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배낭여행(4) 이스파한 - 세상의 절반, 이맘광장
새벽 5시 30분....택시를 타고 아르잔틴터미널로 갔다. 테헤란에는 동부(샤르끄), 서부(가릅), 남부(주눕), 센트럴(아르잔틴)의 4개 버스터미널이 있다. 관광지가 많은 남부지방은 주로 주눕에서 타게 되는데, 아르잔틴은 고급 딜럭스버스만 운행하는 곳이다. 버스는 크게 볼보와 벤츠로 나뉘는데, 볼보가 더 고급이다. 터미널에는 행선지별이 아니라, 버스 회사별로 오피스가 있어 맘에 드는 곳에 가서 행선지를 말하고 표를 사면 된다.(영어가 그리 쉽게 통하진 않으니 각오는 해야함!)
새벽 6시 30분, 이스파한행 버스가 출발했다. 차가 출발하자마자 먹구름 잔뜩 낀 하늘에서 가랑비가 쏟아졌다가 이내 갠다. 버스는 테헤란 시내를 벗어나기 이전에 몇 차례 표지판도 없는 이상한 곳에 서며 호객행위를 했다. 그래도 결국 좌석의 1/3 가량은 비어갔다.
내가 탄 버스..... 이스파한까지는 6시간 정도 걸렸는데, 기사 외에 안내양(? 남자니까 안내군인가? ㅋ)이 한 명 더 탄다.....버스는 경제제재가 무색할 정도로 최신식이다. 비디오를 어찌나 시끄럽게 틀어주던지......이란은 자체적으로 영화제작도 많은가보다. 이란 여행내내 수많은 장르의 이란영화를 봤다. 야간버스를 타면 기사가 1명 더 탄다. 그리고 짐싣는 곳에 별도의 조그만 잠자는 공간에서 쉰다. 물론 자기 전까진 기사들간에 어찌나 시끄럽게 대화를 하며 한눈을 팔던지 맨앞에 탔을 땐 내가 불안해서 잠이 안올 지경이었다. 특히 야즈드에서 쉬라즈에 갈 때 탔던 야간버스에서는 제 멋대로 에어컨도 꺼버리고 실내에서 담배를 피우는 통에 정말 고역이었다.(이란에 가면 VIP버스라고 VIP대접을 받겠다는 생각은 금물.....차내부만 VIP급이라 생각하면 된다)
우리의 우등같은 VIP버스를 타면, 출발한 후 안내양이 팩하나와 쥬스하나를 나눠준다.
그 안에는 요렇게 과자가 종류별로 들어있다는거...과자는 꽤 맛있었다......어떤 버스에서는 물과 바나나를 주기도 했다......
테헤란을 벗어나는 톨게이트......우리네 풍경과 별 차이가 없다....다만, 하이패스가 없다는거......
중간에 휴게소를 한 군데 들르긴 한다.....휴게소 내 과자를 파는 상점......미국과자를 흉내낸 치토즈가 눈에 띈다.....그래도 음료수는 오리지널 코카콜라나 펩시가 잘 팔린다.....
여기는 사탕가게......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만난 또 한명의 아리따운 이란 처자......저 처자 뒷편에 보이는 노란색과 파란색의 박스는 우체통이 아니라 기부박스이다. 이란 길가 곳곳에서 볼 수 있다.
고속도로변 풍경......저런 산이 끝도 없이 이어진다......나무도 없는 산......헌데 그 풍광이 굉장히 독특하고 매력이 있어 보면 볼수록 자꾸 빨려든다......
정오가 20분 정도 지난 시간.....드뎌 이스파한 카베 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일단 야즈드행 표를 예매하고서는 택시를 타고 미리 점찍어둔 숙소로 향했다. 압바스거리의 숙소밀집지구에 도착했는데, 그 많은 게스트하우스들이 모두 꽉 찼다. 이스파한은 워낙 유명한 도시인데다, 이란 국토 거의 정중앙에 있어 국내외 회의가 끊이지 않는다던, 그래서 방을 예약하지 않으면 구하기 어려울 거라던 론리 플래닛의 말은 사실이었다. 결국 1시간 가량을 헤매다 이맘광장에서 가까운 중급호텔에 여장을 풀었다......속은 좀 쓰렸지만, 제법 훌륭한 시설과 편리한 입지조건에 위안을 삼고 거리로 나섰다.
지도를 보며 20분 걸었을까? 골목길 사이로 이맘광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워낙 사진으로 많이 봐왔던 광장인터라, 한 눈에 알아챌 수 있었다.
