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배낭여행]/아메리카

남미여행(11) - 볼리비아 라파즈(달의 계곡과 티와나쿠 유적)

budsmile 2009. 2. 16. 19:17

 볼리비아란 나라는 오기전까지 정말 생소한 곳이었다. 그러나 라파즈에 도착하고 나니 모든 게 정겨웠다. 도시 전체가 남대문시장같은 어수선함....곳곳에서 울리는 차 경적소리, 맛있는 냄새를 풍기는 길거리 노점상, 잔뜩 쌓아놓고 파는 뻥튀기, 밋밋한 건축물에 커다란 간판들, 게다가 사람들 모습까지......마치 예전 시절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었다.

 

라파즈는 스페인어로 평화란 뜻이다.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수도라는데, 그 모습부터가 범상치 않다. 마치 거대한 운석이 충돌한 듯, 주변에 높은 산들로 둘러싸이고 가운데가 움푹 꺼진 도시모습도 그렇지만 그 비탈진 곳까지 빽빽이 함석지붕을 인 집들이 빼곡히 들어찬 모습은 마치 SF 영화의 화성과도 같았다. 게다가 노을이 지는 무렵에는 함석지붕이 비스듬한 태양빛을 받아 반짝거리는 데 도시전체가 보석처럼 빛난다. 묘한 매력을 지닌 도시였다.

 

라파즈 시내에서 외곽으로 약 40분정도 버스를 타고 나가면 '달의 계곡'이라는 곳이 나온다. 사암이 비와 바람에 깎여져 독특한 풍광을 보이는 곳인데, 그 규모가 상상을 초월한다. 발밑으로 아슬아슬한 함정같은 구멍투성이 사이로 산책길이 놓여져 있는데 스릴도 제법 느껴진다.

 

 

주변에 집만 없다면 정말 화성에 갔다왔다 해도 믿을 것만 같다.

 

 

지구는 정말 우리가 보지 못한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있는 것같다. 

 

 

 시간가는 줄 모르고 돌아다니는 재미가 비교적 쏠쏠한 곳이었다.

 

 

여기는 티와나쿠 유적이다. 라파즈에서 약 1시간 30여분 소요되는 비교적 최근에(2002년도)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이다. 프레잉카 시대의 유적인데 지나간 세월의 무게만큼 훼손도 많이 된 유적이다.

 

 

유적은 마치 마야와 잉카가 혼합된 모습을 보인다. 때론 이스터섬과의 연관성도 거론된다. 반듯한 직사각형에 자연거석을 세운 후 다듬은 벽돌로 벽을 세우고 피라미드 형태로 만든 모습이 이채롭다. 주변의 주민들이 여기서 석재를 가져다 집을 짓는데 사용했다는데 이만큼 남아있는 것도 용하다.

 

 

몇 안남아있는 석상인데...배에 손을 얹고 있는 모습이 이스터섬의 모아이와 같다. 그리고 제주도의 하루방과도 비슷하다. 허리띠에 그려진 것은 꽃게다...내륙지역에 웬 꽃게?..보면 볼수록 알고싶은 고대문명이다..

 

 

태양의 문이라 불리는 거석유적이다. 부조로 처리된 부분은 마치 멕시코 테오티우아칸의 케찰코아틀 신전을 보는 듯한 모습을 하고 있다. 뭐..이 문이 천문학을 상징하는 여러 장치로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후대에 각색되어진 의미부여는 문명을 해석하는 자들에게나 의미있을 것이다. 그저 난 소탈한 문양과 단순한 모습에 오히려 눈이 끌린다.

 

 

반쯤 땅을 파낸 곳에(유식한 말로 '선큰'이라 한다.) 만들어진 정형화된 공간....무슨 제의의식이 치러졌을 법한 공간이다. 아마 맞을 것이다. 옛날 사람이나 지금 사람이나 생각하고 느끼는 것은 똑같다. 다만 주어진 환경만이, 도구만이 다를뿐....이 곳에서 신성함이 느껴진다면 그네들도 그걸 의도하고 만들었을 것이다.

 

 

벽들을 자세히 보면 다듬지 않은 선돌을 세워놓고 그 사이를 반듯한 돌들로 빈틈없이 쌓아올렸다. 이 방법은 지진을 막는데도 효과적일 뿐만 아니라 시각적으로도 현대적인 감각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만든다.

 

 

벽 중간중간에는 튀어나는 돌들이 보이는데 자세히보면 사람얼굴이 조각되어 있다. 온전히 남아있었다면 참 색다른 공간이었을게다.

 

 

선큰 공간에서 바라본 입구....입구 프레임안에 석상이 보인다. 의도적인 공간조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또다른 석상의 모습....확연히 모아이의 형태를 띄고 있다.

 

 

다시 라파즈 시내로 돌아왔다. 돈 아낄려고 퇴근길 만원버스를 탔다가 우리 돈으로 거금 1만원이 넘는 돈을 소매치기 당했다. 허탈한 마음을 달래려고 시내 보행자도로를 걷고 있는데 어디선가 우리 가요가 들린다. 깜짝 놀라 가보니 오락실에서 설치된 '점프'에서 들려오는 소리다. 우리 음악에 맞춰 박자를 맞춰대는 남미애들이라...음악엔 확실히 국경이 없다. 나도 신나게 2곡을 틀어놓고 춤을 추면서 스트레스를 확풀었다. 볼리비아와 한결 가까워진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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