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배낭여행]/오세아니아

사이판 가족여행

budsmile 2012. 8. 20. 17:00

금년 가족여행의 목적지는 '사이판'이었다. 역시 기준은 아이들을 위해 비행거리가 짧고 시차도 별 차이 없는 곳.....사이판은 북마리아나연방(미국 자치령이긴 하지만)의 가장 큰 섬이고, 이 열도의 남쪽 아래에는 괌섬이 있다.(하지만 특이하게도 괌은 미국의 직할 속령이다.)

 

사이판은 괌과 달리 처음 준비할 때부터 고민이 좀 있었다. 괌은 섬 주요 명소를 잠깐 둘러보는 것 외에는 그저 리조트에서 시간을 보내기만 하면 되는데 반해, 사이판은 마나가하섬이라는 복병이 있었다. 즉, 마나가하섬은 반드시 반나절 이상을 투자하여 다녀와야 하는 필수코스가 된 곳인데, 이왕 거기까지 간 이상 유명한 패러세일링과 호핑크루즈 등 투어를 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그렇게 치면 실제 리조트에 머무는 시간은 짧아질 수밖에 없다는 점과, 투어로 인해 별도 비용이 추가로 소요된다는 점이 중요한 변수였다.

 

그래서 이번엔 리조트와 투어를 후회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4박5일로 여행일정을 잡았다. 여행사에서는 비행기표만 끊고, 우리나라 기업이 운영하는 월드리조트에는 홈페이지를 통해 예약을 마쳤다. 새벽비행기를 이용하지 않고, 주간에 움직이는 비행기를 이용하니 도착하는 첫날과 출발하는 마지막날에도 섬일주 관광을 하거나 리조트 수영장을 활용할 수 있었다. 투어는 현지에서 신청할 경우 비싸다는 얘기를 들었기에, 한국에서 미리 정보를 검색해 '산타로사'라는 저렴한 현지 업체에 미리 예약할 수 있었다.(여기를 통한 투어예약의 장점 중 하나는 별도 비용 없이 2시간의 섬 일주 관광과 공항픽업을 서비스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제 출발~~

 

비행기로 4시간 30분......망망대해 한 가운데 섬 하나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사이판이닷~~

 

<비행기에서 바라본 사이판섬의 동측전경>

 

공항에 내리자 무덥고 습한 공기가 얼굴에 확 와닿는다. 꽃냄새, 바다냄새와 섞인 특유의 열대향기와 함께......한여름의 사이판은 5월께 갔었던 괌과는 차원이 틀렸다. 습도는 거의 90%였고, 게다가 이글거리는 햇빛은 자외선 순도 100%, 살이 익는 냄새가 날 정도였다. 우선 공항에 나온 산타로사의 무료 봉고차를 타고 숙소로 이동, 체크인을 한 다음 바로 섬 일주에 나섰다.

 

<리조트 전경, 사이판 최대의 워터파크인 '웨이브정글'이 있어 선택했다>

 

<리조트 바로 앞에는 전용비치가 있다. 무동력 해양스포츠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먼저 찾은 곳은 섬 북쪽에 있는 한국인위령탑......2차 세계대전 중에 이 곳까지 징용으로 끌려와 숨진 무고한 우리 조상들을 기리는 추모비이다. 모두 한국에서 가져온 돌들로 만들어져 있다고 한다. 탑이 바라보고 있는 곳은 바로 한국 방향이라고 한다.

 

<한국인 위령탑>

 

부근에는 일본군 최후 사령부가 있다. 이 섬은 스페인과 독일의 지배를 거쳐 일본의 지배를 30여년간 받았다. 그리고 2차 세계대전으로 미국이 점령한 후 지금까지 미국령이 되어 있다. 사령부는 정말 교묘한 지형을 이용해 만들어져 있었다. 저 거대한 낭떠러지 중간쯤이 움푹 패여 있는데, 그 안에 굴을 파고 만들어져 외부에서는 잘 알아보기 어렵다. 주변에는 부서진 대포 등이 당시의 상황을 그대로 전달해준다.

 

<일본군 최후 사령부가 있는 바위와 주변의 부서진 대포들>

 

이번엔 사이판의 유명한 '새섬'이다. 저 섬에 새들이 많이 살았다 하기도 하고,(실제 보이는 구멍들은 새 집이라고 한다) 산호초에 부딪혀 부서지는 파도의 포말이 새가 날개를 핀 형국이라 하여 새섬이라고도 한다. 어찌됐건 이름과 다르게 사이판에서는 이후로도 갈매기를 보기 힘들었다.(새우깡도 가지고 갔는데 말이다) 사이판은 먼 옛날 마리아나 해구(세상에서 제일 깊은) 바로 위쪽 화산활동에 의해 생겨난 섬이기 때문에 전부 현무암으로 이루어져 있다. 따라서 섬에는 뱀이 없다고 한다 또한 섬의 서쪽은 화산활동 영향으로 수심이 얕아 산호초들이 군락을 이루고, 동쪽은 해구와 직결돼 수심이 깊다. 따라서 리조트들은 모두 섬의 서쪽에 있다.

