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여행, 문화]/나만의 문화일기

뮤지컬 '맘마미아'(2014.2.9)

budsmile 2014. 8. 27. 18:00

10년만에 다시 본 뮤지컬 '맘마미아'......라이센스로는 거의 초연을 보았었는데, 이번 오리지널 내한공연을 보며 다시 한 번 뮤지컬에 흠뻑 빠질 수 있었다. 내용은 지난 번 라이센스로도, 영화로도 보아서 이미 다 알고 있고, 음악도 CD를 통해 아예 순서조차 외울 정도가 되었으니 이번 공연 관람은 정말 편안하게 즐길 수 있어 좋았다.

 

사실 겉으로 보기에 내용은 막장에 가깝다. 여성 트리오 그룹의 리더였던 도나, 그녀가 그리스 한 작은 섬에서 운영하던 여관에서 딸 소피의 결혼식을 연다. 소피는 엄마의 일기장을 통해 자신의 생물학적 아버지로 추정되는 세 명의 후보를 엄마 몰래 결혼식에 초대한다.  섬에서 만난 세명의 남자들(샘, 빌, 해리)과 이들을 우연히 마주친 도나......그리고 도나가 활동하던 그룹의 옛 여성멤버들......소피와 그녀의 약혼자 스카이......이들간의 관계가 얽히고 설키며 감정라인을 구성한다. 소피의 아버지가 누구인지는 명확히 밝혀내지 못했지만 도나는 샘을 통해 사랑의 감정을 다시 복원하게 되고, 결국 소피와 스카이의 결혼식날에 도나와 샘이 결혼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소피와 스카이는 결혼 대신 더 넓은 세상을 보러 가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주제라 할 것까지는 없지만, 굳이 찾자면 생물학적 혈연관계도 중요하지만, 가족이 되기 위해선 상호간 신뢰와 사랑이 더 중요하다, 어떤 형태로든.....뭐 이런 게 아닐까? 피는 물보다 진하다거나, 머리검은 짐승은 거두는 게 아니다라는 류의 혈연을 특히나 강조하는 암묵적인 사회적 룰을 가지고 있는 동양에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줄거리이지만,(아마 우리 정서에서는 끝끝내 아버지를 찾아 이산가족상봉이라도 하는 결말을 더 원할지도 모르겠다)  한때 도나를 사랑했지만 지금은 남자를 더 좋아한다고 당당히 커밍아웃하는 해리나, 도나 대신 도나의 친구 로지를 사랑하게 된 빌, 도나를 향한 변치않은 사랑의 마음을 발견하게 된 샘은 인간 사이에서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사랑의 형태를 보여주고, 그 모든 것이 유쾌하고 존중받아야 한다는 메세지를 남긴다. 어느 것이 맞고, 어느 것이 틀렸냐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마찬가지로 세상을 더 넓게 보면 누가 생물학적 아버지인지 밝혀내는 것은 더 이상 중요한 문제가 아니게 된다. 어찌보면, 우리가 지금 고민하고 있는 것이 사실 별로 중요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세상을 더 크게 보려고 하면 할수록 그런 고민과 '다름'쯤은 다 포용할 수 있을 거라는, 초월과 달관의 동양적 가르침까지 던져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너무 거창한가? ㅋ)

 

쥬크박스 뮤지컬인 만큼, 아바의 기존 히트곡들을 상황에 맞게 감정표현의 수단으로 사용했는데 그 방식이 워낙 탁월한 까닭에 아바를 모르는 사람들이라면 새롭게 만들어진 줄거리를 위해 노래가 작곡되었다 우겨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노래들은 모두 오랜 세월이 지났어도 촌스럽거나 유행에 뒤떨어지는 느낌이 전혀 없을 정도로다. 시공을 넘어, 세대를 넘어, 명곡은 항상 명곡인 것일까? 

 

다만, 내 개인적으로는 우리나라 배우들의 연기와 노래가 오리지널 배우들보다 훨씬 더 좋았다는 거......하지만 아바의 노래를 번역이 아닌 원곡 형태로 들으니 또다른 맛이 느껴졌다.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는 뮤지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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