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아바드궁......팔레비왕조 시절의 궁전이다. 시의 북쪽 끝에 있다. 가는 길은 저렇게 울창한 가로수 길이다.....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에 갔을 때도 그랬지만, 가로수를 자르지 않고 잘 키워놓으니 참 보기좋다. 우리나라는 매년 가지치기 한답시고 윗부분과 가지 대부분을 댕겅댕겅 다 잘라버리니 가로수가 흉물스러운데......그럴 바에야 차라리 가로수를 심지 않는게......
사드아바드 궁의 입구......널따란 공원같은 데 총 18개의 건물이 흩어져 있다. 그 중 9개가 입장가능하고, 각 건물은 모두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입장료는 각각 끊을 수 있는데, 미리 생각해 입구에서 모두 구매해야 한다.
난 시간상 그린팰리스만 보기로 했다. 티켓박스에서 1개만 보겠다고 했는데 입장권을 여러장 세는 게 아닌가......1개만 보겠다고 손짓발짓 써가며 몇 번을 반복했는데, 파르시로 뭐라 중얼중얼대면서 계속 입장권을 여러장 끊으려하길래 조금 실랑이를 벌였다. 그러면서 알게 된 사실......최근 극심한 인플레로 이런 유적 입장료도 많이 올랐단다. 헌데 예전 가격이 적힌 티켓을 버릴 수 없으니 이를 재활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티켓에 적혀있는 금액은 5,000리알.....현재 입장료가 150,000리알(약 6천원)이었으니 티켓을 여러장 세는게 당연했다. 여기만 그러는게 아니라 이란내 대부분 유적지가 다 그러했다. 예전 입장권도 해당 유적지의 예전 것을 사용하는 게 아니라 중구난방 다른 유적지 것들이 섞여 있고, 그냥 금액만 확인하는 정도였다. 그러다보니 기념으로 간직할만한 입장권이 이란에선 없다.
팔레비 왕조는 단 2명의 황제로 끝났다. 이전 투르크계의 카자르 왕조시대 군인이었던 레자 칸이 쿠데타로 세운 왕조인데, 고대 페르시아의 영광을 재현한다는 명목으로 국호도 그 때부터 이란(아리아인의 나라라는 뜻)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팔레비왕조에 대한 평가는 극단적으로 갈려있다. 터키의 영향을 많이 받아 세속주의를 받아들이며 미국을 등에 업고 여러가지 개혁을 추진해 근대적인 민족국가를 건설하려 노력한 측면이 분명히 있다. 하지만 부패와 사치, 굴욕적인 외교, 종교적 상처 등으로 민심이 이반되었고, 세계대전 당시 독일편에 섰다 영국과 소련의 침공을 자초하기도 하였다. 그러다 결국 호메이니가 이끄는 이슬람혁명에 의해 끝난 왕조였다. 역사의 기록은 승자의 것, 그렇게 끝난 왕조이기에 긍정보다는 부정적 평가가 많은 게 사실이다. 팔레비왕의 사치는 추후 보석박물관에서, 공포정치는 에브랏박물관에서 다시 확인하게 된다.
입구를 지나면 역시 아름드리 플라타너스 나무들이 시원스레 길 양옆으로 도열해있다.
가만 보면 나무 줄기에 많은 낙서가 되어 있다.
그린팰리스 입구에 왔을 무렵, 아버지와 산책나온 조그만 아이가 나를 보고 방긋 웃어준다.
그린팰리스 입구에는 차량과 오토바이가 전시되어 있는데, 과거 누군가가 이 차로 세계일주로 했다는 내용같았다.
바로 여기가 그린팰리스(카헤 삽즈)......팔레비왕의 접견실이자 영빈관으로 쓰였던 곳이다.
그린 팰리스는 하단 기단부의 초록색 대리석으로 인해 붙은 이름이다.
정면의 악사들이 조각된 장식
입구에 놓여진 사자조각
창문 양 옆의 기둥은 옥을 통째로 조각해 붙인 것이다. 옥과 푸른색 대리석이 오묘한 조화를 이루는 건물이었다.
내부에 들어가려면 신발위에 덧신을 씌워야 한다. 지하엔 이태리 가죽으로 마감된 천장과 프랑스 식기로 꾸며진 식당이 있었고, 지상엔 접견실이 있는데 화려함의 극치가 상상이상이다. 벽면은 거울로, 집기는 프랑스제로, 바닥은 120수 카펫으로......내부는 물론 촬영금지다. 아래 사진은 이란 가기 전 많은 참고가 됐던 블로그에서 퍼온 것이다.(출처 : 비니버니의 블로그, bnbmoh.blog.me/70169438142)
궁 뒷편의 모습
은근 디테일이 멋있는 건물이다.
그린 팰리스를 나와 화이트팰리스로 자리를 옮겨본다. 역시 아름드리 가로수길......저 나무는 이란 전통건축에 많이 쓰인다.
여기가 화이트팰리스(카헤 멜라트)......여기는 팔레비 2대왕 모하마드 레자 팔레비의 왕비가 살던 곳이다. 내부는 무슨 용도로 사용되고 있는 것같긴 한데, 일반인들은 출입금지다. 어쨋든 그린팰리스에 비하면 단순미가 돋보인다. 내부는 어쩔지 모르겠지만......
화이트팰리스 앞에는 잘 다듬어진 정원이 있는데, 그 가운데 활을 쏘려는 인물이 서 있다. 누군지는 나도 잘........
그리고 입구 바로 옆에는 레자샤 동상의 잘려나간 장화부분이 있다. 이슬람 혁명 와중에 성난 군중들에 의해 잘려버린 몸통은 산산조각 났고, 밑부분만 남아 당시의 분노를 전해준다. 옆에 사람과 비교해보면 그 크기라 어마어마함을 짐작할 수 있다.
화장실에 잠시 들렀다......예의 아랍식 화장실......화장지는 없이 뒤를 닦는 간단한 비데만......그런데 궁금한 것은 비데후 습기는 어떻게 제거하는 걸까?
사드아바드궁에는 지금 봤던 2개의 팰리스 외에도 군사박물관, 파인아트박물관, 인류학박물관, 물박물관 등이 있다. 숲 속에 한 채 씩 위치해 있는데, 다 보지 못한 게 조금 아쉬울 뿐이다. 하지만 호젓이 산책하며 밝은 햇살을 즐기기에는 더할나위 없이 좋았다.
테헤란 사람들은 술집이나 클럽 등 유흥을 즐길 수 있는 시설이 없기 때문에 가족단위로 이런 유적지에 소풍을 많이 온다. 카펫트를 잔듸에 깔고 차를 마시며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 모습이 참 평화로워보였다.
주말 오후, 분주했던 도착 첫날을 마무리하고 내일은 고대했던 이스파한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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