 

<새섬의 전경>

 

2차 세계대전이 끝나갈 무렵, 일본군들이 모두 포로가 되기를 거부하고 '만세'를 부르며 자살했다고 전해지는 '만세절벽'에서 바라본 사이판섬의 동측 태평양 바다......저 멀리 소나기구름이 특정 지역에 비를 퍼붓고 있는 모습이 무지개와 함께 선명하다. 만세 절벽에서는 아까 지나쳤던 일본군 최후 사령부가 있던 거대한 낭떠러지(일명 '자살절벽')가 한 눈에 보인다. 당시 일본군 가족들은 그 사령부 근처에 숨어 있었다고 하는데, 거기서 만세절벽의 자살하는 군인들을 본 가족들 역시 자살을 택했다고 한다.(그래서 그 이름도 '자살절벽'이다) 다시는 되풀이 되서는 안될 전쟁의 흔적들.....그리고 적과 아군을 떠나 느껴지는 인간적 아픔들......

 

<만세절벽에서 바라본 태평양>

 

<만세절벽에서 바라본 자살절벽....절벽의 움푹 패인 흔적은 모두 전쟁의 상흔이다. 저 절벽아래가 일본군 최후사령부이다>

 

첫날 섬 일주를 마친 후 가라판에서 기념품 몇 개를 산 후, 사이판에서 유명하다는 맛집을 찾았다. 워낙 가라판 시내가 좁아서 찾는데에는 큰 문제가 없다. 함박스테이크를 잘하는 '컨츄리하우스'와 해산물이 유명한 '모비딕' 중에 고민을 하다 '모비딕'으로 향했다.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었다. 음식 종류를 대여섯가지 시킨 것같은데 모두 입맛에 맞다. 시원한 맥주 한 잔에 배불리 먹고 나니 여독이 풀린다.

 

이틀째 되는 날은 하루 종일 리조트 수영장과 그 앞 비치에서 시간을 보냈다. 점심때 쯤 소나기가 무섭게 퍼부었으나, 점심을 마치자 해맑게 개인 하늘이 너무도 깨끗하다. 수영장은 파도풀, 아동용풀, 게임용풀, 유수풀 등 다양하게 있어 지루하지 않았다. 또한 스피드 넘치는 슬라이드는 스릴 만점이었다.(아이들도 타고 싶어했으나 키 120cm 규정은 철저하게 지키더라는......) 이용시스템은 괌에서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9시 입장 전 프런트에 가서 손목에 차는 종이입장권을 받은 후, 수영장 내 관리소에서 타월교환권을 타월과 교환하고 구명조끼를 빌리면 된다. 놀다 지치면 정글스낵에서 야자열매(진짜 열매 그대로의) 쥬스를 시켜 먹기도 하고, 바로 인접해있는 바다로 나가 해변을 거닐기도 하였다.

 

<숙소 9층 발코에서 바라본 파도풀과 수영장 전경>

 

<아이들용 풀, 미끄럼틀이 있어 좋아했다>

 

이틀째 저녁은 리조트에서 3박 이상 숙박객에게 무료로 1회 제공해주는 BBQ와 민속공연을 봤다. 조금 짜긴 했지만 BBQ로 나온 닭이나 LA갈비도 맛이 괜찮았다. 민속공연은 역시나 괌에서 봤던 것과 별반 차이가 없다. 하와이나 뉴질랜드 마오리족 전통춤을 짜집기 한 듯한 예의 공연 후에는 서커스같은 불쇼로 마무리된다. 아이들은 공연에 관심없는 듯, 잔디밭을 뛰놀며 땀을 쏙 뺀다.

 

<민속공연 중 일부......조금 어둡다....>

 

새벽에 비바람이 몰아쳤다. 호텔이 무너지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바람이 거셌다. 하지만, 아침이 되자 언제 그랬냐는 듯 파란하늘이 눈부시다. 다음날 섬에 들어가야 하는데......하며 밤새 걱정스러웠던 마음이 햇빛에 눈녹듯 사라졌다.

 

이번 여행에는 동생네 가족들도 함께 했다. 아이들도 먼 곳에서 만나니 더욱 반가운 듯......재잘거림이 끝이 없다......셋째날은 그 유명한 마나가하섬으로 향했다. 산타로사에서 아침 10시 픽업, 배를 타고 섬에 들어가 오전 동안 산호초에서 스노쿨링을 하고 나면, 오후엔 패러세일링과 호핑크루즈를 하며 섬을 완전 일주하게 된다. 점심은 도시락으로 자체 해결(아침에 리조트 뷔페식당 입장할 때 마나가하섬에 갈 거라 말하면, 스티로폼 일회용 점심도시락가방을 사람수대로 준다), 그리고 산타로사에 예약할 때 미리 말해두면 아이스박스와 돗자리를 모두 5불에 빌릴 수도 있다.(물론 오리발과 물안경 같은 스노클링 장비도 모두 5불에 대여했다) 일단 섬에 들어가면 뭐든 하나 빌리는데 무조건 10불씩이다.

