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듣고만 있어도 설레는 곳......티벳과 더불어 배낭여행객들의 마지막 로망......나에게 그 곳이 이렇게 빨리 다가오리라 예상치 못했다. 그러나 모든 건 마음먹기 달려있는 법......직장에 취직이 되고 난 후 남은 3개월의 자유시간, 난 주저없이 남미를 선택했다. 멀리 있어 비용도 만만치 않으리라는 느낌과 달리 정작 2개월의 여행동안 숙박비, 교통비, 입장료 등으로 내가 쓴 경비는 고작 130만원(항공료 제외)......그러나 특이한 볼거리와 길거리 음식, 전혀 다른 자연환경들은 그 어느 여행지보다도 나의 여행을 풍성하게 해주었다.
남미를 가려했을 때 주변에서 가장 염려했던 것은 바로 '안전'이었다. 그러나 호젓한 산길을 하이킹할 때도, 사람들로 북적대는 시장과 터미널에서도, 잦은 야간버스 이동시에도 난 전혀 불안을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나더러 가방조심하라며 일러주는 순박한 큰 눈을 가진 그들만을 보았을 뿐이었다. 지금도 치열하게 살고 있을 그들을 생각하며 조금 늦었지만 여행을 정리해본다.
1월의 남미는 이론상으론 여름이다. 그러나 모두 여름은 아니다. 안데스 고산지역에서나 칠레 남부에서는 뼛속을 냉하게 만드는 추위도 있고, 마추픽추와 우유니 소금사막은 우기로 인해 간간이 비가 내리며 싸늘해진다. 생각해보면 남미는 '여름'이란 한 단어로 정의하기엔 너무나 커다란 대륙이다. 다양한 인종, 다양한 문화, 다양한 유산들이 얽히고 설킨 그 곳의 첫번째 목적지는 페루의 수도, 리마였다.
서울에서 오후 3시에 출발한 비행기는 미국 LA를 거쳐 대기시간 포함, 총 23시간 후 자정이 가까운 시간, 리마국제공항에 도착하였다. 한밤중인데도 공항은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나는 신속하게 수속을 밟고 택시를 탄 후 구시가에 미리 봐 둔 조그만 호스텔로 향했다.(난 여행할 때 숙소를 미리 예약하지는 않지만 밤늦게 떨어지는 첫 도시에선 예외다)
피곤했지만 긴장했던 탓인지 새벽녘 경적소리로 시끄러운 거리소음에 절로 잠이 깼다. 첫 대면한 리마의 모습은 유럽의 여느 도시같았다. 고풍스런 건물들은 스페인 식민지 시절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곧 남루한 차림의 행인들, 거리에서 풍기는 소변지린내, 경적을 못참는 차들로 인해 도시는 시끌벅적한 혼란 그 자체로 다가왔다. 아마 마음 한 구석, 남미만의 색다른 풍경을 기대했었나보다. 유럽풍의 도시와 함께 전혀 그와 어울리지 못하는 어수선함이라니....뭔가 뒤죽박죽되버린 느낌..그게 남미에 대한 나의 첫 인상이었다.
그런데 며칠 지나고 나니 그게 오히려 더 편해졌다. 유럽의 격식도 없고, 몇 군데를 제외하고는 오지에서 느끼는 극도의 불편함도 없었다. 조금 실수를 해도 너그러이 용서를 받을 수 있을 것같은, 한껏 늘어지고 따스한 햇살에 게으름을 피워도 행복할 수 있을 것같은 인간적인 느낌을 받게 된다.
리마의 구시가는 1988년 처음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남측의 신시가지에 비하면(볼리비아 비자를 받으러 갔었는데, 정말 딴세상 분위기였다.) 개발이 훨씬 더디게 이루어지지만 볼만한 것들은 여기 다 모여있다. 특히 산마르틴 광장에서 마요르광장(아르마스 광장)에 이르는 유니온 거리는 번화한 상업가다.
남미의 도시들은 대개 중심지에 성당과 주요 행정기관이 있는 광장( 그 이름도 대개 '아르마스')을 중심으로 발달되어 있다. 리마도 예외는 아니다.
아르마스 광장 동측에 있는 대성당의 위용(여기엔 잉카제국의 정복자, 피사로가 잠들어있다.)
아르마스 광장 북측에는 대통령궁이 있다.
이 건물은 화려한 목조 발코니를 가진 토레타글레(Torre Tagle) 궁전의 모습......현재는 외무성 건물로 쓰이고 있는데 페루지폐(20 Nuevo Sol)에도 나와있다.
페루 국립 고고학박물관에는 잉카 및 프레잉카(Pre-Inca) 시대 유물들이 잘 정리되어 있다. 페루 북쪽 치무왕국 유물로서 일종의 오벨리스크......
프레 잉카시대의 매장풍습은 독특하다. 땅 밑으로 길게 굴을 파서 그 안에 매장을 하는데 죽은 사람을 저렇게 쪼그려서 앉히고 머리를 두 손으로 감싼다음 천으로 둘둘 말아 굴 속에 설치(?)한다...
참 낯뜨거운 유물들도 많은데...이건 남자.....표현주의의 극치아닌가?
이건 여자....리얼리즘의 극치아닌가?
프레잉카 시대의 유적지 중 하나인 리마 근교의 파차카막 유적지 복원도......커다란 피라밋이 압권이다.
그 파차카막 유적지로 가는길....저기 멀리 폐허가 된 피라밋......유적지는 리마에서 약 30분 가량 차를 타고 해변근처로 가야하는데...정말 뜨거웠다. 이날 나는 태어나서 제일 많은 땀을 흘린 듯하다. 간혹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시원하긴 했지만, 그늘 하나 없는 유적지에서 얼굴이며 팔이며 다 타버렸다.
가까이서 보니 아직 형체는 남아있다.
저 모든 건축물들은 '어도비'라 부르는 흙벽돌로 만들어진 것이다.
당연히 어도비는 물을 만나면 파괴된다. 다행히 이곳은 지구상에서도 가장 건조한 곳이니 저렇게 몇 천년 동안 보존될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 엘니뇨 현상으로 이 지역에 자주 비가 내리기 시작하면서 이런 유적들이 녹아내리고 있다고 한다.
피라밋 정상으로 올라가는 길
마치 모래사장에 쌓아놓은 거대한 모래성같았다. 저기 멀리 태평양이 보인다.
이런 척박한 곳에도 사람이 살았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정말이지 너무 뜨거워서 살이 타는 줄 알았다.
유적지 중 하나.....희한하게 이집트 룩소르의 하트셉수트 여왕 신전과 닮았다....
도시를 이루는 길 일부......
저렇게 곳곳에는 무너져버린 과거의 흔적들이 광범위하게 흩어져 있었다......그리고 머리 위에는 수많은 콘도르가 지켜보고 있었다.
일부는 복원이 되기도 하고......
박물관 내부에 전시되고 있는 유적 모형도......정말 거대한 유적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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