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보고 들은 소매치기 천태만상
사실 배낭여행하면서 소매치기, 그리고 그와 유사한 사기(Rip-Off)를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여행이 일상이 되는 순간 방심해있던 마음을 추스리는 계기도 되지만, 그래도 가난한 여행자가 당하는 충격과 물질적 손실은 크다. 다행히 난 애교로 봐줄만한 소소한 범행표적이 된 게 고작이지만 주변에서 들은 무시무시한 범행은 가끔 상상 이상일 때도 있다. 이번에 내 경험과 듣고 본 사건을 모두 정리해봤다.
1. 교통수단(특히 기차)을 대상으로 발생하는 범행
① (무대뽀형) 컴파트먼트(6∼8인승의 방으로 구획된 기차칸) 밤기차에서 곯아 떨어져있으면 슬그머니 문을 열고 가스총을 발사한 뒤, 모두들 기절한 틈을 노려 배낭을 통째 훔쳐가는 전문털이범, 주로 이태리 기차에서 많이 일어나며 이 경우는 대책없이 여권을 포함한 모든 짐을 통째 상납해야 한다.
<컴파트먼트로 이루어진 열차 내부>
② (어이상실형) 아이부터 할아버지까지 이미 일가족이 차지한 컴파트먼트의 마지막 하나 남은 빈자리에 앉은 경우. 적적한 밤 이들과 친구과 되어 맘터놓고 안심하다 당하는 봉변. 사실 그들은 가족이 아닌 '집시 패밀리'다......이들을 정상적인 가족과 구분하는 방법은...미안하지만 없다~
③ (덤앤더머형) 주로 한가한 기차에서 일어나는 일. 2명이 한 조가 되어 한 명은 바깥에서 창문을 두들겨 뭐라고 지껄이면서 이미 기차에 탑승한 배낭족과 대화를 시도한다. 주위가 창밖으로 쏠린 틈을 타 다른 한 명이 그 순진한 여행객의 배낭을 유유히 집어들고 사라진다.(발생장소 : 암스텔담역)
④ (대담형) 깔끔한 정장을 차려입고 사업가처럼 보이는 신사가 커다란 검은색 트렁크를 가지고 탄다. 매너있는 태도에 안심은 금물~ 당신이 잠든 사이 당신의 모든 것을 그 트렁크에 넣고 홀연히 사라져버린다.
⑤ (치사빤스형) 친구처럼 알랑방귀뀌다가 수면제가 든 음료수를 주고 기절시켜버리는 사기꾼. 내 친구는 따지도 않은 캔음료를 받아 먹었는데, 입고있던 외투까지 벗겨갔다. 인도에서도 많이 발생하는 사건인데, 가끔 수면제량을 조절하지 못해 치사량을 마시기도 한다. 모르는 사람이 주는 음식은 절대~먹지 맙시다!!!
⑥ (황당무계형) 배낭을 애지중지 안고 의자에 앉아 잠을 잤는데 일어나보니 배낭앞부분에 구멍을 내고 물건을 꺼내갔다는......잃어버린 물건도 그렇지만 배낭구입에 더 큰 돈이 들어간다는......
⑦ (위장형) 승무원이나 경찰로 가장하고 여권이나 유래일패스를 달라는 형......대부분은 문제가 있다며 가져가버린다......주로 여권만을 전문적으로 노리는 넘들~
⑧ (묘기형) 주로 만원버스 안에서 일단의 패거리가 한 사람을 둘러싼 다음, 그 중 한 넘이 손으로 몸을 살짝 건들어 터는 방식......바로 앞에서 눈 뜨고 당하는 대범한 소매치기로, 몸을 건드는 놈은 손에 붕대나 반지같은 것을 잔뜩 끼고 있다. 몸을 한 번 가볍게 가격당했을 뿐인데 상의 호주머니의 돈들은 어떻게 그 넘 손으로 빨려 들어간 것인지......(이건 내가 테르미니역에서 바티칸가는 버스 63번에서 당한 경험이다.)
