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여행, 문화]/여행이야기

혼자 다니다보면 이런일도 생긴다~Best 3

budsmile 2011. 8. 22. 12:30

지금 생각해도 웃긴다. 누구에게 말도 못하고 창피하고 부끄럽기도 하지만 당시엔 너무나 절박한 생존의 문제였다. 잘 짜여진 일정과 어려움을 척척 해결해주는 가이드, 훌륭한 시설과 편안한 이동이 가능한 패키지여행은 '엘리베이터'와 같다. 그냥 타기만 하면 목적지에 내릴 수 있다. 중간과정은 생략. 목적지에 도착하면 사진찍고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고 다른 목적지에 가면 된다. 하지만 나홀로 배낭여행은 계단으로 걸어올라가는 것과 같은 과정의 즐거움이 있다. 중간에 무슨 일이 생길 지 모른다. 패키지에 비해 목적지 1, 2개는 시간상 포기할 때도 있지만, 목적지에 이르는 길에 생기는 여러가지 에피소드들은 그대로 추억이 되고 여행의 즐거움으로 평생 남는다. 그런 예기치 못한 상황으로 가슴졸였던 '최악의' 상황 3가지를 다시 꺼내본다.

 

1.프랑스 마르세이유, 다시는 가고 싶지 않은 악몽의 기차역 

 

(마르세이유역, 출처: www.superstock.com)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나는 야간열차를 타고 지중해를 따라 마르세이유에 도착했다. 전날 잘 먹지는 못했지만 덥고 피곤했던 탓에 새벽부터 속이 좀 불편하다 싶었는데, 열차가 도착하자마자 뱃속은 완전 폭동 수준이었다. 새벽 5시를 갓 넘긴 시각. 내가 타고 온 기차는 도착 즉시 열차내 화장실을 폐쇄해버렸고, 너무 이른 시간이라 새로 출발하는 기차도 없다. 시간은 흘러가고 나는 폭발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직감했다. 효과 좋은 정로환을 무려 8알이나 입에 털어넣었지만 이미 늦었다.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역안의 화장실을 찾아 헤맸으나, 모두 문이 잠긴 상태. 역 구내 널부러져있는 노숙자들 사이를 헤집고 역무원실을 가까스로 찾아가 협박 반, 애원 반 사정해보지만 지독한 넘들, 눈 깜짝 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시계만 가르친다. '뭐라구? 6시까지 기다리라구? 제기랄 그것들이 내 말을 들어야 할 거 아냐......' 이제 터지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손으로 입구를 막았다. 방법이 없다. 어차피 이래죽나 저래죽나 마찬가지였다. 나는 문명인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한 화장실 찾기를 포기하고, 길거리에서라도 일을 볼 요량이었다. 그 때 내  머릿속에 퍼뜩 떠오른 것이 바로 정차되어 있는 기차......훌륭한 엄폐물이다!......정말 죽을 힘을 다해 그 중 한 열차의 제일 앞칸으로 이동해 올라탔다. 객실은 문이 잠겨 있지만, 객차 사이 연결공간은 출입이 가능했다. 비닐봉지와 휴지를 꺼내고, 마침내 하악하악~세상이 다시 아름다워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옛날 초등학교 시절 채취를 위해 마당에 신문지를 깔아놓고 일을 보던 기억이 떠올랐다. 

 

(하필 내가 일을 본 열차가 오전 6시 출발하는 첫 차다......벌써 사람들이 몰려오기 시작한다. 조금만 더 늦었어도 난 해외토픽에 오를 뻔했다. 그건 그렇고, 일을 마친 결과물은 어떻게 처리했냐구? 바깥의 휴지통에 버리려했는데, 몰려드는 사람들을보자 순간 당황, 그냥 열차내 쓰레기통에 버렸다. 그날 아침 일찍 기차를 타고 여행한 사람들, 출처불명 냄새에 정말 마음고생 심했을 것같다......늦었지만, 이 자리를 빌어 공식 사과한다^^)

 

아니, 도대체 화장실도 운영시간을 만들어놓는 법이 어디있는가? 응가가 내 의지대로 시간맞춰 나오는 것도 아닌데 말야!!! 그러니 역 주변에 저리도 지린내가 진동을 하지......암튼 유럽여행시에는 배변시간 조절능력을 반드시 키워야 한다~

 

2. 도쿄 나리따공항, 이름을 왜 이따구로 지어놓은 거야?

 

(나리따 지도, 지도상 A로 표시된 곳이 나리따역 인근, 공항은 오른쪽에 위치, 출처:구글지도)

 

일본에 네 번째 배낭여행 갔었을 때였다. 도쿄에서 한국으로 귀국하는 비행기가 다음날 오전 이른 시간이었다. 나는 숙박비가 비싼 도쿄에서 숙소를 구할 생각을 아예 처음부터 하지 않았다. 대신 긴자에서 저녁 늦게까지 놀다가 나리따 공항에 가서 노숙을 할 생각이었다. 이를 위해 먼저 공항철도 시간까지 확인해두었다. 저녁 11시 이후에 출발하는 막차가 눈에 띄었다. 맘놓고 놀다가, 시간맞춰 역으로 갔다. 그런데 전광판에 기차가 없다. 허걱~급하게 역무원실로  뛰어갔다. 그 막차, 주말에만 운영되는 거란다. "그럼 지금 이후 공항근처라도 가는 기차 없나요?" 다행히 하나 있단다. 그것도 나리따행...하하...나리따면 나리따공항이 있는 마을이 아니겠는가.....생각할 것도 없이 고고!!

