었다는 것이다...ㅋ

 

비행기에서 바라본 칸쿤의 호텔지구......칸쿤은 원래 사람이 살지 않던 곳이었다. 그러나 잔잔한 파도, 하얀 백사장, 에메랄드빛 카리브해의 상품적 가치를 높게 본 리조트회사들이 고급호텔들을 길게 뻗은 산호초에 열을 지어 건설하면서 도시가 탄생했다. 해변가에는 고급호텔 뿐만 아니라 고급 부띠크, 나이트클럽 등이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따라서 실제 서민들이 사는 시가지는 호텔지구와 해변에서 약간 떨어져 있다.

 

 

<마치 형광물질을 풀어놓은 듯한 저 카리브해의 바닷색깔이 신비롭기까지 하다. 어느 곳에서도 저런 빛깔의 바다를 보기 힘들다. 난 감히 여기를 영롱한 진한 파란색의 에게해, 초록물감을 풀어놓은 듯한 카르타고의 지중해와 함께 아름다운 빛깔의 3대 바다로 부르고 싶다.>

 

 

칸쿤과 유카탄주의 주도 메리다 중간쯤에는 마야시대 최고의 유적지, 치첸이차가 있다. 다른 유적지에 비해 많은 유적들이 원형 그대로 남아 있는 광범위한 유적군이다. 유적 입구에는 유적 모형도를 만들어 놨는데 약간 허접하다...

 

 

유적지로 들어서는 순간 볼 수 있는 카스티요(스페인어로 '성채') 높이 25m로 4면에 각각 91개의 계단, 그리고 꼭대기의 신전을 포함해 모두 365개의 계단으로 구성?다. 정확한 동서남북을 가리키는 방위와 함께 춘/추분 오후 4시가 되면 계단에 생긴 그림자가 계단 아래 뱀머리 조각과 연결되면서 뱀이 구불구불 기어나오는 형상이 연출된다. 천문학과 건축술을 이용한 효과이다. 이러한 기적이 인정되면서 신 세계의 7대 불가사의로 인정을 받았다.

 

 

지난 1999년에 올 때에는 저 피라미드에 올라갈 수 있었다. 올라가서보면 유적지가 한 눈에 다 들어온다. 또한 꼭대기의 신전에서는 무덤으로 내려가는 통로도 있었다. 어찌나 가파르던지 계단에 설치된 난간을 잡고 올라가야 한다. 가끔 계단에서 미끄러져 사망사고가 발생하기도 해서 폐쇄됐었는데 최근의 폐쇄는 유적보호차원으로 보인다.

 

 

계단 끝에 뱀머리가 살짝 보인다. 뱀은 마야인이 신성시하는 동물이었다. 허물을 벗는 뱀은 동지를 지나 다시 떠오르는 태양처럼 부활의 상징이었다. 그들은 특히 깃털달린 뱀이라 하여 '케찰코아틀'을 신성시하였다. 계단 옆에는 문이 하나 달려있는데 피라밋 내부로 들어가는 입구이다. 평소에는 닫혀 있는데 운이 좋은 경우에만 가끔 들어가볼 수 있다. 나도 1999년도에 왔을 때는 운좋게 들어갈 수 있었고, 그 안에서 옥으로 만들어진 재규어상을 볼 수 있다. (그 때는 디지털 카메라가 없어 슬라이드필름으로 찍어놨었는데 스캔이 참 어렵다. 언젠가 블로그에 올릴 수 있겠지)

 

 

또 하나 특이한 것은 피라미드의 계단 앞 정중앙에 서서 박수를 치면 박수소리가 계단에 부딪혀 '찍찍'거리는 소리가 난다. 바로 뱀이 내는 소리다. 그들이 가진 건축학적 기술이 얼마나 뛰어났는지 엿볼 수 있는 것이다.

 

 

 여기는 피라밋 맞은 편에 있는 경기장이다. 당시 마야인들은 건장한 남성들(혹은 전쟁노예들)을 7명씩 두 편으로 나누어 여기에서 경기를 시켰다. 손을 쓰면 안되며 발과 팔꿈치, 무릎과 허벅지만 사용하여 8m 높이의 저 구멍에 공을 넣는 경기였다. 여기서 진 팀의 주장(혹은 용맹하게 이긴팀의 주장이란 설도 있다.)이 바로 희생제물이 되는 것이다.

 

 

경기장 벽의 부조에는 그러한 경기방식과 희생제사 의식이 적나라하게 묘사되어 있다. 한쪽 무릎을 꿇고 있는 주장의 목을 따는 사제와 머리가 떨어져 나간 자리에서  피가 솟구치는 모습이 묘사되어 있는데 알아보실 수 있겠는가?(오른쪽에 분수처럼 표현된 것이 바로 솟구치는 피이다.)

 

 

그 주장은 또 다른 방식으로 제물화되기도 한다. 그것은 바로 재규어의 신전....피라밋 바로 앞에 있는 곳인데 열주가 장엄하게 감싸고 있는 곳이다. 꼭대기에는 차크몰이라고 하는 누워있지도 앉아있지도 않은 어정쩡한 자세의 인물상이 가슴에 쟁반을 들고 있는데 바로 여기에 희생제물의 살아있는 심장을 꺼내어 올려놓은 것이다.

 

 

보이는가? 꼭대기 정중앙에 어렴풋이 보이는 차크몰이......그 차크몰 옆에는 원추형 모양의 바위가 있는데 제물을 바위에 눕히면 가슴의 심장부분이 정면을 향하도록 되어 있다. 그리고 석도로~마치 인디아나 존스 2와 같이....

