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바르셀로나 파빌리온'이라고 불리는 건축물은 사실 1929년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엑스포의 독일관이다. 이 건물은 엑스포가 끝난 1930년 철거되었다가, 건축사적 의의를 인정받아 당시 엑스포 건물로는 유일하게 다시 복원되었다.
건축가는 근대 4대 거장 중 한 명으로 흔히'미스'라 부르는 '미스 반 데 로에(Mies van der Rohe)'이다. 바우하우스 교장이었으며 2차 세계대전을 피해 미국으로 망명, 일리노이 공과대학장을 지내면서 무수한 걸작을 남기고 건축의 선구자로서 역할을 하였다.
바르셀로나 파빌리온은 그의 초기 작품이자 그의 건축에 대한 생각을 잘 읽을 수 있는 작품이다. 우선 전체적으로 미니멀한 느낌이다. 'less is more'라는 그의 아포리즘에서 읽을 수 있듯이, 건축의 본질을 찾아 고민한 그는 universal space를 발견했고, 이는 공간에 대한 이전과는 전혀 다른 성격을 부여했다. 기둥으로부터 독립된 벽, 그 벽을 자유자재로 위치하며 구심점이 사라진 공간, 그 공간은 방도, 통로도 아닌, 커튼월과 유리로 둘러싸인 균질한 공간,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 어떠한 목적으로도 사용가능한 공간이 만들어졌다.
(입구에서 올라와 방쪽을 들여다보다. 오른쪽에 앉아있는 사람이 관람비 징수원이자, 입구쪽이다.)
(방쪽으로 좀 더 다가간다.)
가느다란 얇은 기둥은 리드미컬한 배치를 통해 벽은 물론, 천장까지 무거운 하중에서 해방시켰다. 해방된 벽은 자유자재의 재질과 위치를 통해 또다른 공간을 구성하고, 천장은 벽과 갈라져 그 틈으로 햇빛을 받아들인다....
(보이는가...천장과 벽의 갈라짐....그리고 그 틈으로 새어들어오는 햇빛이!!)
(하중에서 해방된 벽은 자유로운 배치로 사람의 동선까지 해방시킨다. 일정한 방향도, 규칙도 없어진 공간)
틈새로 들어온 햇빛을 강조하듯 눈부심에 팔을 들어 햇빛을 가린 여신상이 서있다. 추상과 구상의 만남....그리고 건축가의 재치......
더 이상 밀폐되지 않은 방에는 역시 자유자재로 구성된 가구들이 배치되고......심지어 저 의자는 미스가 직접 개발한 의자다.
(가까이서 본 여신상의 모습)
(벽의 재질, 투명도, 질감 등이 모두 제각각이다)
(다시 입구쪽을 바라보다..안과 밖의 경계가 허물어진 건물....마치 미로와 같은)
이 건축물은 무엇을 담기보다 그 자체 오브제로서 새로운 건축의 방향을 보여주는 데 의미가 더 큰것같다. 단순하지만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몬주익 언덕을 올라가다보면 중간쯤 분수대 근처 한쪽에 자리잡고 있는데, 지난번 왔을 때에는 무심코 지나쳤었다. 건축을 공부하며 5년후 다시 찾아갔는데, 역시 아는 만큼 보인다고 그 때는 안보이던 건물이 왜 이리 잘 띄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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