 

마나가하섬까지는 20분 정도 걸린 것같다. 사이판 최고의 번화가, 가라판 지역 마이크로비치 앞에 떠 있는 무인도인데 주변을 모두 둘러봐도 30분이 채 걸리지 않는 작은 섬이다. 이 섬이 유명한 것은 바로 산호초로 이루어진 얕은 수심, 그리고 코발트빛 바다......명성 그대로 환상적이었다.

 

<마나가하섬과 주변의 코발트빛 바다......바닷속 시커먼 것이 바로 산호초 군락이다>

 

<마나가하섬에 있는 백사장>

 

<아이들은 수영이나 스노클링하다 지치면 올라와 모래놀이도 하고.....>

 

섬주변의 바닷물이 얼마나 깨끗한지 굳이 스노클링을 하지 않아도 지나다니는 물고기들이 모두 보였다. 색깔도 가지각색, 크기도 다양해서 잡힐 듯 주변에 서성이는 게 신기했다. 패키지로 온 관광객들은 섬에서 고작 오전 2-3시간 정도를 보내게 되는데, 자유롭게 온 우리들은 섬에서 넉넉하게 하루를 보낼 수 있게 되어 좋았다.

 

이번엔 패러세일링이다. 점심을 먹고 오후 2시쯤 선착장에 가면 모터보트들이 미리 대기하고 있다가 6명씩 태운다. 나는 둘째와, 와이프는 첫째와 함께 탔는데, 처음에 좀 무서워하던 아이들도 막상 바다위에 떠오르고 나니 시원한 바람을 즐긴다. 바다위라 그런지 20m 이상 높이가 그리 높게 느껴지지 않는다.

 

<이제 패러세일링하러 갑니다.....앞보트가 동생네, 뒤보트가 우리 가족들>

 

<와이프와 첫째가 탄 패러세일링 모습>

 

패러세일링을 마치고 돌아와 이제 큰 배로 갈아타고 선셋 호핑크루즈에 나섰다. 배는 우선 산호초 보호지역에 들어가 스노클링을 할 수 있도록 해준다. 장비는 모두 배안에 있는 걸 사용할 수 있는데, 스노클링을 하지 않더라도 구명조끼를 입고 바다에 들어가 수영을 즐길 수도 있다.

 

<비취색 바다위를 유영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그림같다>

 

<나는 아직 스노클링을 못하는 아이들과 함께 수영을 즐겼다>

 

스노클링을 하고 난 다음에는 갑판 위로 올라가 낚시를 한다. 하지만 어제 비가 많이 온 때문인지, 영 입질이 좋지 않다. 가이드는 큰 물고기를 잡자고 깊은 산호초에 갔지만 실패, 결국 연근해 얕은 곳에 정박하면서 고만고만한 고기 몇 마리를 잡는데 그쳤다. 그래도 아이들은 신난듯......시간가는 줄 모르고 고기를 기다렸다.......그리고 어느덧 황혼녘......붉은 노을은 보지 못했지만 따뜻한 바람결을 맞으며 바다 위에서 맞이하는 일몰은 기분이 색다르다.

 

이날 저녁은 산타로사에서 제공해준 참치회와 된장찌개였다. 가라판 시내에 있는 한국식당에서 먹었는데, 배가 고파 정말 진공청소기처럼 폭풍흡입했다는......

 

넷째날은 오전에 리조트에서 수영을 즐기다, 오후에 잠시 잠수함을 타러 갔다. 스노클링을 아직 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 바닷속을 보여 주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마나가하섬에 갈 때 갔던 선착장에서 오후 4시쯤 배를 타고 10분 정도를 가면 바다 위 머리를 내밀고 있는 잠수함을 보게 된다. 잠수함위에 올라탄 후 밑으로 내려가면 창문 하나에 두 사람씩 앉도록 되어 있는 좁은 실내가 등장한다. 생각만큼 그리 답답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작은 아들은 약간 답답한 지, 짜증을 부리다 이내 잠들어버렸다.......큰 아들은 엄마랑 정말 신나게 바닷속을 구경했다. 여러 개의 산호초를 돌아다니며 다양한 물고리들을 보여주는데, 가끔씩 물고기밥을 뿌리자 달라드는 열대어떼들이 장관이다.  또한 2차 세계대전 중에 침몰한 일본 상선이나 미국 비행기들의 잔해가 그대로 보존되어 있었는데, 잠수함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마치 헐리우드 영화세트장을 보는 듯 초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저기 노랗게 머리를 내밀고 있는 것이 잠수함>

 

<잠수함 내부, 대부분 중국인들이었다>

 

<수중에 있는 한국인전몰자위령비......침몰된 일본상선 부근에 있었다>

 

<잠수함 창 너머로 보이는 산호초와 열대어들>

 

마지막날 저녁, 와이프는 마사지를 받으러 갔고 난 아이들과 리조트 수영장에서 야간수영을 즐겼다.(참고로 숙소 앞 풀 1개는 오후 11시까지 개장이다) 구명조끼를 입고 배영자세로 누워 바라보는 사이판의 밤하늘이 좋았다. 그리고 아이들과, 가족들과 함께 해서 행복한 휴가를 마무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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