이맘광장은 중국의 천안문 광장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광장이다. 하지만 그 아름다움에 있어서는 세계 제일이다. 프랑스 시인 르니에르가 '세상의 절반'이라 칭한 이후 이는 이맘광장의 별칭이 되어버릴 정도였다. 아랍과 투르크, 몽골의 오랜 외세의 지배에서 벗어나 다시 페르시아 정통성을 이어받은 사파비왕조의 황제, 압바스 1세가 수도를 타브리즈에서 이스파한으로 천도하고 국가중심광장으로 조성한 곳이다. 남북 510m, 동서 160m에 이르는 광장은 북쪽에 시장, 남쪽에 이맘모스크, 동쪽에 세이크로폴라 모스크, 서쪽에 알리카푸 궁전을 연결하는 아케이드로 둘러싸여 있다.
현재의 광장은 분수가 시원하게 물줄기를 내뿜고 있지만, 과거 이곳은 폴로경기장이었다. 알리카푸 궁전의 발코니는 바로 이 폴로경기를 보기 위해 만들어진 곳이다. 아름다움과 과거의 건축물의 조화를 높이 평가한 유네스코가 1979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하였다. 광장 자체만으로 유산으로 지정된 유일한 곳이다. 모스크바의 붉은 광장 등도 있지만 모두 주변의 특정 건축물과 함께 지정된 것이다.
자! 이제 서서히 둘러볼까나?
<맞은편에 보이는 것이 이맘모스크, 왼편의 노란색 돔이 세이크로폴라 모스크, 오른쪽에 알리카푸궁전의 발코니가 살짝 보인다>
북쪽에서 서쪽면을 따라 걸어가면서 본 이맘광장과 이맘모스크......한낮의 뜨거운 햇볕때문인지 광장에는 물놀이하는 아이들외에는 한산한 편이다.
오른편의 알리카푸궁전과 이맘모스크가 한 앵글에 들어오는 곳에서 다시 걸음을 멈추었다......
세이크로폴라 모스크 앞에는 관광객용 마차가 잔뜩 있었다. 더운 한낮이 오히려 말들에겐 식사시간이다......
알리카푸 궁전에서 바라본 세이크로폴라 모스크의 모습......규모는 작지만 노란색의 돔이 인상적이다. 여기는 황비를 위한 가족모스크이기 때문에 미나렛이 별도로 없다.
물장난하는 아이들......날씨가 더우니, 아이들뿐만 아니라 청년들과 히잡을 둘러싼 여인들도 물에 발을 담그고 장난을 친다......
정면에서 바라본 세이크로폴라 모스크......광장의 주축과 메카 방향이 어긋나 모스크는 약간 비틀어져 놓여있다.....그게 묘한 긴장관계를 일으킨다......
남측에서 바라본 북측 시장 입구......
알리카푸궁전의 모습......발코니가 보수중이어서 단아한 전체 모습을 상상할 수밖에는 없지만, 마치 주변 아케이드의 변주곡인듯, 자연스럽게 끼여든 비례와 형태가 훌륭한 작품이다......
이맘모스크 정문 앞에 앉아 알리카푸궁전과 저 멀리 북쪽 시장입구를 동시에 전망하다.......
조금더 줌으로 댕겨서 본 알리카푸궁전......발코니 뒤의 6층짜리 건물은 압바스 황제가 접견실과 개인 음악감상실 용도로 지은 건물이다.
이번엔 이맘모스크 정문에 앉아 동쪽편 세이크로폴라 모스크를 바라보다.....
자리를 옮겨 북쪽 시장입구에서 바라본 광장의 모습......
세이크로폴라 모스크쪽에서 바라본 아케이드 상가의 모습......아케이드에서 한켜 뒤, 사진에서 오른쪽 입구에 들어서면 바자르가 광장전체를 둘러싸고 이어진다.
세이크로폴라 모스크에서 바라본 이맘모스크의 위용......역시 메카방향으로 약간 뒤틀어져 놓여있다. 페르시안 블루라고 불리는 청량감있는 파란색이 파란하늘과 어울려 제법 시원하다.
세이크로폴라 모스크에서 바라본 알리카푸 궁전......서로 마주보고 있다......앞에 발코니가 있어서인지 뒤의 6층짜리 건물이 이 낮은 아케이드로 둘러싼 광장에 어색하지 않게 어울린다......
광장을 밖에서 한바퀴, 아케이드 안으로 들어가 다시 한바퀴 돌고나니 어느덧 점심시간이 끝나고 다시 모스크가 개장하는 3시가 가까워온다......날씨는 무척이나 더웠지만, 걸음을 멈출 수 없을만큼 매력적인 광장이었다.....이제 모스크 안으로 들어가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