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여행, 문화]/건축이야기

건축이야기(5)-'가우디'를 아시나요?

budsmile 2008. 7. 3. 15:02

건축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도 '가우디'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이 있을 정도로 스페인의 건축가 가우디는 대중적이다. 구불구불한 공간과 섬세한 장식은 대중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지만, 그의 건축은 그 이상의 의미를 보여준다.

 

그가 활동하던 당시는 건축의 격변기였다. 그리스양식을 재현하는 신고전주의(베를린국립박물관)와 고딕양식을 추종하던 낭만주의(영국국회의사당)를 끝으로 전유럽에 풍미하던 '∼양식' 혹은 '∼주의'의 시대는 끝나고 새로운 경향들이 일부 지역단위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러한 변혁은 철과 유리라는 신재료의 등장과 산업혁명에 따른 대량생산체제의 도입으로 인한 것이었다. 이 시기 철의 가소성과 유리의 반투명성이 주는 효과를 대량생산에 반대하는 수공예운동(Art & Craft Movement)과 결합시킨 아르누보(Art-Nouveau)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아르누보의 특징은 마치 담쟁이 넝쿨과 같은 곡선형태에 있다. 전통적 재료인 돌이 아닌 철로서만 표현이 가능하며 그것은 또한 대량생산에 따른 천박한 디자인에 비해 수작업의 가치를 어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당시엔 꽤 현대적이었다. 그러나 아르누보는 그 생명이 오래 가지 못했다. 기본적으로 새로운 재료인 철을 건축공간변화를 위한 수단이 아닌 장식적 요소로 사용하는 한계를 드러냈고 새로운 생산체계에 순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르누보의 대표작 - 타셀하우스, 빅터 오르타 作, 벨기에>

 

벨기에에서 시작한 아르누보는 글래스고우, 파리, 비엔나 그리고 스페인에까지 전파가 된다. 그 스페인의 바르셀로나에 가우디가 있었다. 하지만 금새 잊혀져 버린 여타 아르누보 건축가와 달리 가우디의 건축은 현재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이 될 정도로 각광을 받고 있다. 왜일까? 그것은 가우디가 구조와 장식의 아름다움을 통합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그의 구불구불한 곡선과 장식적 요소들은 아무런 의미없이 구조에 덧붙여진 부가물이 아니라, 구조에 대한 여러 실험을 통해 만들어낸 실제 구조요소 그 자체의 형태이다. 곡선이라고 다 같은 곡선은 아니었던 것이다. 여기에 조각과도 같은 수공예적 외관은 합리적인 구조의 경직성을 완화시켜주며 멋진 공간을 지닌 하나의 작품을 만들었던 것이다.

 

<가우디의 사그라다 파밀리아(성 가족성당)의 물결치는 내부 - 장식화된 구조>

 

우리는 어떨까? 한 나라의 자존심을 상징하는 국회의사당 건물을 보면 그 나라의 건축수준을 알 수 있다. 우리의 국회의사당 건물은 24개의 열주가 둘러쳐진 사각형 건물 위에 돔이 있는 형태이다. 애초에 현상설계에서 요구한 내용을 보면 건축가의 어떠한 창조성도 요구하지 않는 듯 외관과 구조형식을 미리 정해놓고 있다. 즉, 높이는 중앙청보다 높게 하고 열주랑이 있는 석조 건물로 지정을 해버린 것이다. 모든 것이 정해졌으니 새로운 구조형태가 나올리도, 멋진 공간이 탄생할 수 있는 독창성의 여지도 줄어든 것은 당연하다. 단지 건축가들은 정해진 구조위에 장식을 덧붙이는 작업을 한 것이다.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나중에 현상설계요건에 첨가된 돔......돔이란 로마시대부터 사용되기 시작한 구조인데 이처럼 오랜 역사 중에 이런 '평지붕 위의 돔' 형태는 아마 세계적으로 우리 국회의사당이 유일무이할 것이다. 돔이 란 원래 실내에 기둥 없는 넓은 공간을 만들기 위해 고안된 것이다. 따라서 돔은 하부의 다른 구조부재에 의해 지지되어야 하고 압축력을 견디기 위한 여러 장치들이 필요하다. 이러한 돔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미국 국회의사당의 돔에 비한다면 우리 국회의사당의 돔은 구조적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멀다. 가우디처럼 센세이션을 일으킬 새로운 구조형태 창안은커녕 기존의 구조 형태조차 조형적으로나 구조적으로나 엉뚱하게 사용되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 국회의사당(좌)과 미국 국회의사당(우)>

 

결국 우리의 국회의사당은 극단적으로 말한다면 사각형 박스건물에 장식으로 기둥과 돔을 덧붙인 국적불명의 희한한 건물이 되버린 셈이다. 우리는 자주 봐서 못 느끼겠지만 말이다. 한 나라의 얼굴이 이러할진데, 그 나라의 건축문화라는 게 과연 어떨까? 가난하지만 자존심있게 대가의 작품으로 지어 올려 전세계에서 가장 멋진 국회건물중 하나라는 소릴 듣는 방글라데시가 차라리 부럽기까지도 하다. 새로 만들어질 신행정수도에 국회가 이전을 하게 될 지는 모르겠지만, 만일 하게 된다면 정말 자랑스런 우리의 얼굴이 멋진 작품이 되도록 건축에서의 세심한 배려가 있어야하지 않을까싶다. (2004.2.17)

 

<방글라데시 국회의사당 - 루이스칸 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