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배낭여행]/중동

이란배낭여행(10) 이스파한-아르메니안들의 영혼이 깃든, 반크교회

budsmile 2014. 8. 7. 11:27

이른 아침, 나는 자얀데 강을 건너 남쪽으로 향한다. 이스파한의 남서쪽 지구는 흔히 졸파지구라 부르는 곳으로서 아르메이나인들의 자치지역이다. 그리고 여기에는 기독교(아르메니안정교회)를 믿는 아르메니안들의 교회가 13개 있다 한다. 시아파 이슬람을 국교로 믿는 이란에서 기독교 교회라니......!

 

사산조 페르시아 멸망 후 아랍과 투르크, 몽골의 800여년 지배를 끝내고 다시 페르시아인들의 왕조로 사파비왕조를 세운 이스마일 1세는 수도를 타브리즈로 정하고 시아파를 국교로 정하고, '샤'라는 칭호를 사용하여 신정체제를 구축한다. 현대의 이란 정치체제의 근간이 형성된 것이다. 그리고 그의 증손자인 압바스 1세는 신장된 국력을 바탕으로 수도를 이스파한으로 옮기고 융성한 문화중흥기를 열게 되는데, 그 때 압바스1세는 기술적 능력과 장사수완이 탁월했던 아르메니아인들을 이 곳 졸파지구로 이주시켰다고 한다.

 

아르메니아는 로마의 콘스탄티누스 대제가 기독교를 공인하기 36년 전에 이미 세계 최초로 기독교를 국교로 지정할 만큼, 이 지역내의 유일한 기독교 국가의 정체성을 지녀온 나라다. 하지만 국력은 그리 강하지 못해, 사산조 페르시아에 나라가 멸망한 이후 잦은 외침을 받다가 이란과 터키에 국가가 양분되고, 끝내는 소비에트 연방에 편입되는 역사를 갖는다. 하지만 결국 기독교라는 정체성을 유지하며 독립에 성공하였으니, 참 끈질긴 민족성을 가진 나라이기도 하다.

 

이 반크교회는 이스파한으로 강제 이주당한 아르메니아인들의 자기 정체성을 확인할 수 있는 장소였으리라......압바스 1세가 자신의 사재까지 털어 교회를 지어주었다고 하니, 이들을 데려오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공을 들였는지 짐작할 수 있다.

 

 

벽을 따라 교회 정문으로 가면, 정문 앞에 웬 동상 하나가 자리하고 있다. 이란의 구텐베르크라 불리는 '가차투르 바르다페트'라는 17세기 사람이다. 인쇄기를 발명하여 필사본 성경의 시대를 마감하고 아르메니아인들에게 성경보급을 확산시켰던 인물이다.

 

 

교회 입구의 모습, 아르메니아어가 선명하다. 이 곳 입장료는 이란내에서도 비싼 축에 속한다. 15만 리얄인데, 그 유명하고 광활한 페르세폴리스와 같을 정도다.

 

 

개관하자마자 들어갔는데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관광객들도 없고 고즈넉하니 좋았다. 겉으로 보기에는 수수한 장식의 여느 평범한 건물처럼 보이는데, 특히 예배당은 모스크처럼 돔을 이고 있다.

 

 

예배당과 종탑......

 

 

종탑은 마치 모스크의 미나렛과 같은 양식으로 지어져있는데, 다가가 보니 그 밑에 무덤들이 있다.

 

 

종탑 밑의 돌로 된 석관

 

 

예배당 벽에도 아르메니안 수도사들의 비석이 있다.

 

 

예배당 왼편에는 수도사들이 기거하는 방들이 있다. 이 교회는 졸파지구 교회 중 가장 유명하여 거의 예배는 이뤄지지 않는다고 한다. 대신 구내의 아르메니안 역사박물관과 더불어 관광명소가 되어 있었다.

 

 

예배당 맞은 편에 있는 아르메니안 역사박물관......내부는 조금 허름했지만 지난했던 이란에서의 아르메니아 역사를 볼 수 있었다.

 

 

내부에서 특히 눈에 띄는 건 필사본 성경들이다. 아름다운 채색과 함께 직접 손으로 만들어진 성경들은 이들의 독실했던 기독교신념을 잘 말해준다. 사진은 찍지 못했지만 머리카락에 성경구절을 새긴 것도 있어서 신기했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아르메니아인들은 오스만투르크로부터 영토를 뺏기는 것은 물론이고 지독한 탄압을 받게 된다. 1915년부터 3년간 이루어진 대학살에 대해 지금도 터키정부는 부인하고 있지만, 그 당시의 사진들은 참혹한 역사를 생생히 증언해준다.

 

 

박물관 밖에 나오니 교회 문이 개방되었다.

 

 

예배당에 들어가기 전에 악귀를 밟고 있는 천사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예배당 입구 상부에 그려진 이콘......

 

 

내부로 들어가면 눈이 정말 휘둥그래진다. 성상을 만들수 없는 정교회의 특징상, 모든 것은 벽화(이콘)으로 그려져 있다. 내부는 조금 어두운 편인데, 이콘들의 색채가 워낙 화려해 전체적으로 밝은 느낌이다.

 

 

벽면 하나를 다 차지하고 있던 최후의 심판

 

 

성경의 에피소드들을 묘사한 이콘들......

 

 

금박의 이슬람 아라베스크 문양이 이콘과 섞여 묘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모든 벽면이 이렇게 이콘들로 꽉 차 있어서, 그림 하나하나를 살펴보는데만도 시간이 꽤 걸렸다.

 

 

밖에서 봤던 돔의 내부 모습......

 

 

바벨탑의 구약내용과 예수님 탄생의 신약이 함께 그려져 있다.

 

 

제단의 모습.....제단의 이콘은 아르메니아에 기독교를 처음으로 전파했다고 전해지는 성 그레고리안의 박해모습이다.

 

 

 

이제 반크교회의 감동을 간직하고, 북쪽의 자메모스크로 발길을 재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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