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맘광장의 서쪽, 셰이크로폴라 모스크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있는 위치에 알리카푸 궁전이 있다. 6층의 건물은 시원스런 발코니가 있어 폴로경기, 처형, 군중집회 등 광장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내려다보는 용도로 사용되었다. 역시 이스파한을 수도로 삼은 사파비왕조 시절, 압바스 황제에 의해 17세기 건설되었다.
입구에 들어서자 회칠된 하얀색 벽에 과거의 화려한 장식이 일부 남아있다.
입구의 타일 모자이크......참 특이한게 아라베스크 문양에 박힌 사람얼굴 2개......이란에 와서 느낀 거지만, 이슬람 원리주의 국가이면서도 이란의 문화나 사람들은 특유의 여유와 너그러움이 묻어난다는 것......사실 원리주의 국가이면서도 유대교나 기독교, 조로아스터교 등 다른 종교에 대해 관용을 베풀고 있는 국가이기도 하다.(바빌론의 유수를 풀었던 것도 페르시아의 왕, 키루스대왕이었으니, 유대인들에게 이란인들은 보은의 대상이기도 하다. 그런 이란과 이스라엘이 지금은 서로 잡아먹지 못해 안달이라니......쩝~)
입구에 들어서 처음 나타나는 돔의 화려함은 언제봐도 감탄스럽다...이맘모스크나 셰이크로폴라 모스크와는 다른 색조의 문양...고급스럽다.
입구에는 이맘광장의 모형이 설치되어 있다. 남쪽의 이맘모스크, 동서쪽에 셰이크로폴라 모스크와 알리카푸 궁전이 각각 설치되어 있다. 그런데 이왕 만들거면 좀 제대로 만들지.....이맘광장의 아름다움이 단 1%도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모형이다.
이제 본격적인 건물탐사다.....저렇게 조그만 홀에 상부층으로 올라가는 계단만 덩그러이 있을 뿐이다. 아마 저 하얀색 벽들도 예전엔 모두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었으리라......
그나마 남은 장식은 계단에 남아있는 모자이크 타일들이다.
2층으로 올라가니 툭터진 시야에 높다란 천장이 인상적인 발코니가 나타난다. 아쉽게도 수리중이나 그 경관을 즐기는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바로 이런게 페르시안 스타일......정면 파사드를 이란산 목재(플라타너스)로 천장과 기둥을 만드는 게 특징이다. 참 정성이 느껴지는 디테일이다.
발코니에서 바라본 이맘광장......저멀리 이맘모스크가 한 눈에 들어온다. 햇볕이 뜨거운 날씨였으나, 시원한 바람이 상쾌한 오후다
발코니에서 또 상부층으로 올라가는 입구 좌우에는 아름다운 미인도가 그려져있다.....이란의 미인 기준은 예나지금이나 변한게 없는 것같다......가느다란 눈썹, 오똑한 코와 좁은 콧볼, 풍만한 몸매......아무튼 이런 인물화가 이슬람화된 이란에 남아있다는 것이 신기할 뿐이다.
곳곳에 이렇게 훼손된 그림들이 많다.
발코니는 나무기둥 18개가 떠받치고 있는데, 거의 절반 정도는 보수중이라 바닥을 파헤쳐놨다. 자세히 보니 모두 벽돌을 사용해 만든 볼트구조로 되어 있다. 볼트는 아치를 연결하여 만드는데, 이 아치는 이슬람에서 만들어진 획기적인 발명품이다. 아치 덕분에 콜롯세움이니 로마건축이 가능했다.
아빠랑 놀러온 아이가 너무 귀엽다.....
벽 곳곳에 예전 벽화들이 남아있다. 그림 속 남자는 꼭 변발한 만주족이나 몽골족같은 느낌이다.
또 하나의 미인도......어깨 쇄골을 드러내는 파격적인 의상이다......
이제 꼭대기층으로 올라가본다.....올라가면 나타나는 홀과 그 화려한 천장의 모습
건물 뒤(이맘광장 반대편)로 보이는 풍경......왕실의 정원과 돔형의 정자가 눈에 띈다.
꼭대기층에 올라가면 압바스 왕의 개인 음악실이 나오는데, 그 문양과 구조가 특이하다. 붉은 황톳빛 계열의 3차원적 아라베스크 문양이 겹겹이 둘러싸고 있는데, 이상한 모양의 구멍까지 뚫려있어 입체감이 신비롭다. 저 구멍들은 페르시아 황제들의 취미였던 중국 청화자기 수집품들을 보관하던 곳이라 한다.
환한 빛으로 마치 공중에 떠 있는 듯한 천장
넋을 놓고 감상하고 있는데, 한 가족이 다가와 사진을 찍어달라 자청한다. 영어를 한 마디도 못하는 분들이었는데, 사람의 감정은 언어로만 전달되는 게 아닌것 같다.....이란 사람들의 해맑은 모습은 아이때나, 어른이 되어서나 별반 달라지지 않는 것같다.......
역시 손이 닿는 벽은 훼손정도가 심하다......
구상과 추상을 넘나드는 정물화......특이한 분위기의 아우라가 뿜어져 나온다.
다시 내려가는 계단을 밝혀주는 창문과 그 너머의 이스파한......내가 정말 이 곳을 밟고 있다는 것이 꿈만 같았다.
밖에 나오니, 무더운 날에 아이들은 여전히 물장난 하느라 여념이 없다.......긴장의 징후도, 종교라는 이름의 횡포도, 시덥잖은 국제정치도 아무런 의미없이 모두 묻어버릴 듯한 평화로움이었다.
이제 이맘광장을 떠나 인근에 있는 체헬소툰 궁전으로 향한다.
(가는 도중 이스파한의 특산품인 낙타뼈로 만든 장식품 가게에 들어갔다. 론리플래닛에도 나오는 유명한 집인데, 마침 손님이 없었다. 그림을 그리는 주인 할아버지가 나를 부르더니 종이에 그림도 그려주고, 깍쟁이같은 딸은 난감해했지만 물건값도 제법 많이 깎아준다. 기분좋게 보석함 하나를 사가지고 나왔다. 여유있는 자부심과 수공예적 전통이 살아있는 페르시아의 상인을 만난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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