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밤 11시15분에 출발한 야간버스는 오전 9시에 되어서야 아레키파에 들어선다. 터미널은 이제까지 본 것중에 가장 근사해서 오히려 어색할 정도다. 물어보니 쿠스코가는 기차는 당분간 철로사정으로 운행이 중단되었다 하여 할 수 없이 야간버스 표를 미리 예약해두었다.
그리고 아르마스 광장을 찾았다. 여기 광장 역시 시원한 분수와 함께 잘 꾸며놓은 조경이 보기 좋았다. 도시의 활기찬 분위기와 우호적인 느낌이 확 느껴졌다. 차들은 경적을 적게 울리고 해가 내리쬐는 데에도 그리 덥지 않은 시원한 날씨는 기분까지 상쾌하게 만든다.
광장이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이층 테라스에서 마루아치들의 즉석 음악을 들으며 차 한잔을 마셨다. 마치 유럽에 온 듯한 여유로움마저 느끼게 된다.
광장 한 켠의 이층 아케이드......페루엔 티코 택시들이 많다.....^^
또다른 광장 한 켠의 대성당.....원래 아레키파는 잉카의 도시위에 피사로가 스페인풍으로 건설한 도시이다. 1868년 대도시로 붕괴되었으나 구시가는 복구되어 2002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광장 북쪽으로 몇 블록 올라가면 나타나는 산프란시스코 성당
규모는 그리 크지 않으나 상큼한 비례를 가진 회랑과 아름다운 중정이 사람을 차분케 한다.
우리나라 4월만큼 눈부신 햇살과 상큼한 공기는 쿠스코로 가기 전 휴식을 취하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었다. 그렇다해도 여기 해발고도는 2,300m다.
다음으로 간 곳은 산타카타리나수도원. 원래 여자수도원이었는데 규모가 굉장히 크다. 그도 그럴 것이 이 곳에 들어오면 죽을 때까지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고 하니 모든 것을 내부에서 해결해야 했던 만큼,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도시다. 구불구불한 골목길 사이로 예배당, 가정집, 식당, 목욕탕, 집회실 등이 미로처럼 얽혀있다.
각각의 이름이 붙여진 길과 집들이 있었는데 파란 하늘과 잘 어울리는 붉은 갈색으로 칠해진 거리......빨간 제라늄 꽃과 분수의 물소리가 기분을 매우 좋게 만들어주었다.
마치 어린 시절 옛 동네를 찾아온 듯한 느낌이다. 숨바꼭질도 하고, 딱지치기나 땅따먹기 같은 놀이가 괜히 생각나는 곳이었다.
수도원인지라 곳곳에 아름다운 회랑을 가진 중정들이 많이 눈에 띈다.
아마 수녀님들도 답답하면 적기 저 지붕 꼭대기 계단을 올라가 속세를 흘낏 훔쳐보기도 했을 것이다.
또다른 예배당의 중정
여기 동네는 온톤 코발트빛 색채로 시각을 즐겁게 만들어준다.
가정집 중 하나를 들어가봤다. 아궁이가 있는 부엌......그리고 정말 조그만 천창 하나로 새들어오는 한줌의 빛
십자가 세 개가 놓여있는 푸른색 중정......따스한 햇살과 새들의 재잘거리는 소리만 들리는 이 곳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오후를 보냈다. 오감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흔치않은 장소로 기억에 남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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