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다녀온 곳은 부안에 있는 개암사라는 절이다. 10년 전에도 다녀간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 두 번째 방문을 하게 되었다. 절의 규모는 크지 않다. 작고 아담한 절은, 그러나 요새 절에서 보기 드문 호젓함을 가지고 있다. 관광지화되어버린 유명한 절에 비해 바람소리, 풍경소리, 독경소리를 모두 느낄 수 있다.(더군다나 입장료도 없다!) 다만, 예전에 왔을 때는 깊은 숲을 휘돌아 산사에 간다는 느낌이 강했는데, 이번에 가서 보니 입구도 널찍하게 정비되어 있고 돌로 된 축대도 가지런히 정비되어 그 맛은 많이 퇴색된 듯해 아쉬웠다.
변산국립공원에 새로난 신작로를 피해 내변산의 구불구불한 도로로 찾아갔다. 그 덕분에 내변산의 아름다운 속살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었다.
절로 가는 길에는 곧게 뻗은 전나무숲이 특유의 향기와 경관을 제공한다.
드디어 나무 사이로 절이 어렴풋이 보이기 시작한다. 저 개울을 건너는 다리는 2008년에 새로 세워진 거라 한다. 그만큼 개발이 늦었다. 그리고 그만큼 더 좋다.
절 입구에는 사천왕이 버티고 있는 사천왕문이나 통상적인 루각이 없다. 임진왜란으로 소실되기 전에는 있었다고 하는데......암튼 요새 새로 정비된 듯한 돌축대가 입구를 대신한다.(축대 위로 대웅보전의 지붕이 바로 보인다.)
개암사의 경관을 지배하는 것은 바로 저 뒷산의 바위다. 2개의 커다란 바위가 사이좋게 갈라져있고, 그 사이엔 동굴이 있다고 한다. 바로 그 동굴에서 원효와 의상이 머물렀다고 한다. 사실 이 절의 역사는 백제로 거슬러 올라간다. 백제 무왕시절인 7세기 묘련대사가 창건했다고 전한다. 그리고 백제가 망한 뒤에는 바로 저 산에서 마지막 백제부흥운동이 벌어졌다. 백제를 다시 일으키려는 유민들을 신라군과 당나라군은 바로 이 3면이 바다로 막힌 변산반도로 그들을 몰아넣었고, 마지막까지 진압하는데 3년이 걸렸다. 후에 동학농민혁명이 바로 이 지역에서 일어난 것을 보면, 이 지역에 흐르는 의리와 충절의 DNA는 이후에도 여전한 것같다.
축대를 올라서면 바로 고색창연한 대웅보전이 멋진 모습을 드러낸다. 주변 산세를 거스르지도, 기품을 잃지도 않을 정도의 딱 적당한 규모로 지어진 건물이다. 작지만 강직하고, 온기가 느껴지는 건물이다. 임진왜란 이후 조선 중기에 다시 지어진 건물이며, 현재 보물로 지정되어 있다.
전형적인 다포양식인데, 들어올려진 팔작지붕이 날아갈 듯 시원스럽다.
마침 독경시간이라 모든 문이 닫혀져 있었다. 하지만 관광객이 아무도 없는 이 산사에 울려 퍼지는 독경소리가 절을 온통 휘감고 흘렀다.
대웅보전 옆에 심어진 저 호랑가시나무는 바로 이 변산반도의 특산물이라 한다.
처마의 모서리 부분 공포사이로 빼꼼히 내밀고 있는 용의 모습......자세히 봐야 보이지만, 저런 디테일들이 하나하나 모여 건물을 전체적으로 아름답게 만든다.
대웅보전의 창살......정말 그 수고스러움과 신심에 대한 감동이 일어나지 않을 수 없다.
대웅보전을 바라봤을 때 좌측에는 지장전이 있다. 그리고 그 안에는 석조로 만들어진 지장보살이 모셔져 있다. 그런데 그 보살님....볼살이 통통한게 옆집 아줌마같은 모습이다...
지장전 위쪽에는 산신각이 모셔져 있다. 건물에 비해 축대가 너무 과장되게 보이는 것이 조금 아쉽다. 왜 현대의 미적감각은 과거의 그것을 결코 따라갈 수 없는 것인지......
입구 쪽에는 전북지방문화재로 지정된 자그마한 동종이 걸려 있다.
언제 다시 오게 될 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도 개암사가 고즈넉한 산사로 계속 남아있었으면 좋겠다.....
'[국내여행] > 국내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국내) 영월 청령포와 단종대왕릉(장릉) (0) | 2012.06.01 |
---|---|
한국의절(6) - 양평 용문사 (0) | 2012.05.22 |
(국내8) 한국의절(4)-단양 구인사 (0) | 2011.11.25 |
(국내7) 한국의절(3)-여주 신륵사 (0) | 2011.10.11 |
(국내6) 한국의절(2)-경주 감은사지 (0) | 2010.05.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