2. 길거리에서 발생하는 범행
① (집시스타일) 집시아이들 몇 명이 몰려온다. 그 중 큰 아이(주로 여자애)는 두 손 위에 신문을 몇 장 올려놓고 지나가는 사람에게 사달라는 듯 갑자기 들이민다. 이 땐 빨리 그 신문을 쳐내야 한다. 머뭇거리는 단 3초 사이 신문지 밑의 손들이 당신의 카메라와 복대를 노린다.(나도 니스에서 당할뻔했는데, 책을 보니 빌브라이슨도 당할 뻔 했더군.....ㅋ)
② (미끼형) 내가 헝가리에서 봤던 황당한 경우는 역안의 락카에 짐을 넣어놨는데 나중에 와서 보니 그 락카가 없어졌다는 사실.....그 락카가 가짜로 설치된 미끼였든지, 아님 정말 통째로 뜯어갔던지....
③ (고양이생선형) 성배드로 광장에서 사진 부탁하고 앞으로 걸어나간 사이 카메라를 들고 태연히 잠적해버린 넘......나홀로 배낭족은 사진을 찍기 위해 관상이라도 공부해야 한단 말인가...헐~
④ (한눈팔아남좋은일시키는형) 환전소 등지에서 열심히 환율계산하다가 옆에 놔 둔 카메라가 없어진지도 모르는 경우, 이런 경우 은근 많이 봤다~
⑤ (날강도형) 음침한 곳에서 흉기를 든 양아치들을 만났다. 다행히 배낭도 카메라도 숙소에 놔두고 나왔다. 돈이 없음을 증명하려 호주머니를 뒤집어 의기양양하게 털어보인다. 그러자 이 양아치, 뭐라 적힌 종이를 쑥 내민다......'복대 풀어'......이런 우라질~이거 적어준 한국넘이 더 밉다......
⑥ (짜고치는고스톱형) 연착한 버스가 한밤중 뉴델리에 도착했다. Lonely Planet을 보고 배낭족숙소를 찾아 시장통을 헤매고 다니다 미로에서 길을 잃어버렸다. 눈에 띈 게 조그만 여행사.....여행사 사장에게 목적지를 물어봤더니 친절하게 빈방여부를 알아보겠다며 전화까지 해준다. 'full'......책자에 나온 모든 저렴한 숙소는 하나같이 'full'이란다. 그러면서 자기가 아는 데를 추천했다. 울며 겨자먹기로 조금 비싼 값에 묵었다. 그런데 다음날 아침 내가 찾던 숙소를 그 여행사 근처에서 발견했다. 더구나 방들은 텅텅 비어있었다. 도대체 누구랑 통화한거야? 응?
⑦ (어리버리골탕형) 역시 연착한 버스가 한밤중 요르단 수도 암만 외곽에 도착했다. 시내중심가로 가기위해 택시를 탔는데 미터기에 찍힌 요금이 상당히 쎄다. 미터기가 요르단디나르라 우기는 기사, 나중에 보니 화폐단위를 이용한 사기였다. 달러 밑에 센트가 있듯, 요르단디나르(JD) = 1000 Fils = 100 Piastres의 여러 단위에 익숙치 못한 여행객이 대상이다.
비슷한 사례로 뭐든지 흥정을 할 때는 화폐단위까지 명확해야 한다. 이집트에서 낙타를 타면서 '10'이라 합의봤는데, 나중에 보니 나는 '이집트 파운드', 상대는 'US 달러'였다고 우기기도 한다.
적고보니 소매치기 가이드북이 되버렸다.(^^;;;) 여행은 사람들을 만나는 재미인데 괜히 이런 소수의 불량시민때문에 괜히 움츠러들 필요는 없다. 낯선 자 따라가지 않기, 의심스런 음식 함부로 먹지 않기 등 우리가 초등학교때 배운 수칙만 정확히 지켜도 불의의 사고는 대부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냥 참고만 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