 

 

이 신전도 현재는 출입금지다....안타깝지만.....

 

 

신전의 기둥에는 심장을 꺼내는 모습이 부조되어 있다.

 

 

주변의 열주랑은 치첸이차 유적과 툴라유적과의 상관성을 보여주고 있다. 똘떼까족이 건설한 툴라 유적지는 멕시코시티 근교에 있다.(멕시코에서 사진을 제일 잘 받는 유적지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툴라유적에도 이러한 열주랑이 신전을 감싸고 있는데 그러한 유사성이 아직도 신비에 둘러싸인 마야족의 실체를 규명하는 데 쓰이기도 한다.

 

 

경기장 부근에 있는 재규어 신전

 

 

주변에는 여러개의 부조들이 많이 발견된다. 케찰코아틀을 상징하는 부조

 

 

 

재규어와 독수리는 죽은자를 상징한다. 또한 독수리는 현대의 멕시코 국기에도 나오는데 선인장 위에서 뱀을 움켜 쥐고 있는 형태로 나온다. 아즈텍의 건국신화에 나오는 장면인데 과거 호수였던 멕시코시티가 아즈텍의 도읍이 되게 된 전설이다.

 

 

세뇨테라 불리는 호수이다. 깍아지른 듯한 낭떠러지밑에 있다. 치첸이차에는 2개의 호수가 있는데 여기는 식수용보다는 제사용으로 사용되었다. 후에 많은 유물과 유골이 나오기도 했다. 가뭄에 여자나 아이를 산채로 던졌다는 전설이 있는데 확인 불가능~

 

 

예전에 일본 신혼부부가 여기서 사진을 찍다가 신부가 발을 헛디뎌 떨어졌다고 한다. 놀란 신랑도 뛰어들었는데 그만 둘 다 현대의 희생제물이 되어 버렸다. 그 이후로 호수 근처에 가지 못하도록 난간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호수에 희생제물을 떨어뜨릴 때 사용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제단의 모습

 

 

세뇨테 가는 길엔 노점 기념품 가게가 많다.

 

 

치첸이차에서 돌아온 나는 칸쿤의 밤문화를 즐겨보기로 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나이트 크루즈...가격은 조금 비쌌지만 지금 생각해봐도 절대 후회 할수 없다. 그만큼 유쾌하고 즐겁고 배부른 여행이었다. 먼저 저녁 8시쯤 배를 탄다. 배 안에서는 끊임없이 제공되는 칵테일을 마시면서 시끄러운 노래와 무희들과 함께 흥겨운 댄스파티를 벌인다.

 

 

이들은 분위기를 돋우어 가며 사람들을 무대로 차례차례 이끈다. 처음엔 조금 어색했으나 금새 그 분위기 속으로 모두들 빠져든다. 젊은이건 나이든 사람이건, 남자건 여자건, 백인이건 동양인이건......

 

 

그리고 그 흥겨움이 한창 무르익을 무렵, 이슬라 무헤레스 섬에 도착한다. 바로 1999년도에 내가 왔던 섬이다. 그  땐 저렴한 것을 찾아 왔는데, 지금은 흥겨움을 찾아 왔다......암튼 파티장 종업원들이 환영팻말을 들고 나와 환영해준다......배에 탄 사람들이나 환영하는 사람들 모두들 손을 흔들며 환호성을 지르는데 마치 한 가족같다.....

 

 

맛있는 저녁과 함께 무한정 제공되는 데낄라를 마셔가며 얼큰히 취할 때즘, 먼저 무대에서 춤과 쇼가 펼쳐진다. 화려한 조명과 복장, 유쾌한 음악이 흘러나오면서 무희들은 참석자 모두를 무대로 이끈다. 결국 모두가 무대에 올라 강강수월래도 하고...ㅋㅋㅋ

 

 

<이슬라 무헤레스에서의 멋진 쇼, 멋진 공연~>

 

단순히 보는 쇼가 아니라 참여하는 쇼였다. 그 때의 유쾌하고 흥겨웠던 기억은 칸쿤에 대한 이미지를 완전히 바꿔버렸다. 역사적 유물도 중요하고 잘 갖춰진 인프라도 중요하지만 관광의 중요성은 역시 멀리서 여기까지 힘들게 찾아온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는 컨텐츠가 아닐까 생각해본다......(이에 비하면 우리나라의 관광지는 어딜가도 한결같이 모두들 포장마차에 폭탄주에 그냥 마시고 쓰러지고 추태부리고....흠~좀 차별화할 수 없을까...가 봤어도 또 가보고 싶은 곳으로 만들 수 없을까......)

 

 

그날 저녁 아직도 어깨를 들썩거리며 숙소로 돌아온 나는 흥겨움을 이기지 못하고 다시 호텔앞 칸쿤의 해변가에서 맥주를 좀 더 사다가 한 잔 더 했다. 그리고 술김에 옷을 모두 벗고 바닷물에 풍덩했다....ㅋㅋㅋ....깊은 밤 사람들도 없는 이국의 해변가에서 거추장스런 옷을 모두 던져버리고 알몸으로 수영하는 기분이란......

 

사실 한 밤중 해변가는 수영금지다. 파도가 생각보다 높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한참 후 호르라기를 불며 달려온 우락부락한 얼굴의 안전요원은 알몸으로 뛰쳐나오는 나를 보고는 그만 웃어버리고 말았다. 나도 멋적어 따라 웃었고 그렇게 칸쿤에서의 흥겨운 밤은 지나갔다.....

 

 

아~ 또 가고 싶다. 푸른 카리브해~ 휴가철이 다가오면 아직도 많이 많이 생각난다. 그 흥겨웠던 추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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