 

나리따 역에 12시가 훌쩍 넘어 도착했다. 정말 조그만 시골이다. 내리자마자 나리따 공항가는 길을 물어봤다. 택시가격은 거의 하룻밤 숙소가격이다~포기!......버스도 끊겼다. 방법은 딱 하나......튼튼한 다리로 걸어가는 것이다. 그래서 한없이 걸었다. 거의 2시간 걸렸다. 나리따 공항이 나리따에 있는 게 아니었어? 다행히 나리따 역에서 공항까지는 일직선으로 난 도로를 따라 가면 되니, 길을 헤맬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양옆이 산과 논밭으로, 지나가는 차도 거의 없는, 가로등 희미한 낯선 시골길을 걷는 것은 정말 무모한 짓이었다. 졸음이 싹 달아났다. 그리고 마침내 도착한 나리따공항......경비의 눈이 커진다. 그러더니 어딘가 무전을 친다. 긴급출동한 여자경찰.....여기서 잘 거라는 말에 자기가 제일 시원하고, 편한 자리를 안내해주겠단다. 멋쟁이~(다시 돌아가라고 하면, 솔직히 나 깽판치며 자해라도 하려고 했다 ㅋㅋ). 화장실에서 양치하고 의자에 침낭을 핀 후, 그날 저녁 일본경찰의 호위를 받으면서 정말 푹 잤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김포에서 김포공항을 찾아 걸어간 격이다. 미친 짓이었다. 하지만 나만큼 도쿄를 속속들이(?) 여행한 사람이 또 있을까....?

 

3. 스페인 까사레스, 경찰관을 암달러 환전상으로 만들다.   

 

(까사레스 전경, 출처: www.citypictures.org)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을 여행할 때다. 모로코에서 배를 타고 도착한 스페인 '알헤시라스' 항구......버스를 타고 지중해를 따라 '말라가'를 거쳐 '에스데뽀나'란 시골에 도착했다. 여기서 다시 로컬버스로 갈아타고 1시간 남짓 산으로 올라가면 아름다운 하얀 지중해 마을 '까사레스'가 나온다.(마치 그리스 산토리니 같은 분위기!) 이날 마침 일요일이어서 나는 환전을 하지 못하고(당시만 해도 유로화가 아닌 페세타를 쓸 때였다.) 그 전에 조금 남아있던 돈으로 버티고 있었다. 다행히 까사레스 들어가는 버스표나 숙박비는 그리 비싸지 않았다. 다음날, 나는 까사레스와 작별하고 다시 '에스데뽀나'로 나왔다. 그리고 은행에 갔는데 허걱......모든 은행이 문을 닫았다. 행여나 싶어 물 한병 안사먹었건만, 호주머니의 돈은 거의 바닥 상태......더불어 내 머리도 패닉상태다. 도대체 월요일에 왜 하나같이 문이 닫힌 거야? 10시 정도 되자 이 조그만 도시 곳곳에서 음악소리와 전통의상을 입은 행렬이 이어진다. 아침부터 왠 축제? 내가 길가는 사람들로부터 겨우 알아낸 것은 오늘이 카톨릭 축일 중에 하나, 그런데 마을 수호성인의 기념일은 그냥 이 마을의 휴일이 된단다. 난감했다. 난 오늘 숙박비는 커녕 점심 사먹을 돈도 없는데......

 

은행을 제외하고 환전을 할 수 있는 곳이 어디일까? 그 때 생각난 게 고급호텔이었다. 여기는 유럽의 고급휴양지 '코스타델솔'이니 가능할 거라 확신했다. 하지만 이 조그만 마을엔 인포메이션센터는 물론, 경찰서도, 호텔도 하나 없다. 나는 동네사람들에게 물어물어 마을에서 북쪽으로 3km 이상 떨어진 곳에 큰 호텔이 있다는 것을 겨우 알아냈다.(하지만 이를 가르쳐준 마을사람도 그곳에서 환전이 가능할 지는 모르겠다 한다)

 

나는 가르쳐준 대로 해변을 따라 뙤약볕 밑을 걷기 시작했다. 간간이 차가 지나가길래, 히치를 시도해봤지만 번번이 실패......얼마나 갔을까? 또 내 등뒤에서 차량소리가 들리기에 무조건 손부터 들었다. 그런데 내 앞에 선 것은 바로 '경찰차'......나는 경찰관 2명에서 나의 상황을 설명했고(다행히 영어가 좀 통했다) 그들은 나를 경찰차에 태우고 여기저기 환전이 될만한 곳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태어나서 처음 타본 경찰차였다. 안에서 문을 열 수없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그 좁은 마을 인근을 전부 휘젓고 다녔으나 모두 실패......급기야 맘 상한 경찰이 나를 한 은행 입구로 데려갔고, 거기 창문 사이로 보이는 환율전광판을 가르킨다. 그리고는 자기가 환전해주겠단다. 대신 커미션을 좀 달랜다....ㅋㅋ...완전 암달러상으로 돌변했다. 난 조금 더 흥정을 해서 적당한 환율을 제시했다. 그리고 그날 그라나다로 출발하는 마지막 버스를 탈 수 있었다. 

 

그 경찰.....자기나라에 와서 곤경에 빠진 외국관광객을 도왔으니 상을 받아야 할까? 아니면 불법인 암달러 환전을 해주었으니 처벌을 받아야 할까? 그래도 난 그날 우연히 그들을 만난게 행운일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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